군 당국, 민간도움 일찍 빌렸더라면…
해군 2함대, 동원업체 지정하고도 도움 안 청해
“민간소나 왜 안 썼나” … 현장공개 꺼리나 의혹도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국방부가 민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해군이 이번과 같은 초대형 재난사고에 대비, 민간 동원업체를 지정해 놓고도 아직 도움을 청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준비에만 3~4일이 걸린다”, “진해에서 장비가 오고 있다” 등의 이유로 군당국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이 보유한 열악한 장비만 가지고 ‘몰아붙이기식’ 작업을 독촉, 해군특수전요원(UDT)의 순직이라는 허망한 결과를 빚게 됐다는 것이다.
◆“군 특수장비 준비에만 3~4일” =
현재 구조작업이 실종가족의 기대치보다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늦어지는 이유는 잠수사들의 수중작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빠른 조류와 음력 보름의 ‘사리’로 가장 높아진 밀물, 그리고 수중 40m라는 깊은 수심 탓이다. 한 구조전문가는 “호흡을 해야하는 인간이라면 신체 구조상 40m 깊이에서 10분 이상을 버티기 어렵고 저체온증, 질소 혼수, 산소 중독증 등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잠수시간을 늘리려면 공기배합을 다르게 만든 특수 산소통을 쓰거나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잠수장비(SSDS)를 이용해야만 한다. 해군은 “우주복과 유사한 SSDS를 갖추고 잠수하기 위한 준비에만 3~4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은 31일로 6일째다. 또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장비(챔버)가 1대밖에 없어 UDT 대원의 인명피해를 낳고서야 해군은 30일 최신형 챔버를 갖춘 구조함 청해진함을 뒤늦게 출동시켰다. 진해에서 출발한 청해진함이 백령도 해상까지 도착하는 데만 최소 하루 이상이 걸린다.
◆‘동원업체’ 지정해 놓고도 방치 =
천안함이 소속돼 있는 해군 2함대는 사고 발생전 구조구난 전문회사들을 상대로 ‘긴급시 동원업체’를 지정해 놓은 상태다. 인천 등 사고지역 인근에 위치한 민간업체들의 손을 빌렸더라면 좀더 빨리 침몰 함체의 위치를 파악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구조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1급 해난구조업체로 인천항 입구에서 침몰한 중국 화물선(2398톤) 인양작업을 하고 있는 이종인 대표(알파잠수기술공사)는 “2함대에 동원업체로 지정돼 있어 법적으로 해군이 부르면 현장으로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은 사고 초기 민간 잠수 동호회를 일부 작업에 동참시킨 것 빼고는 전적으로 군 인력·장비에만 의존하고 있다.
업체를 동원하지 못할 사정이라면 전문장비라도 빌려 왔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저탐사용으로 민간이 사용하는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를 썼더라면 생존자가 다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미 선체를 좀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함선에 붙어 있는 군용 음파탐지기(소나)와 달리 이 장비는 탈부착이 가능해 특정지역을 집중·왕복 수색할 수 있다. 승합차에 실을 수 있는 크기에 성인 2~3명이 이동가능한 무게여서 군 당국이 허락만 했다면 사고 당일부터 바로 작업에 동원할 수도 있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해군 기뢰제거선이 함미를 찾은 것이 사고 4일째인 29일이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이 민간 참여를 배척해야만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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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2함대, 동원업체 지정하고도 도움 안 청해
“민간소나 왜 안 썼나” … 현장공개 꺼리나 의혹도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국방부가 민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해군이 이번과 같은 초대형 재난사고에 대비, 민간 동원업체를 지정해 놓고도 아직 도움을 청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준비에만 3~4일이 걸린다”, “진해에서 장비가 오고 있다” 등의 이유로 군당국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이 보유한 열악한 장비만 가지고 ‘몰아붙이기식’ 작업을 독촉, 해군특수전요원(UDT)의 순직이라는 허망한 결과를 빚게 됐다는 것이다.
◆“군 특수장비 준비에만 3~4일” =
현재 구조작업이 실종가족의 기대치보다 훨씬 못 미치는 속도로 늦어지는 이유는 잠수사들의 수중작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빠른 조류와 음력 보름의 ‘사리’로 가장 높아진 밀물, 그리고 수중 40m라는 깊은 수심 탓이다. 한 구조전문가는 “호흡을 해야하는 인간이라면 신체 구조상 40m 깊이에서 10분 이상을 버티기 어렵고 저체온증, 질소 혼수, 산소 중독증 등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잠수시간을 늘리려면 공기배합을 다르게 만든 특수 산소통을 쓰거나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잠수장비(SSDS)를 이용해야만 한다. 해군은 “우주복과 유사한 SSDS를 갖추고 잠수하기 위한 준비에만 3~4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은 31일로 6일째다. 또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장비(챔버)가 1대밖에 없어 UDT 대원의 인명피해를 낳고서야 해군은 30일 최신형 챔버를 갖춘 구조함 청해진함을 뒤늦게 출동시켰다. 진해에서 출발한 청해진함이 백령도 해상까지 도착하는 데만 최소 하루 이상이 걸린다.
◆‘동원업체’ 지정해 놓고도 방치 =
천안함이 소속돼 있는 해군 2함대는 사고 발생전 구조구난 전문회사들을 상대로 ‘긴급시 동원업체’를 지정해 놓은 상태다. 인천 등 사고지역 인근에 위치한 민간업체들의 손을 빌렸더라면 좀더 빨리 침몰 함체의 위치를 파악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구조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1급 해난구조업체로 인천항 입구에서 침몰한 중국 화물선(2398톤) 인양작업을 하고 있는 이종인 대표(알파잠수기술공사)는 “2함대에 동원업체로 지정돼 있어 법적으로 해군이 부르면 현장으로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은 사고 초기 민간 잠수 동호회를 일부 작업에 동참시킨 것 빼고는 전적으로 군 인력·장비에만 의존하고 있다.
업체를 동원하지 못할 사정이라면 전문장비라도 빌려 왔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저탐사용으로 민간이 사용하는 ‘사이드 스캔 소나(Side Scan Sonar)’를 썼더라면 생존자가 다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함미 선체를 좀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함선에 붙어 있는 군용 음파탐지기(소나)와 달리 이 장비는 탈부착이 가능해 특정지역을 집중·왕복 수색할 수 있다. 승합차에 실을 수 있는 크기에 성인 2~3명이 이동가능한 무게여서 군 당국이 허락만 했다면 사고 당일부터 바로 작업에 동원할 수도 있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해군 기뢰제거선이 함미를 찾은 것이 사고 4일째인 29일이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이 민간 참여를 배척해야만 하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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