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체적 부실, 우왕좌왕 대처가 불신 키워
사고 사흘만에 도착한 기뢰탐색함
‘몸으로 때우기식’ 무모한 수색작업
말쑥하게 나타난 함장 설명회까지
미군의 체계적인 구난·인양작업과 대조
대형함정의 이례적인 항로선택과 사상초유의 인명피해, 필수장비의 늑장도착과 무모한 수색작업이 부른 추가 인명손실. “믿어달라”는 당국의 호소와 “도대체 말끔하게 해소되는 의혹이 없다”는 여론의 반발. 1일로 엿새째가 되는 천안함 침몰사고의 현주소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의 지난 31일 브리핑을 마치며 “저희들이 이제는 조금 지쳤습니다. 그렇게 (의혹을 가지고) 좀 쓰지 마시고요… 해군장병들에게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신고는 휴대폰으로, 구조는 해경이, 선체발견은 어군탐지기가, 인양은 민간크레인이 맡는다는데 도대체 해군의 역할은 뭐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국방장관도 “미흡한 부분 있다” 시인 =
경남 진해에 있는 소해함은 사고발생 10시간 후인 다음날 27일 오전에야 현장으로 출발했다. 12노트의 느린 속도탓에 옹진함이 백령도 인근에 도착한 것은 28일 오후 9시경. 사고발생 만 이틀이 지난 뒤였다(내일신문 3월 31일자 참조). 이에 대해서는 국방장관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시인했다.
물살과 지형을 잘 아는 현지 어민들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간도 늦었다. 실종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침몰 선미를 발견한 것이 어선의 어군탐지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천안함 함미가 최초 침몰 지점에서 18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도 이를 발견하기까지 49시간이나 걸렸다. 여러 원인 분석이 있으나 사고 발생 3시간 동안 떠 있던 함수의 위치를 알리는 부표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한 점이 크다. 백령도의 한 선장은 “이곳 조류를 잘 몰라 함수에 설치된 부이가 물살에 끊어지는 등 관리에 서툴렀던 것 같다”며 “사고 직후부터 군과 합동수색작업을 했더라면 성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을 인양하는 필수장비인 해상크레인(삼아 2200호. 2200톤급)은 29일 오후 경남 거제를 떠나 4월 2일에나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해군은 삼아 2200호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난 31일 추가로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3600톤급 해상크레인을 추가로 현장으로 불렀다. 이 크레인은 29일부터 출발 채비를 마치고 대기중이었지만 해군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지 못해 출발이 늦었다.
◆미군, 민간전문업체와 사전계약 맺어둬 =
기뢰탐지함 도착이 늦어지자 수색은 해난구조대(SSU)에 전적인 책임이 맡겨졌다. 69시간이라는 생존한계선에 맞추느라 초인적인 잠수가 이어졌고 잠수사 인력이 부족하자 수중폭파특수대(UDT)까지 동원됐다. UDT는 말 그대로 수중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대원이지 수색·구난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심해 잠수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지도 않았다. 단지 체력조건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특수장비도 채 갖추지 않고서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사고지역 주변에서 나온다.
잠수시간을 늘릴 수 있으려면 나이트록스(Nitrox: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특수기체)를 사용한 산소통을 쓰거나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잠수장비(SSDS)를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해군은 “SSDS 설치를 위해서는 구난함을 고정하는 등 3~4일이 걸리는데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잠수를 중단할 수 없어 잠수사들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SSDS를 보유중인 민간업체를 수색작업에 참여시킬 경우 잠수사 수색과 SSDS 준비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특히 해군 2함대는 인천·경기지역 구난업체를 비상 재난시에 조직할 수 있는 ‘동원업체’로 지정해 두고 있다. 하지만 사고 1주일이 가깝도록 민간업체를 현지로 불렀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내일신문 3월 31일자 참조). 군 당국은 현재 구난작업을 전적으로 군 인력·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필요할 경우 민간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는 미군과 큰 대조를 이룬다.
미군의 경우 침몰·조난사고에 대비해 민간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유사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박인양 전문회사인 타이타닉 살베지(Titan Salvage)의 댄 슈월(Dan Schwall)씨는 내일신문 질의에 대해 “이번 천안함 사고의 경우도 미 해군과 관련돼 있다면 타이타닉 살베지가 지정계약자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생존 승조원 복귀시켰다가 재입원시켜 =
이 같은 민간참여 배제는 군 당국의 기밀주의 태도와 더불어 ‘민간을 현장에서 떨어뜨려 놓아야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러오고 있다.
현재 생환한 승조원들을 일부 가족면회시간을 빼고 외부 접촉이 일절 차단돼 있다. 당초 사고 발발 당시 군은 58명의 생존자 중 13명만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부분을 소속 부대로 복귀시켰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생존자 대부분을 뒤늦게 국군수도병원에 집단 입원시켰다. 하지만 장교 6명은 멀쩡히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가 작업지휘를 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핑계로 외부와 격리시켜 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고 처리과정에서 국방부의 공보(홍보)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천안함 침몰 이틀만에 실종가족 설명회에 나온 최원일 함장이 너무나 말쑥한 차림이었던 것.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마치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깔끔한 상태였다”며 “굳이 연출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어설픈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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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때우기식’ 무모한 수색작업
말쑥하게 나타난 함장 설명회까지
미군의 체계적인 구난·인양작업과 대조
대형함정의 이례적인 항로선택과 사상초유의 인명피해, 필수장비의 늑장도착과 무모한 수색작업이 부른 추가 인명손실. “믿어달라”는 당국의 호소와 “도대체 말끔하게 해소되는 의혹이 없다”는 여론의 반발. 1일로 엿새째가 되는 천안함 침몰사고의 현주소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의 지난 31일 브리핑을 마치며 “저희들이 이제는 조금 지쳤습니다. 그렇게 (의혹을 가지고) 좀 쓰지 마시고요… 해군장병들에게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신고는 휴대폰으로, 구조는 해경이, 선체발견은 어군탐지기가, 인양은 민간크레인이 맡는다는데 도대체 해군의 역할은 뭐냐’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국방장관도 “미흡한 부분 있다” 시인 =
경남 진해에 있는 소해함은 사고발생 10시간 후인 다음날 27일 오전에야 현장으로 출발했다. 12노트의 느린 속도탓에 옹진함이 백령도 인근에 도착한 것은 28일 오후 9시경. 사고발생 만 이틀이 지난 뒤였다(내일신문 3월 31일자 참조). 이에 대해서는 국방장관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시인했다.
물살과 지형을 잘 아는 현지 어민들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간도 늦었다. 실종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침몰 선미를 발견한 것이 어선의 어군탐지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천안함 함미가 최초 침몰 지점에서 18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도 이를 발견하기까지 49시간이나 걸렸다. 여러 원인 분석이 있으나 사고 발생 3시간 동안 떠 있던 함수의 위치를 알리는 부표를 제대로 설치하지 못한 점이 크다. 백령도의 한 선장은 “이곳 조류를 잘 몰라 함수에 설치된 부이가 물살에 끊어지는 등 관리에 서툴렀던 것 같다”며 “사고 직후부터 군과 합동수색작업을 했더라면 성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을 인양하는 필수장비인 해상크레인(삼아 2200호. 2200톤급)은 29일 오후 경남 거제를 떠나 4월 2일에나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해군은 삼아 2200호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지난 31일 추가로 대우해양조선으로부터 3600톤급 해상크레인을 추가로 현장으로 불렀다. 이 크레인은 29일부터 출발 채비를 마치고 대기중이었지만 해군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지 못해 출발이 늦었다.
◆미군, 민간전문업체와 사전계약 맺어둬 =
기뢰탐지함 도착이 늦어지자 수색은 해난구조대(SSU)에 전적인 책임이 맡겨졌다. 69시간이라는 생존한계선에 맞추느라 초인적인 잠수가 이어졌고 잠수사 인력이 부족하자 수중폭파특수대(UDT)까지 동원됐다. UDT는 말 그대로 수중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대원이지 수색·구난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심해 잠수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지도 않았다. 단지 체력조건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특수장비도 채 갖추지 않고서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사고지역 주변에서 나온다.
잠수시간을 늘릴 수 있으려면 나이트록스(Nitrox: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특수기체)를 사용한 산소통을 쓰거나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수잠수장비(SSDS)를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해군은 “SSDS 설치를 위해서는 구난함을 고정하는 등 3~4일이 걸리는데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잠수를 중단할 수 없어 잠수사들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SSDS를 보유중인 민간업체를 수색작업에 참여시킬 경우 잠수사 수색과 SSDS 준비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특히 해군 2함대는 인천·경기지역 구난업체를 비상 재난시에 조직할 수 있는 ‘동원업체’로 지정해 두고 있다. 하지만 사고 1주일이 가깝도록 민간업체를 현지로 불렀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내일신문 3월 31일자 참조). 군 당국은 현재 구난작업을 전적으로 군 인력·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필요할 경우 민간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는 미군과 큰 대조를 이룬다.
미군의 경우 침몰·조난사고에 대비해 민간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유사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박인양 전문회사인 타이타닉 살베지(Titan Salvage)의 댄 슈월(Dan Schwall)씨는 내일신문 질의에 대해 “이번 천안함 사고의 경우도 미 해군과 관련돼 있다면 타이타닉 살베지가 지정계약자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생존 승조원 복귀시켰다가 재입원시켜 =
이 같은 민간참여 배제는 군 당국의 기밀주의 태도와 더불어 ‘민간을 현장에서 떨어뜨려 놓아야할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러오고 있다.
현재 생환한 승조원들을 일부 가족면회시간을 빼고 외부 접촉이 일절 차단돼 있다. 당초 사고 발발 당시 군은 58명의 생존자 중 13명만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부분을 소속 부대로 복귀시켰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생존자 대부분을 뒤늦게 국군수도병원에 집단 입원시켰다. 하지만 장교 6명은 멀쩡히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가 작업지휘를 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라는 핑계로 외부와 격리시켜 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고 처리과정에서 국방부의 공보(홍보)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천안함 침몰 이틀만에 실종가족 설명회에 나온 최원일 함장이 너무나 말쑥한 차림이었던 것.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마치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깔끔한 상태였다”며 “굳이 연출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어설픈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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