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가족이 전하는 찌릿한 눈물

지역내일 2010-04-06
소설 <고령화 가족>에 등장하는 삼남매의 삶은 막장이다 못해 지리멸렬하다. 주인공 인모는 데뷔 영화가 참패하고 ‘그 해 최악의 영화’로 선정되는 명예(?)를 안은 전직 영화감독. 알량한 월세 보증금도 내지 못해 사지로 몰린 그는 엄마가 “닭죽 쒔는데 먹으러 올래?”라고 하자 “올레~!”를 외치며 한달음에 달려간다.
하지만 엄마 집엔 전과자 신분에, 120킬로그램으로 숨 쉬기도 어려워 보이는 거구의 형이 있을 뿐. 설상가상으로 바람피우다 두 번째 남편에게 이혼 당한 여동생이 조카 민경까지 데려오면서 본격 막장 스펙터클 홈 드라마가 시작된다.
오십 줄에도 피투성이가 되도록 치고 받는 형제, 조카의 비밀을 담보로 용돈을 뜯는 삼촌, 애인과 카섹스하다 동네 망신 당하는 여동생… 이놈의 집구석엔 멀쩡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마흔 넘은 자식들이 줄줄이 노모 앞에 엎어져 밥을 얻어먹으면서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일흔 넘은 노모는 어린 새끼들 입에 고기 반찬 넣어주던 수십 년 전처럼, 자식들을 위해 삼겹살과 자반고등어를 맹렬히 굽고 삼남매와 손녀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전에 없던 생기와 활력을 찾은 좁은 집에서 구차하게 하루하루 연명하던 인모는 자기만 모르던 가족의 비밀을 속속 알게 된다.
50년 만에 형은 배다른 형제고, 여동생은 엄마의 남모른 사랑으로 잉태된 씨 다른 남매라는 사실을 목도하는 것. 막장 하이라이트로 치달을 즈음, 동네 아줌마들의 뒷담화에 매일 오르내리던 우리의 ‘고령화 가족’은 결국 치명적인 연타를 맞으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피투성이가 된 후에야 뒤늦게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인생의 막다른 길에 있는 삼남매의 생존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데 있다. 인생의 결과물을 하나씩 꺼내야 하는 중년, 당장 보여줄 거라곤 상처투성이 몸뚱이밖에 없지만 삼남매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언제고 자반고등어 가시를 발라줄 엄마, 가족이 있지 않은가. 오늘은 내가 먼저 전화해 친정 엄마의 끼니 안부를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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