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18- ‘총체적’ 불신시대
교회 다니는 친구, 성당 다니는 친구와 절에 다니는 친구들에게까지 전화를 해봤다. 지난주 그곳 목사 신부 스님들의 설교가 어떠했느냐고.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가 있었느냐고.
친구들이 전한 내용은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성직자들은 설교를 통해 한결같이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우리 사회에 가득한 혼란과 불신을 어찌해야 될 것이냐” “도대체 나라를 지탱하는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냐”고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더라는 것이었다.
성직자들은 천안함 침몰사고, 한명숙 전 총리 무죄, 4대강 사업, 공직자 언행 등 현안을 예시하며 설교했는데, 물론 관점까지 똑같은 건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분류가 가능한지 모르나 누구는 ‘친정부적’으로, 또 누구는 ‘반정부적’ 시각으로 그들 사안을 해석하고 설교하더란 얘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사안을 보는 눈이 판이하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졌고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만은 똑같이 내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안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지만 사안들이 묶여 총체적으로 빚어진 사회상을 보는 시각은 완전히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종교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좌파’와 ‘우파’, ‘친MB’와 ‘반MB’, ‘강남 부자’와 ‘실직자’ 등 그동안 사사건건 대척점에 서왔던 사람들도 현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우며 리더십의 위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우리 사회 전체의 불신이 깊어졌고 이로 인해 공동체의식의 파괴현상까지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가 위기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모처럼 ‘국민의견의 통합’이 이루어진 셈이다.
지난주 어느 가톨릭 신부는 설교를 통해 그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 아래는 물론 좌우의 공동체 구성원 간에도 믿음을 잃었다. 거짓이 거짓을 낳아 진실이 숨어버렸고 총체적 불신이 이 사회를 덮고 있다. ‘기본’이 실종됐다. 이렇게까지 이른 것은 누구보다 ‘책임자’의 책임이다.” 그는 ‘책임자’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일에서건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곧 책임자라고만 말했을 뿐이다.
신부가 ‘책임자’를 거론하기 앞서 천안함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얘기했으니 안보 문제로 말하면 국방부장관과 군 고위 장성이 그 책임자일 것이다. 또 국가기강 법질서의 문제로 말하면 검찰을 지칭하는 것이었을 터다. 물론 이들을 통할하고 지휘해 국가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책임자의 범주에 들겠지만 그는 두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논란이 된 어떤 고위급의 직책이나 그 언행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름이나 직함을 말해 또 불신의 덫을 씌우면 그 또한 불신을 전파시키는 일이 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부는 ‘기본’을 강조했다. 정치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책임자의 기본은 곧 국민의 믿음이어야 하며 그것 없이는 안보건 경제건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자가 이미 그 기본을 설파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한마디로 무엇입니까”고 물었다. 이때 공자의 대답이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었다. “우선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대외적으로 국방을 튼튼히 하며 백성들로 하여금 정치지도자를 믿도록 하면 된다”는 얘기다. 요즘 말로 하면 국가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강화하며 여론조사 지지도 등을 높이면 된다는 얘기였던 셈이다.
자공은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심리테스트 같은 질문을 한다. “만약에 세 가지 중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그게 무엇인지”를 물은 것이다. 이에 공자는 병(兵·안보국방)을 든다. 자공이 깜짝 놀라며 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더 포기한다면 무엇인지 묻자 이번에 식(食·경제, 먹고 사는 문제)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부연설명을 한다.
“자고로 임금이든 누구든 사람은 죽게 마련이나 국민들이 정부나 지도자를 믿지 않으면 나라는 단 한 순간도 존립할 수 없는 법이다.” 유명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철학이 후세에 전해진 계기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정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이 ‘기본’은 지금도 유효하다. 더 나가 신뢰를 담보하는 기본은 어느 경우에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며 거짓이나 변명이 진실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정치의 기본으로 전승돼왔다.
많은 국민들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이 정부가 속이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전 총리사건 역시 검찰과 정부가 무리수를 두며 국가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무신불립은 공자시대뿐 아니라 지금도 정치의 기본이다. 만연한 총체적 불신을 푸는 길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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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니는 친구, 성당 다니는 친구와 절에 다니는 친구들에게까지 전화를 해봤다. 지난주 그곳 목사 신부 스님들의 설교가 어떠했느냐고.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가 있었느냐고.
친구들이 전한 내용은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성직자들은 설교를 통해 한결같이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우리 사회에 가득한 혼란과 불신을 어찌해야 될 것이냐” “도대체 나라를 지탱하는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냐”고 걱정하며 안타까워하더라는 것이었다.
성직자들은 천안함 침몰사고, 한명숙 전 총리 무죄, 4대강 사업, 공직자 언행 등 현안을 예시하며 설교했는데, 물론 관점까지 똑같은 건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분류가 가능한지 모르나 누구는 ‘친정부적’으로, 또 누구는 ‘반정부적’ 시각으로 그들 사안을 해석하고 설교하더란 얘기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사안을 보는 눈이 판이하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졌고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만은 똑같이 내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안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지만 사안들이 묶여 총체적으로 빚어진 사회상을 보는 시각은 완전히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종교계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좌파’와 ‘우파’, ‘친MB’와 ‘반MB’, ‘강남 부자’와 ‘실직자’ 등 그동안 사사건건 대척점에 서왔던 사람들도 현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우며 리더십의 위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우리 사회 전체의 불신이 깊어졌고 이로 인해 공동체의식의 파괴현상까지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가 위기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모처럼 ‘국민의견의 통합’이 이루어진 셈이다.
지난주 어느 가톨릭 신부는 설교를 통해 그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 아래는 물론 좌우의 공동체 구성원 간에도 믿음을 잃었다. 거짓이 거짓을 낳아 진실이 숨어버렸고 총체적 불신이 이 사회를 덮고 있다. ‘기본’이 실종됐다. 이렇게까지 이른 것은 누구보다 ‘책임자’의 책임이다.” 그는 ‘책임자’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일에서건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곧 책임자라고만 말했을 뿐이다.
신부가 ‘책임자’를 거론하기 앞서 천안함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얘기했으니 안보 문제로 말하면 국방부장관과 군 고위 장성이 그 책임자일 것이다. 또 국가기강 법질서의 문제로 말하면 검찰을 지칭하는 것이었을 터다. 물론 이들을 통할하고 지휘해 국가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책임자의 범주에 들겠지만 그는 두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논란이 된 어떤 고위급의 직책이나 그 언행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름이나 직함을 말해 또 불신의 덫을 씌우면 그 또한 불신을 전파시키는 일이 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부는 ‘기본’을 강조했다. 정치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책임자의 기본은 곧 국민의 믿음이어야 하며 그것 없이는 안보건 경제건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자가 이미 그 기본을 설파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한마디로 무엇입니까”고 물었다. 이때 공자의 대답이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었다. “우선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대외적으로 국방을 튼튼히 하며 백성들로 하여금 정치지도자를 믿도록 하면 된다”는 얘기다. 요즘 말로 하면 국가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강화하며 여론조사 지지도 등을 높이면 된다는 얘기였던 셈이다.
자공은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심리테스트 같은 질문을 한다. “만약에 세 가지 중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그게 무엇인지”를 물은 것이다. 이에 공자는 병(兵·안보국방)을 든다. 자공이 깜짝 놀라며 또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더 포기한다면 무엇인지 묻자 이번에 식(食·경제, 먹고 사는 문제)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부연설명을 한다.
“자고로 임금이든 누구든 사람은 죽게 마련이나 국민들이 정부나 지도자를 믿지 않으면 나라는 단 한 순간도 존립할 수 없는 법이다.” 유명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철학이 후세에 전해진 계기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한 정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이 ‘기본’은 지금도 유효하다. 더 나가 신뢰를 담보하는 기본은 어느 경우에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며 거짓이나 변명이 진실을 감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정치의 기본으로 전승돼왔다.
많은 국민들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이 정부가 속이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전 총리사건 역시 검찰과 정부가 무리수를 두며 국가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무신불립은 공자시대뿐 아니라 지금도 정치의 기본이다. 만연한 총체적 불신을 푸는 길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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