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방황하는 돈, 돈, 돈

지역내일 2010-04-14
방황하는 돈, 돈, 돈
박태견 (언론인 ‘뷰스 앤 뉴스’ 편집국장)

“돈을 꿔줄 데가 없다. 빚이 많은 개인에겐 위험해 꿔줄 수가 없고, 기업은 비축해놓은 돈이 많아 꿔가려 하지 않고 … 그러다 보니 고객에게 돈이 가지 않고 은행간 자금거래가 늘어나는 등 자금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의 말이다.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대출과 부동산거품을 우려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꽉 묶어놓으니, 돈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요즘 시장을 보면 돈은 말 그대로 ‘쿼바디스’(어디로 가시나이까)식의 혼란 상태다.
우선 부동산으로는 돈이 도통 안 가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발 금융위기 후 중국 등 극소수 신흥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부동산값이 폭락하면서 거품이 크게 빠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잠시 거품이 빠지는가 싶더니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여기서 더 오르길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게 시중의 판단이다.
여기에 노무라연구소 등 해외연구기관과 국내 경제연구기관에서 연일 한국의 부동산거품 파열 및 과도한 가계 부채를 우려하는 경고가 쏟아지니, 부동산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IMF사태 때 경험했듯 부동산에 잘못 물렸다가는 ‘환금’이 안돼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외면, 증시도 시들
결국 강남 재건축을 시작으로 요즘 들어서는 수도권 신도시까지 무서운 속도로 거품이 빠지는 등 전방위로 부동산값 하락이 목격되고 있다.
이렇듯 부동산 쪽이 꽉 막히니, 남은 곳은 증시다. 사실 지금처럼 증시에 좋은 여건은 없다.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라는 사상최저금리로 꽉 묶어놓고 있다. 정부 분위기를 볼 때 앞으로 상당기간 이같은 초저금리는 계속될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은행에 돈을 맡겨놓아봤자 세금을 떼고 나면 거의 제로다. 갈 곳은 증시뿐이다. 그 덕분에 근래 들어 주가는 많이 올랐다. 여기에다가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도 가열차게 국내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다른 나라들보다는 그래도 한국 경제상황이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요즘 증시도 벽에 부딪쳤다. ‘펀드런’이 그것이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진입하자 ‘본전’을 찾은 주식펀드가입자들이 앞다투어 환매를 하고 있다.
본전을 찾은 것만 해도 다행이니, 미련 없이 증시를 떠나겠다는 거다. 지난주에만 2조원 가량이 빠져나갔으나 아직도 35조원 정도가 대기하고 있다.
증권사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40% 가까이가 환매를 생각하고 있다. 주가가 과거 ‘코스피 2000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이렇게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 역시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MMF CMA 등 단기자금 피난처에 머물고 있을 뿐, 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기는 다른 돈과 마찬가지다.
이런 방황은 단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금 전세계적 차원에서 목격되는 현상이다. 중국 등 극소수 지역을 빼고는 모두 부동산은 기피대상이다.
돈이 도는 곳은 주로 증시이나, 최근에는 ‘오를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증시 열기도 다시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돈이 몰려드는 곳이 국제 원자재시장이다. 그 결과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와 식량 등이 미친듯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원자재시장에 돈이 몰리는 데는 국제경기 회복 기대감도 한몫 하고 있으나, 보다 근원적 요인은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다. 실제로 최근 헤지펀드는 원자재시장에서 단단히 한몫 챙겼다.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가 거의 배 이상 폭등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머니게임이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경제사를 보면 돈의 방황은 언제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 예로 원자재값 폭등은 곧 세계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경기가 조금 살아나는가 싶으면, 곧바로 인플레 압력이 도래하면서 경제를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인플레가 한국경제 강타할 것”
실제로 벌써부터 올 연말, 내년의 인플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많다. 김중수 신임 한은총재도 같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은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대폭 높였다. 그러면서도 2% 초저금리는 높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올리더라도 미국 움직임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근원적으로 앞으로 고금리로 갈 수 없는 늪에 빠졌다. 재정적자가 워낙 눈덩이처럼 늘어나다보니, 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정부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금리를 올려야 우리도 올리겠다고? 그러다간 엄청난 인플레가 한국경제를 강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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