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반납하고 일에 몰두하던 사람들인데 …”
늦은 오후 태안 별주부권역 방문길에 사고 … 추모 눈물 쏟아져
“엄마 미워, 하느님 엄마 살려주세요.”
27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장례식장. 최유진 양(7)은 어머니 한희경 전문관(38)의 영정을 붙잡고 목놓아 울었다. 눈물을 참고 있던 어른들도 끝내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딸에게 ‘따뜻해 지면 놀러가자’고 한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게 된 한 전문관을 포함 전날 밤 교통사고로 숨진 농림수산식품부 지역개발과 소속 공무원 7명에 대한 영결식이 29일 농식품부장으로 열렸다.
오전 7시 삼성병원을 떠난 운구행렬은 이들이 평생 땀흘려 일하던 정부과천청사 농림식품부를 들러 장지로 흩어졌다.
◆“현장 목소리 들어야 한다더니 …” =
이들을 떠나보내는 농식품부와 가족 지인들은 비통에 쌓였다.
행시 39회로 주요 보직을 거친 김영준 지역개발과장은 지난해 8월 장관 비서관에서 물러나면서 수석과장 격인 농업정책과장 제의를 받았으나 “아직 순서가 안됐다”며 고사하고 지역개발과장을 맡았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어떤 일을 맡기든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있는데, 김 과장이 그런 사람”이라며 “농정과장을 맡으라 했지만 손사래 치고 평소에 농촌개발을 담당하고 싶었다며 지역개발과장을 원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현장을 중시했다.
허 훈 사무관은 25일에도 전북 부안에 현장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이날도 농촌마을종합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태안군 별주부권역과 서산 팔봉산권역 방문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정황근 농촌정책국장은 “올해부터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이 포괄보조금사업으로 바뀌게 돼 지방자치단체와 업무조율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산전문가인 임명근 사무관이 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세 자녀를 남겨놓고 유명을 달리하게 된 강동민 사무관은 이번 주 농촌정책국이 발표할 농촌활력증진사업을 담당하고 있었고, 한희경 전문관은 농촌주택사업을 위해 농식품부에서 3년 전 특채한 주택전문가였다.
농식품부 직원들은 “황은정, 배선자 실무관은 모두 한 살짜리 아이를 두고 현장 출장을 나설 정도로 업무에 충실한 일꾼들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고 현장은 별주부전 스토리텔링의 상징 = 지역개발과는 담당 업무가 많아 부처 내에서 과를 둘로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이날도 지역개발과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주말을 포함해 현장 방문 일정을 잡았다.
이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출장 길 점심식사도 화성휴게소 안의 식당에서 가졌다. 마을주민 4명을 포함한 간담회도 저녁을 겸해 가졌다. 20명이 저녁간담회를 하면서 나눈 술도 소주 5병에 불과했다.
사고 현장도 이 마을 개발의 핵심장소다. 사고가 태안 별주부권역은 전래설화 ‘별주부전’의 모태가 된 마을로 알려진 곳으로 이 마을은 지난 2007년부터 설화를 소재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진행해 지난해 농식품부 중간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은 곳이다. 사고차량을 운전한 문선호(46) 태안군청 도시계획계장은 이 마을 주민으로 마을개발사업의 간사를 맡고 있었다. 사고차량이 충돌한 덕바위(일명 자라바위)는 별주부전의 ‘토끼가 간을 말린 곳’이라는 관광안내표지가 붙어 있다.
주변에서는 “지역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현장을 하나라도 더 보고싶은 마음이 어두운 해변을 달리게 한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이례적으로 농민단체가 나서 이들의 죽음을 폄하하지 말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회장 이준동)는 29일 “공무 수행 중 유명을 달리한 농식품부 지역개발과 김영준 과장을 포함한 공무원 8명의 명복을 빌며, 현장행정의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자”는 추모의 글을 발표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늦은 오후 태안 별주부권역 방문길에 사고 … 추모 눈물 쏟아져
“엄마 미워, 하느님 엄마 살려주세요.”
27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장례식장. 최유진 양(7)은 어머니 한희경 전문관(38)의 영정을 붙잡고 목놓아 울었다. 눈물을 참고 있던 어른들도 끝내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딸에게 ‘따뜻해 지면 놀러가자’고 한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게 된 한 전문관을 포함 전날 밤 교통사고로 숨진 농림수산식품부 지역개발과 소속 공무원 7명에 대한 영결식이 29일 농식품부장으로 열렸다.
오전 7시 삼성병원을 떠난 운구행렬은 이들이 평생 땀흘려 일하던 정부과천청사 농림식품부를 들러 장지로 흩어졌다.
◆“현장 목소리 들어야 한다더니 …” =
이들을 떠나보내는 농식품부와 가족 지인들은 비통에 쌓였다.
행시 39회로 주요 보직을 거친 김영준 지역개발과장은 지난해 8월 장관 비서관에서 물러나면서 수석과장 격인 농업정책과장 제의를 받았으나 “아직 순서가 안됐다”며 고사하고 지역개발과장을 맡았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어떤 일을 맡기든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있는데, 김 과장이 그런 사람”이라며 “농정과장을 맡으라 했지만 손사래 치고 평소에 농촌개발을 담당하고 싶었다며 지역개발과장을 원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현장을 중시했다.
허 훈 사무관은 25일에도 전북 부안에 현장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이날도 농촌마을종합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태안군 별주부권역과 서산 팔봉산권역 방문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정황근 농촌정책국장은 “올해부터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이 포괄보조금사업으로 바뀌게 돼 지방자치단체와 업무조율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산전문가인 임명근 사무관이 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세 자녀를 남겨놓고 유명을 달리하게 된 강동민 사무관은 이번 주 농촌정책국이 발표할 농촌활력증진사업을 담당하고 있었고, 한희경 전문관은 농촌주택사업을 위해 농식품부에서 3년 전 특채한 주택전문가였다.
농식품부 직원들은 “황은정, 배선자 실무관은 모두 한 살짜리 아이를 두고 현장 출장을 나설 정도로 업무에 충실한 일꾼들이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고 현장은 별주부전 스토리텔링의 상징 = 지역개발과는 담당 업무가 많아 부처 내에서 과를 둘로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이날도 지역개발과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주말을 포함해 현장 방문 일정을 잡았다.
이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출장 길 점심식사도 화성휴게소 안의 식당에서 가졌다. 마을주민 4명을 포함한 간담회도 저녁을 겸해 가졌다. 20명이 저녁간담회를 하면서 나눈 술도 소주 5병에 불과했다.
사고 현장도 이 마을 개발의 핵심장소다. 사고가 태안 별주부권역은 전래설화 ‘별주부전’의 모태가 된 마을로 알려진 곳으로 이 마을은 지난 2007년부터 설화를 소재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진행해 지난해 농식품부 중간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은 곳이다. 사고차량을 운전한 문선호(46) 태안군청 도시계획계장은 이 마을 주민으로 마을개발사업의 간사를 맡고 있었다. 사고차량이 충돌한 덕바위(일명 자라바위)는 별주부전의 ‘토끼가 간을 말린 곳’이라는 관광안내표지가 붙어 있다.
주변에서는 “지역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현장을 하나라도 더 보고싶은 마음이 어두운 해변을 달리게 한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한편, 인터넷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이번 사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이례적으로 농민단체가 나서 이들의 죽음을 폄하하지 말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회장 이준동)는 29일 “공무 수행 중 유명을 달리한 농식품부 지역개발과 김영준 과장을 포함한 공무원 8명의 명복을 빌며, 현장행정의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자”는 추모의 글을 발표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