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 민심이다]“배추값 무서워 김치 못담가요”

이상 기후 후폭풍, 서민 식탁 강타 … “제사상에 오렌지 올려야하나”

지역내일 2010-05-07
#1. 경기도 남양주의 주부 최미순(41)씨는 최근 ‘생김치’를 먹어본 적이 없다.
평소 마음 놓고 사던 배추와 채소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인근 시장에서 파는 배추 한 통에 4500원. 파 한 단은 3000원이 넘는다. 작년 이맘때에 비해 거의 2배다.
평소 밑반찬을 자주 보내주던 친정 어머니도 ‘김치 택배 ’를 뚝 끊었다. “양념값 무서워 김치를 못 담근다”는 연락만 왔다.

#2. 대구에 거주하는 주부 안유경(45)씨는 장보는 횟수를 대폭 줄였다. 과일·야채를 사기 위해 대형 상가에 자주 들렀지만, ‘금참외’ ‘금사과’를 보며 장보기가 겁이 난다. 과일을 몇 번씩 들었다 놨다 하면서 망설이다 결국 살 엄두를 못냈다. 그나마 안씨가 사는 과일은 값이 내린 수입산 오렌지다.

#3. 대전의 주부 송수규(46)씨는 올해 제사에 배를 딱 한 개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까지는 제삿날이 과일 먹는 날이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배, 참외, 딸기가 모두 비싸 과일을 푸짐하게 살 수 없다. 가족회의까지 진행, 배를 안 살 수는 없으니 제사에 올릴 것만 사기로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1만원에 배 네 개를 샀어요. 그런데 올해는 더 작은 배 한 개에 5000원이죠. 참외도 비싸고, 딸기도 값이 많이 올랐어요. 날씨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싶네요.”

#4. 서울에 거주하는 맞벌이 부부 이 모(38)씨는 퇴근길에 매일 바나나를 산다. 지하철 역 앞 ‘트럭 과일가게’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곳에 바나나와 오렌지 외에 다른 과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돌린 토마토는 3개에 3000원. 너무 비싸다 싶어 결국 다시 바나나를 산다.

이상 기후 후폭풍이 농가에 이어 서민 식탁을 강타하고 있다.
배추 가격은 물론이고 주 양념인 파, 무 값도 오르면서 식탁에 채소 반찬이 사라질 상황이다. 과일 가격 폭등에 냉장고 신선식품 상자는 텅텅 비었다.

◆작황 피해, 신선식품 가격 상승으로 =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서민들은 밥상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루 세끼 국과 김치를 주요 반찬으로 먹는 우리나라 식습관을 고려할 때,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식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채소는 지난해 동월보다 28.9% 올랐다. 2007년 11월(45.2%) 이후 최고치다. 파는 83.4% 올랐고, 시금치는 78.1%나 폭등했다. 배추(67.3%), 무(50.2%), 부추(49.9%), 풋고추(44.6%)도 올랐다.
과일의 경우 주부들이 선뜻 국산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저온기온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 통계청 수치상 과일가격은 9% 올랐지만, 유통기간이 짧은 탓에 실제 판매현장에서의 과일 가격 상승률은 더 높다. 대표적 품목이 참외와 딸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참외 및 딸기 판매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40∼50% 높다.
반면 수입과일은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이렇다보니 ‘신선식품만큼은 국산’을 고집하던 주부들은 어쩔 수 없이 수입과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14일 GS슈퍼마켓 집계에 따르면 4월 초순 오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배 급증, 인기 과일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시기 인기가 가장 많았던 딸기를 선두 자리에서 밀어낸 것이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제사상에 오렌지를 올려야 하냐”는 말까지 나온다.

◆야채 없는 샤브샤브 = 폭등하는 야채값에 작은 식당 주인들도 울상이다. 서울 목동의 한 샤브샤브 전문점에서는 배추가 사라졌다. 손님들이 항의하지만, 식당측은 “적자보면서 장사할 수는 없다”며 비싼 야채 대신 숙주를 임시로 사용하고 잇다.
동대문구 일부 칼국수 전문점에서는 인기 반찬 배추 겉절이가 사라졌다. 저장해놨던 깍두기나, 부추 겉절이가 대신 식탁에 오른다.
안팎으로 빡빡한 상황을 보면서 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 조 모(43)씨는 날씨를 탓하면서도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성장기 두 아들 먹성을 감당하자면 일주일에 여러번 장을 봐야 하는데, 수입은 한정돼 있다.
물가는 자꾸 올라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 겨울이다.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살림은 점점 쪼들리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겨울에 이어 봄까지 계속 추운 날씨가 계속되자, 서민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도 흉흉하다. 대전의 송수규씨는 “배 가격이 2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다음 제사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날씨탓만 할게 아니라 정부가 먹거리 물가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사원 이 모(38)씨는 “5월에도 이렇게 추우니 하반기에 식탁 대란이 올 것 같다”며 “정치권이 지금부터라도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대구 박지은
수원 권성미 대전 김진숙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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