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지역내일 2010-05-12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박미현 (주부·서울 노원구 상계동)

밥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 해결의 매개체이다. 그래서, 밥은 시(詩)에서 흔히 상징과 비유로 쓰인다. 밥도 밥 나름이고, 먹는 방법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급히 먹으면 체하고, 상하거나 설익은 것을 먹으면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이 혹은 남모르게 먹으면 처먹는다고 한다. 간혹 우리는 배불리 많이 먹고 배탈이 나서 소화제를 먹기도 한다. 미식가에겐 이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므로, 양은 질에 우선하지 못한다.
밥은 천천히 적당히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천천히 적당히! 그것이 어렵고,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남산 타워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좋은 감정과 싫은 감정이 서로 교차된다. 일단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일탈의 시각이 주는 넓이와 거리에 쭈뼛해지고, 찬찬히 뜯어보면 빽빽한 건물로 뒤덮인 낮의 서울은 혼란 그 자체로 어지럽다.

‘빨리빨리’와 ‘대충 대충’
6·25라는 전쟁의 상흔으로 피폐화된 서울이 어떻게 이렇게 우후죽순의 많은 건축물로 급조되었는지 나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참으로 놀랍다. 아마 그래서 이방인들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듣기 좋은 소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급히 짓다 보니 정신이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굶어 죽을 판에 향내며 모양새를 따지거나, 나눠 먹을 이웃을 생각하고 밥 먹는 사람은 성인, 군자 아니고선 없을 테니까.
‘빨리빨리’ ‘대충 대충’ 주린 배부터 채워야 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역사 청산의 기회가 냉전의 논리에 박탈당한 남한의 현대사에선 밥그릇 나누기 과정이 언제나 권력을 쥔 자와 그것을 등에 업은 사람들에게 유리했다. 작은 밥그릇 가진 이들은 그 부조리의 틈바구니에서, 당장 조그만 밥그릇 차지도 힘겨웠다.
정당한 밥그릇을 위한 무수한 피와 땀과 눈물이 이 땅을 적신 뒤 밥 걱정 조금 덜하게 됐고, 이제 맛있게 먹으려고 할 때 쯤 이미 지어 놓은 것들은 이젠 불결하고, 거추장스럽고, 부실하단다. 결국 다 까부수고 새로 지을 수밖에.
재건축 승인이 떨어진 아파트는 분양가가 세상 모르고 치솟는다. 서민들 억장도 무너진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 하나 장만하려 십 수년을 저축하고 있는가?

추억의 공간 살아 있었으면
그래도 서울의 밤은 아름답다. 어둠 속에선 빛만 명멸하고, 너저분한 것들은 얼굴을 감추니까. 어둠 속에서 빛들이 모이고 흐르면 아름답다. 한강 올림픽대로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퇴근길의 운전자야 짜증을 내고 있을는지 모르지만, 수많은 차량들이 모여 이루는 빛의 물줄기는 가히 장관이다.
서울은 오늘도 변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변해서, 늙었을 때 추억의 공간이 많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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