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장
대원여객 등을 거느린 KD운송그룹 허명회 회장이 ''작업복 디자인은 곤란하다''는 앙드레김을 무려 5년이나 설득한 끝에 ''승무사원''(직원)의 근무복을 디자인해서 올 여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명품 근무복''을 입어야 ''명품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허명회 회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란다. 이런 회사는 흥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잘 나가는 회사는 반드시 디자인을 챙긴다.
‘아름다운 공장’의 원조로 꼽히는 부산의 리노공업. 영업이익률이 무려 35%를 넘나든다고 한다. 2001년에 출범한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마케팅으로 카드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현대카드는 혁신적인 사무공간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디자인으로 직원을 붙잡는 회사들’을 열거하자면 꽤 많다. 병원을 미술관처럼 꾸미는 사례들도 많다. 환자에게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주면 정서적 안정은 물론 신체적 고통의 감소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시들어가는 지역사회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되살아나고 주민들이 공동체의식을 회복하여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미담사례들도 종종 지면에 소개된다. 자,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고, 배우고, 일하고, 쉬는 공간이 모두 건축물이다. 건축보다 더 중요한 디자인이나 미술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한 도시나 국가의 품격과 매력을 좌우하는 것도 건축이다. 우리가 외국에 가서 보는 것이 주로 건축물이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굳이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건설기술과 안전, 또는 재테크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던 건축을 이제는 문화예술로 바라볼 때가 됐다. 건축은 우리의 삶을 담는 소중한 그릇이다.
문제는 이미 전국토가 성냥갑 아파트로 도배되다시피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랑거리이자 서울의 진정한 랜드마크인 한강은 아파트로 촘촘히 포위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작은 일이라도 공공부문에서 건축을 할 때에는 솔선해서 문화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작년에 문을 연 을지로 119안전센터와 명동파출소가 그것이다.
우울한 얘기도 있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각종 공사에서 공사비의 50%를 원청업체가 챙긴다는 보도(내일신문 2010. 4. 8)와 부단히 지면을 채우는 공무원들의 비리 관련 기사들이 그것이다. 일단, 지방자치단체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주민참여 공사감독제를 모든 관급공사에 적용해야 한다. 공사 과정에 개재될 수 있는 비리를 막고 공사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어 아쉽다.
동시에, 공무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역량을 배양하고 협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지난 편향적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에 좌우되지 않는 건전한 실용적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것도 공무원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건축문화는 그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과정이 건실하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건축문화는 정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도덕성으로 꽃을 피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장
대원여객 등을 거느린 KD운송그룹 허명회 회장이 ''작업복 디자인은 곤란하다''는 앙드레김을 무려 5년이나 설득한 끝에 ''승무사원''(직원)의 근무복을 디자인해서 올 여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명품 근무복''을 입어야 ''명품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허명회 회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란다. 이런 회사는 흥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잘 나가는 회사는 반드시 디자인을 챙긴다.
‘아름다운 공장’의 원조로 꼽히는 부산의 리노공업. 영업이익률이 무려 35%를 넘나든다고 한다. 2001년에 출범한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마케팅으로 카드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현대카드는 혁신적인 사무공간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디자인으로 직원을 붙잡는 회사들’을 열거하자면 꽤 많다. 병원을 미술관처럼 꾸미는 사례들도 많다. 환자에게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주면 정서적 안정은 물론 신체적 고통의 감소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시들어가는 지역사회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되살아나고 주민들이 공동체의식을 회복하여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미담사례들도 종종 지면에 소개된다. 자,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고, 배우고, 일하고, 쉬는 공간이 모두 건축물이다. 건축보다 더 중요한 디자인이나 미술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한 도시나 국가의 품격과 매력을 좌우하는 것도 건축이다. 우리가 외국에 가서 보는 것이 주로 건축물이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굳이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건설기술과 안전, 또는 재테크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던 건축을 이제는 문화예술로 바라볼 때가 됐다. 건축은 우리의 삶을 담는 소중한 그릇이다.
문제는 이미 전국토가 성냥갑 아파트로 도배되다시피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자랑거리이자 서울의 진정한 랜드마크인 한강은 아파트로 촘촘히 포위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작은 일이라도 공공부문에서 건축을 할 때에는 솔선해서 문화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작년에 문을 연 을지로 119안전센터와 명동파출소가 그것이다.
우울한 얘기도 있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각종 공사에서 공사비의 50%를 원청업체가 챙긴다는 보도(내일신문 2010. 4. 8)와 부단히 지면을 채우는 공무원들의 비리 관련 기사들이 그것이다. 일단, 지방자치단체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주민참여 공사감독제를 모든 관급공사에 적용해야 한다. 공사 과정에 개재될 수 있는 비리를 막고 공사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어 아쉽다.
동시에, 공무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역량을 배양하고 협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지난 편향적 이념이나 정치적 이해에 좌우되지 않는 건전한 실용적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것도 공무원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건축문화는 그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 과정이 건실하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건축문화는 정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도덕성으로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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