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알파독

지역내일 2010-05-13
그들의 세계 선거판 장악 시나리오



제임스 하딩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1만6천원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의 주요 선거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소여 밀러 그룹’. 영국 출신 언론인 제임스 하딩은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를 좇았다.
하딩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취재하던 중 ‘부시의 책사’ 칼 로브를 통해 오늘날 선거에서 정치 컨설턴트는 과연 어떤 존재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하딩이 뒤쫓은 것은 이른바 미국식 정치 컨설팅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소여 밀러 그룹’의 행적. 이 그룹은 1970년대 후반부터 인물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선거 캠페인,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슬로건 부각 전술 등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미디어 정치를 전 세계에 전파한 정치 컨설팅 업체다.
미디어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정치 문화를 이끌었던 소여 밀러 그룹을 망보는 개의 무리를 이끄는 대장 개에 빗대어 ‘알파독’이라고 지칭하며, 수백 번의 인터뷰와 꼼꼼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이들 ‘알파독’들이 누볐던 전 세계 주요 정치 현장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책의 서문을 연다.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일반적인 원칙을 끌어낼 수 있다. 즉 타인이 강력한 권력을 거머쥐도록 자초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반드시 자멸한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군주론’에 나오는 말처럼 소여 밀러 그룹은 네거티브 전략을 쓰더라도 선거에서 이긴다는 전략을 가장 먼저 구상한 인물이다.
데이비드 소여는 본래 배우 지망생이었지만 침착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카메라 뒤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한 인물이다. 기록영화를 만들던 소여는 1960년대 후반 정치인들의 의뢰를 받아 전기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 준 영화 덕분에 유대인 사업가가 펜실베니아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소여는 자연스럽게 선거판에 몸을 담게 된다. 1968년 푸에르토리코 정치인의 홍보 영상을 제작하며 남미와 인연을 맺은 소여는 몇 년 뒤 베네수엘라에서 첫 대통령 선거를 경험한다.
그가 지원한 후보는 지지율 1위의 여당 후보 로렌소 페르난데스. 엘리트 출신인 페르난데스는 전임 대통령의 성과를 이어받아 무난히 승리하리라 예상됐지만 경쟁 후보인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에게 패배하고 만다. 당시 양쪽 정당은 정책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후보의 이미지가 선거를 좌우했다.
소여는 여기서 선거전략의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바로 ‘거짓 포장’의 함정이다. 소여는 얼룩무늬 고양이를 호랑이라고 선전했던 베네수엘라 선거의 일을 회상한다. 필사적으로 페르난데스 선거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을 방안을 찾아다녔지만 정치 컨설팅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소여는 이 일을 통해 후보의 실제 인물상을 완전히 무시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터득한 것이다.

소여 밀러 그룹은 또 다른 창시자 스콧 밀러는 “코카콜라와 함께 웃어요”의 광고를 만든 카피라이터였다. 유명 광고 회사에 막 입사한 1975년 소여가 함께 일하자며 그를 찾아왔다. 당시 밀러는 틈틈이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1982년 소여 밀러 그룹이 공식적으로 창립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자유롭게 협력해서 일했다. 보스턴 시장 선거 역시 그런 상황에서 진행됐다.
1978년 말 소여와 밀러가 케빈 화이트 보스턴 시장의 선거운동을 맡을 당시 화이트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보다 26퍼센트나 뒤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화이트가 자신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 오만한 계파 정치의 우두머리라고 여겼다. 시간 여유가 없었던 그들은 화이트의 단점을 감추고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각시켰다. 대신 능력있는 시장으로 보스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시와 사랑에 빠진 고독한 남자’라는 감성적인 광고를 만들어 냈다. 이로서 화이트는 계파 정치의 우두머리가 아닌 보스턴을 사랑하지만 약점이 많은 인간으로 평가됐다. 화이트 시장은 다시 한 번 보스턴을 품에 안았다. 기록적인 4선 시장은 소여 밀러의 이런 전략 덕분이었다.
이런 전략은 텔레비전을 거부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1984년 미국 대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레이건 탄생의 비결이 텔레비전이었다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 제임스 하딩은 영국의 언론인으로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후 중국 상하이 지국을 개국하고, 미국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2006년 타임스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 편집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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