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초고

지역내일 2010-05-20
판교 알파돔시티, 3년째 착공도 못해
판교신도시 96% 입주, 주변 편익시설 없어
자금조달 어려워 지지부진 … 사업계획 변경

“급할때는 단지내 가게를 이용하는데 마트가 없어 분당 용인 죽전이나 분당 서현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요. 가족들끼리 외식이라도 하려면 분당이나 강남으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다른건 몰라도 애들 보낼 학원도 변변치 않아서…”
올 2월 판교 산운마을로 이사온 주부 박 모(42)씨는 주변 편익시설이 없는 생활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실제 판교 신도시에는 제대로 된 할인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을 찾아보기 힘들다. 편익시설이 없다보니 인근지역으로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판교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AK플라자 분당점의 경우 판교 신도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양성진 애경그룹 상무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AK플라자 분당점 매출을 비교한 결과 10% 가량 올랐다”면서 “식료품과 잡화, 의류제품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올 1분기는 70%대를 밑돌던 판교신도시 입주가 80% 이상 급속도로 늘어난 때다.
봇들마을에 위치한 ㄱ부동산의 이 모 사장은 “판교지역에 근린상가는 올해 들어서면서 분양을 시작한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외지’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입주민들이 여러 불편을 호소하지만 행여 집값이 떨어질까 꾹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3만가구 도시 중심부는 허허벌판 =
공공기관이 신도시나 택지개발을 하면서 입주민들에게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표류하면서 오히려 입주민들에게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소개한 판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공모형 PF사업은 주거지역과 연계해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착공하는데 반해 판교역세권개발은 주변지역 주민들의 입주가 마무리 되는 상황에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12만2150㎡ 8개 필지에 들어설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 중심부의 편의시설로 2007년 5월 사업을 시작한 이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도 못하고 있다. 알파돔시티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백화점, 미디어타운, 스포츠 및 문화, 업무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당초 롯데백화점도 판교점 입점을 준비했으나 ‘사업특성상 변수가 많다’며 입점에 대해 확답을 못하고 있다. 판교역세권개발 시행사인 알파돔시티PFV는 백화점과 영화관, 할인점, 30%의 업무시설을 선매각 하려 했으나 계약된 사례는 없다.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 2기 신도시인 판교는 922만㎡ 부지에 공동주택 2만5790가구와 단독주택 3473가구 등 2만9263가구 8만7000명을 수용하기 위해 추진됐다.
판교신도시는 2008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1단계 사업이 마무리 됐고 올해 말 2단계 사업이 준공된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준공된 아파트는 모두 1만7915가구로, 이중 1만7246가구가 입주해 96%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도 대부분 잔금을 입금했으나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실입주를 미룬 경우다. 여기에 주거전용 단독택지 1354개와 점포겸용택지 602개 등 부지에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또한 판교테크노밸리에 최근 입주를 마무리한 삼성테크윈을 앞세워 2012년말까지 SK케미칼 안철수 연구소 NHN 엔씨소프트 등 300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판교의 상업용지는 전체 토지중 1.45%에 불과하다. 인근 분당이 8.5%, 죽전이 6.8%인데 반해 상업용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알파돔시티 사업은 점점 미뤄지고 있다.

◆책임준공 보증 논란 =
알파돔시티 사업은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발주처와 시공사, 보증기관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표류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알파돔시티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가야 했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착공시기가 올 3월로, 다시 7월로 두 차례 연기됐다. 그나마 7월 착공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완공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건설사들의 보증능력이 약화된 데서 비롯됐다. 주택보증공사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주거 및 상업시설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것. 그러자 알파돔시티는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을 대주보에 넘기고 분양보증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 어려워졌다.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은 특수목적회사(SPC)의 유동화증권 발행 담보로도 잡혀 있어 이중담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은 사업이 무산될 경우 이미 납부한 토지대금 중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을 반환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알파돔시티는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총 토지대금 2조5580억원 중 1조850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토지중도금반환채권이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채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담보로서의 효력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주보는 건설사의 보증이나 담보 대신 발주처인 LH에 책임준공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준공 보증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출(보증)원금이나 이자에 대해 돈을 물어주는 지급보증과 달리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가장 약한 보증에 속한다.
하지만 LH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LH관계자는 “LH가 참여하고 있는 공모형 PF사업 중 책임준공보증을 해준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알파돔시티 사업에 보증을 해줄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건설사들이 보증문제를 도맡기로 한 기본협약만 지켜주면 문제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보증 문제를 놓고 발주처와 건설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양보증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금융사들의 본PF는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풍성주택 지분 처리도 문제 =
알파돔시티의 주주사 중 한곳인 풍성주택의 부도도 악재다. 중견건설업체인 풍성주택은 지난 10일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다. 풍성주택은 알파돔시티에 147억5000만원을 출자해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시공 주간사인 롯데건설 다음으로 많다. 행정공제회, LH, 산업은행, 롯데건설, 두산건설과 함께 이사회에도 참여해왔다.
문제는 풍성주택의 지분을 누가 떠안느냐다. 주주로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풍성주택이 맡아온 비상임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풍성주택이 출자한 지분을 처리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며 “건설투자자 중 가장 지분이 많은 롯데건설이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풍성주택 지분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출자지분 부담을 늘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계획변경 추진 … 착공 또 늦춰질듯 =
사실 알파돔시티 사업이 꼬인 근본 이유는 처음부터 사업계획을 무리하게 잡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알파돔시티의 토지 감정가격은 3.3㎡ 3300만원. 하지만 시공사가 구입한 가격은 이보다 두배가 넘는 평당 7000만원이었다. 그러다보니 알파돔시티 총 투자비 5조671억원중 토지대금이 2조5580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토지를 비싸게 사다보니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일반 분양 면적이 넓은 분양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사업계획서상 일반분양하는 상업시설은 주상복합 상업시설, 중심상업불록 상업시설 등으로 총 분양가격은 1조1300억원에 달한다. 또 기관 투자자와 기업에 매각하는 시설은 주상복합 오피스, 중심상업블록의 상업 숙박 업무 시설로 매각 금액이 총 3조1223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계획대로라면 알파돔 시티 상가 1층의 3.3㎡ 분양가는 최고 7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최근 판교 일대 공급된 상가의 평균 분양가인 1600만원의 4배가 넘는다. 부동산 경기가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이처럼 분양가가 턱없이 높게 설정되면 분양 자체가 힘들어지는 건 뻔한 일.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게 된 이유다.
이에 따라 알파돔시티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업계획변경안에 대해 논의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과도한 상업시설을 5% 가량 줄이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업무공간을 그만큼 늘릴 예정이다.
하지만 7월로 예정된 토지납부시한과 공사착공예정일에 앞서 사업계획 변경안을 확정짓고, 토지비 및 사업비까지 조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알파돔시티 착공시점은 또 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파돔시티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 관계자는 “7월중 토지비를 납부하고 공사를 시작하려면 그 이전에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PF도 추진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관련 당사자들간 협의가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모형PF 특별취재팀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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