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한-미-일 3각동맹 부담 … 일본과는 영토분쟁도
러, 발언권 회복 시도 … “대화 통한 협상만이 해법”
천안함사건 발생과 공식 조사결과 발표 이후 숨가쁘게 진행되던 우리 정부의 외교전이 변곡점을 돌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정부는 필요한 동력을 얻었다는 판단 아래 조속한 시일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이 문제를 갖고 간다는 생각이다. 30일 정부 핵심당국자는 “상대적으로 북한 쪽에 치우쳤던 중국이 중간지대에 들어섰다”며 “이는 분명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간지대=한국 지지’ 입장이 아니듯이 동북아에서의 각국 이해관계는 한-중관계를 뛰어넘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일 분쟁, 천안함으로 더 꼬일 가능성 = 지난 4월 7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5척의 훈련선이 오키노도리시마에 정박했다.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188명의 자위대원이 상륙해 섬을 둘러봤다.
일주일 뒤. 10척으로 구성된 중국 해군 선단이 이 섬 인근으로 진출, 가상 잠수함 공격을 비롯한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펼쳤다. 5km 바깥에서 지켜보던 자위대 구축함을 침몰시킬 수 있다는 무력시위였다. 한 일본외교관은 “중국 헬기 1대는 자위대 군함 6m까지 접근해 매우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며 “중국 잠수함이 오키노도리시마 해역을 자유롭게 다닌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오키노도리시마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을 둘러싸고 중-일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 하지만 군사적 목적 또한 적지 않다.
중국은 80년대 오키나와섬을 기점으로 ‘1차 방어선’을 그어왔다. 양안사태 발발시 주일미군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중국은 일본 오가사와라섬~괌을 잇는 ‘2차 방어선’을 긋고 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주일미군 상당수를 괌으로 옮겨 신속기동군 형태로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서는 천안함사건 이후 한-미-일 3국이 철저한 공조로 ‘신 남방 3각동맹’이 강조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 특히 안보위기론이 고조되면서 미-일 군사유대가 강화될 조짐이다. 지난 28일 그 동안 오바마 행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주일미군 기지재편 계획이 전격 해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오카다 일본외상은 “천안함사건이 주일미군의 중요성을 일본인들에게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만큼 중국의 경계심은 높아지게 됐다.
◆미국 “중, 안보리 의장성명 정도는 동의할 듯” = 중국이 동북아안정을 최우선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한 외교당국자는 “중국은 ‘화평굴기’라는 표현에서 나아가 지금은 ‘화평(나라 사이가 화목함)발전’이라는 용어로 인접지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사건 범정부조치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상하이종합지수가 50.79포인트(1.90%)나 하락한 점에서 보듯 경제적 이해관계도 적지 않다. 때문에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그르치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자극할 조치는 취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미-중 전략대화를 마친 미국관리들은 중국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아니지만 의장성명에는 동의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외교적 수사에 그칠 의장성명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에서다.
한편 대국성향의 러시아 역시 천안함문제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발언권을 되살리려는 중이다. 알렉세이 브로다브킨 러시아 외교차관은 30일 “해군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31일 서울로 떠날 예정”이라며 “귀국 후 결과를 보고하면 정부 차원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격앙된 한국여론만을 믿고 과격한 외교술을 구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한국지지 입장이 분명하지만 조만간 천안함 단일사건보다 북핵 비확산 등 범세계 이슈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서터 조지타운대 교수는 “천안함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조엘 위트(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레온 시걸(미 사회과학연구협의회 연구위원) 등 온건파를 중심으로 “외교를 침몰시키지 말고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로 되돌아가라”는 주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이유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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