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30주년을 맞으며
윤장현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며칠 후면 광주 5월 항쟁 30주년을 맞게 된다. 3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은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는 물론이고 경험했던 세대에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놓아버릴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30주년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과거완료형의 망각의 역사에서 미래진행형의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번 30주년 행사는 추모식, 학술토론, 문화행사 등으로 규모의 판을 넓혀 놓은 듯하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망월동 묘역을 찾는 정치인들의 순례를 보게 될 것이고, 광주시민마저도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할지도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미래를 향한 비젼과 실천과제를 담보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의 5월 운동, 5월 단체 활동, 시민의 참여와 인식, 전국화, 세계화 등 모든 면에서 진정어린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다시 말할 것 없이 광주 5월 항쟁은 한국 현대사를 가르는 역사적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부당한 국가폭력에 대항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내 가족과, 공동체를 지켜내고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한 자유와 민주를 향한 처절한 항쟁이었다.
‘희망의 역사’ 만들어야
5월 운동은 10일간의 처절한 항쟁기간 동안 이루어냈던 저항과 참여, 그리고 자치공동체의 대동세상을 이루었던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장엄한 역사였다.
5월의 피를 먹고, 가족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온 몸으로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군부독재 퇴진을 원했던 광주시민은 물론, 아픈 역사에 함께하지 못했던 전국의 청년 학생 지식인 종교인 노동자들까지 함께해서 이루어낸 민주화 운동이 바로 전국화된 5월 운동이었다.
이는 결국 87년 6월 항쟁을 정점으로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직선제 개헌을 이룩해 낸 장엄한 시민혁명으로 꽃을 피웠다. 92년 문민정부의 등장 이후 5·18민주화 운동으로 공식화 되면서 광주 5월 항쟁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고 보상과 배상, 그리고 망월동 성역화와 국가기념일 제정 등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요구들이 수용된 것이다. 광주시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참여했던 민주화의 대장정이 승리로 끝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돌이켜 보니 제1의 과제였던 진상규명을 명백히 해내지 못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보상금을 주고받는 통과의례로 생각했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 당시 보상과 배상을 거부하거나 미루고 진상규명을 끝까지 관철해냈다면 오늘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92년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광주는 정치적으로는 복권되었다. 이후 5월 운동은 추모사업과 정신계승 사업으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5월 정신의 세계화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우리의 역사와 똑같았던 그들에게 5월의 가치와 경험을 나눈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절대빈곤을 극복한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고 지원하는 5월의 세계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아픔이 자리하고 있다. 추모 받아야 할 5월 당사자들이 추모하는 중심이 되고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주체가 되면서 시민들은 그저 5월 행사의 참여자로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광주가 정치적으로 5월 정신이 꽃피는 민주·인권·평화의 지역공동체를 이루어내지 못한 부끄러운 도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5월 단체가 주관하는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만 머문다면 잊혀져가는 5월이 될 위험성이 크다. 5월 단체만이 안고 있으면 시민이 설 땅이 없어지고 광주 시민만이 안고 있으면 전국화는 이룰 수 없다.
5월 단체들 변화 있어야
대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모 사업은 5월 단체가, 정신계승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이제 항쟁의 도시다운 대동세상을 광주에서 이루어 낼 때다. 시민들은 5월 단체들의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영원한 청춘의 도시 광주가 한국사회의 짐이 되지 않고 21세기 우리들이 희망하는 세상, 소외된 자와 약자가 배려받고 인권과 평화가 살아 숨쉬는 더불어사는 공동체가 될 때 광주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30주년을 맞아 저항의 몸짓에서 참여와 창조의 패러다임으로 대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광주가 한국사회 고립된 섬으로 남겨지는 한, 한국사회는 역사적인 채무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해야 할 때다. 기념은 잊지 않고 기억하기위한 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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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아시아인권위원회 이사)
며칠 후면 광주 5월 항쟁 30주년을 맞게 된다. 30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은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는 물론이고 경험했던 세대에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놓아버릴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30주년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과거완료형의 망각의 역사에서 미래진행형의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번 30주년 행사는 추모식, 학술토론, 문화행사 등으로 규모의 판을 넓혀 놓은 듯하지만,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망월동 묘역을 찾는 정치인들의 순례를 보게 될 것이고, 광주시민마저도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할지도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미래를 향한 비젼과 실천과제를 담보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의 5월 운동, 5월 단체 활동, 시민의 참여와 인식, 전국화, 세계화 등 모든 면에서 진정어린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다시 말할 것 없이 광주 5월 항쟁은 한국 현대사를 가르는 역사적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부당한 국가폭력에 대항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내 가족과, 공동체를 지켜내고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기 위한 자유와 민주를 향한 처절한 항쟁이었다.
‘희망의 역사’ 만들어야
5월 운동은 10일간의 처절한 항쟁기간 동안 이루어냈던 저항과 참여, 그리고 자치공동체의 대동세상을 이루었던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장엄한 역사였다.
5월의 피를 먹고, 가족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온 몸으로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군부독재 퇴진을 원했던 광주시민은 물론, 아픈 역사에 함께하지 못했던 전국의 청년 학생 지식인 종교인 노동자들까지 함께해서 이루어낸 민주화 운동이 바로 전국화된 5월 운동이었다.
이는 결국 87년 6월 항쟁을 정점으로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직선제 개헌을 이룩해 낸 장엄한 시민혁명으로 꽃을 피웠다. 92년 문민정부의 등장 이후 5·18민주화 운동으로 공식화 되면서 광주 5월 항쟁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고 보상과 배상, 그리고 망월동 성역화와 국가기념일 제정 등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요구들이 수용된 것이다. 광주시민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참여했던 민주화의 대장정이 승리로 끝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돌이켜 보니 제1의 과제였던 진상규명을 명백히 해내지 못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보상금을 주고받는 통과의례로 생각했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 당시 보상과 배상을 거부하거나 미루고 진상규명을 끝까지 관철해냈다면 오늘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92년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광주는 정치적으로는 복권되었다. 이후 5월 운동은 추모사업과 정신계승 사업으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5월 정신의 세계화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우리의 역사와 똑같았던 그들에게 5월의 가치와 경험을 나눈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절대빈곤을 극복한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고 지원하는 5월의 세계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아픔이 자리하고 있다. 추모 받아야 할 5월 당사자들이 추모하는 중심이 되고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주체가 되면서 시민들은 그저 5월 행사의 참여자로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광주가 정치적으로 5월 정신이 꽃피는 민주·인권·평화의 지역공동체를 이루어내지 못한 부끄러운 도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5월 단체가 주관하는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만 머문다면 잊혀져가는 5월이 될 위험성이 크다. 5월 단체만이 안고 있으면 시민이 설 땅이 없어지고 광주 시민만이 안고 있으면 전국화는 이룰 수 없다.
5월 단체들 변화 있어야
대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모 사업은 5월 단체가, 정신계승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몫으로 돌려져야 한다. 이제 항쟁의 도시다운 대동세상을 광주에서 이루어 낼 때다. 시민들은 5월 단체들의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영원한 청춘의 도시 광주가 한국사회의 짐이 되지 않고 21세기 우리들이 희망하는 세상, 소외된 자와 약자가 배려받고 인권과 평화가 살아 숨쉬는 더불어사는 공동체가 될 때 광주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30주년을 맞아 저항의 몸짓에서 참여와 창조의 패러다임으로 대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광주가 한국사회 고립된 섬으로 남겨지는 한, 한국사회는 역사적인 채무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해야 할 때다. 기념은 잊지 않고 기억하기위한 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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