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세대교체’로 선거민심 뛰어넘기 95년 YS에게 배웠나

지역내일 2010-06-15
선거패배 뒤 인적쇄신으로 주도권 유지 비슷
민심은 ‘밀어붙이기’ 심판, 본질 벗어난 해법

요즘 여권 내부에선 1995년 정치상황을 회고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강산이 한번 반이나 변할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여권이 처한 정치환경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시 집권 3년차 김영삼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집권초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숙청으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던 김영삼 정부는 선거패인의 중심에 구태의연한 민자당이 있다고 판단했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에는 옛 민정계인사가 득실대고 있었다.
김 대통령은 선거패배 뒤 ‘YS식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국정 전면에 최형우 김덕룡 서석재 등 측근을 배치했고 당은 이듬해 총선 공천을 통해 대대적으로 물갈이했다. 특히 총선 공천에선 김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자신의 출마는 포기하면서 현역교체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리는 ‘공천혁명’을 주도해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병 원인 다른데 처방만 같아 =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연설에서 갑자기 대대적 세대교체를 통한 여권 재편 뜻을 밝혔다. 6·2 지방선거에서 패배를 안긴 민심에 대한 답으로 세대교체를 내놓은 것이다. 95년 당시 김영삼 정부가 내놓은 ‘YS식 인적쇄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세대교체란 화두를 내놓자 국정쇄신 요구로 들끓던 한나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대교체 바람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젊고 활력있는 정당”이란 미끼를 던지자 40∼50대 정치인은 물론 쇄신 목소리를 높였던 소장파까지 한달 뒤 전당대회로 달려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YS식 해법’에 대해 “병의 원인이 다른데 처방만 같게 하는 꼴”이란 비판이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지난 12일과 13일 양일간 전국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꼽은 응답이 46.1%로 가장 많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반대(56.3%)가 찬성(39.4%)을 여전히 압도했다.
여론조사와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문제는 청와대”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민심을 거스르면서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점을 심판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14일 세종시 문제를 국회로 떠넘기고 4대강 사업은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밀어붙이기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 대신 세대교체란 화두를 던져 선거 민심과 동떨어진 해법을 제시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2010년의 선거패배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는 점에서 95년과 같은 해법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진정성도 의심받아 = 이 대통령이 던진 세대교체 화두의 진정성도 의심을 받고 있다. 선거 민심을 왜곡하는 효과 말고도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 차기주자들의 입지를 좁히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여권의 새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우려도 강하다. 이 대통령이 세대교체를 내건 이후 여권에선 개혁성이나 구체적 쇄신책을 구상 중인 신선한 차세대를 발굴하기보단 권력 주변에서 몸집을 불린 40∼50대 정치인들을 자천타천 앞세우는 형국이다.
3선 이한구 의원은 “국민의 바람은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방식을 바꾸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하라는 것”이라며 “엉뚱하게 세대교체를 핑계 삼아 권력의 심부름이나 하던 사람들, 권력 주변에서 이득이나 챙기려던 사람들을 등장시킨다면 민심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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