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슈퍼글로벌 리더

지역내일 2010-06-04
세계 1% 지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생각법

이미숙 지음
김영사 13000원


차 미 례 언론인. 번역가


우리는 왜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가. 그것은 스스로 답을 구할 지적인 능력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엄청난 지혜와 경륜을 쌓아도 정답을 내기가 너무도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인류초기의 동굴 그림이 문자와 역사를 잉태하듯, 현인에게 가서 ‘물어보는 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별화를 부른 다른 발전 동력이 되었음직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비록 영원한 종교적 구원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예측불가의 시대를 살고 있는 21세기의 인류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선각자들의 경험과 지식에 어느 정도 기댈 수 밖에 없다.
요즘처럼 지구촌의 먼 나라 경제위기가 오늘 나의 삶을 강타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단답형 해법을 구하기 어렵다. 다른 중요인물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해법들이 있는지 알아낸 다음에 나름대로 오늘, 지금, 여기에 맞춰 답을 구할 뿐이다. 천안함사태와 북풍-노풍이 몰아치는 혼탁한 선거전의 와중에서 한국과 아시아가 어디로 갈지 ‘답답한 마음에’ 읽게 된 이 책은 세계 석학과 미래 예측자들의 발언을 통해 지금 한국사회나 한국의 리더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전형적인 성공학 처세술서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 책은 제목만 연성으로 포장돼있을 뿐 내용은 매우 엄중하다. 지적 호기심과 글로벌시대의 근심에 충만한 현역기자의 일종의 ‘위장잠입형 현대지성사’ 인터뷰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인터뷰가 실린 22명의 ‘세계의 지성’은 다양하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인 빌 에모트,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 글로벌 트렌드 연구가 로스 허니윌등 세계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 부류이다. 또 한 부류는 특이한 삶의 역정, 서로 다르거나 완전히 상반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로 좌파 역사학자 하워드 진, 68세대 저널리스트 폴 버먼, 네오콘의 대표주자 빌 크리스톨, 쿠바 반체제 시인 라울 리베로 , 시민운동가 벤자민 바버와 월든 벨로,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에드윈 퓰너같은 이들이다. 이들의 솔직한 신상 발언과 글로벌 대안은 우리가 늘 접해온 해외 유명 인사나 석학들의 “ 교장선생님 말씀”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자는 워싱턴 특파원 시절과 그 이후의 취재과정에서 자신의 업무상 당장 필요한 인터뷰 외에도 궁금한 것은 끝까지 쫓아가서 심층확인하는 ‘기자근성’의 발로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지만 , 자의적 해법을 내놓는 대신에 두 마리 토끼를 들고 토끼장 밖에 서 있다.
이를테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글로벌리제이션 분석서 ‘세계는 평평하다’를 펴내 세계화 낙관론을 펼쳤다. 과학기술 발전과 정보유통의 쾌속화로 세계 모든 나라는 서로 밀접해졌고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가 됐으며 상품, 서비스시장의 세계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반론을 편 경제분석가 데이비드 스믹은 프리드먼의 책제목까지 뒤집은 저서‘세계는 평평하지 않다’에서 세계화가 일관되게 추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의 이중성을 강조했다. 글로벌리제이션이 일직선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곡선으로 진행되고 있어 금융 불안정성과 함께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2단계가 열린다는 진단이다.
기자는 양자의 주장 밖에 서 있지만 세계화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한국사회의 정보부족과 현 정권이 지향하는 막연한 ‘글로벌 코리아’의 구체적 전략부족을 서문에서 지적한다. 자칫하면 구호나 선전효과에 몰입해서 성급한 문제해결책을 구할 수 있으므로 위기의 뿌리를 추적하고 글로벌 리더들의 진단과 반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변화든 모든 세계인이 무관할 수가 없는 시대이다. 어제 뉴욕 증시의 등락이 오늘 당장 한국인들의 경제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진단과 예측의 선수들에게 세상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들은 21세기의 제반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적과 인종과 전문분야가 다 다른 그들의 삶의 지침과 앞으로의 대안은 어떤 것인지를 직접 육성으로 들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제로섬 사회’ ‘세계경제전쟁’등 유명 저서로 국내에도 많은 추종자를 갖고 있는 레스터 서로 같은 경제학의 거장도 단답형 해법은 없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빌 게이츠가 2년전 다보스에서 극단적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제안한 ‘친절한 자본주의’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그는“ 자본주의는 친절하지 않다. 시스템이 어떻게 친절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한다. 그리고 그런 것을 제안한 사람이 시장에선 독점적 행위를 했다고 갈파한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한국의 경제발전은 일단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마라톤적 지구력을 관건으로 꼽는다. 권위주의 시대의 경제발전속도가 민주화 이후 둔화됐다는 그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경제발전-민주화-선진국 진입’이라는 단계에 익숙한 한국 지식인들의 상식을 한번 쯤 뒤집어 보게 만든다.
반면 진보적 역사학자 하워드 진 같은 사람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세계역사를 정확히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야한다’고 충고하기도 한다. ‘ 북한은 사회주의와 무관한 부패한 이념의 관료국가일 뿐’이라 규정하고 반미 대신 북한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위해 싸우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인터뷰 대상 중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인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비교적 많이 포함돼있는 편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상이한 의견들의 스펙트럼 속에서 오히려 그들이 그간 내놓았던 방대한 분량의 문제 저서들을 다 읽지 않고도 그 핵심주장을 이해할 수 있으며, 남의 나라 얘기에서도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덧붙여 인터뷰 화자들의 재치와 인간적 면모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 이런 인터뷰집이 갖는 재미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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