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는 환락구

대구 최대 환락지역으로 전락…살기좋은 곳은 옛 말 행정기관의 솜방망이 단속, 불·탈법 부채질

지역내일 2000-10-25
대구 최대의 신흥 교육 및 주거지역으로 떠 오른 수성구가 불이 꺼지지 않는 환락구로 전락
하고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유흥주점, 퇴폐 가요방, 러브호텔 등으로 주거와 교육환경은 날이 갈수록
나빠져 가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하루 밤에만도 헤아릴 수 없는 불·탈법이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관리감독권은 관련 법규의 폐지 등으로 솜방망이가 돼 버렸고 언제나
처럼 인력부족만 탓하고 있다. 사법기관은 팔짱 낀 채 지켜만 보고 있다.

규제완화 이후 유흥업소 등의 집중
지난해 3월, 10년 동안 묶여있던 유흥업소 신규허가 규제가 완화되면서 각종 유흥업소가 몰
려들었다. 중구, 서구, 달서구 등지에 있던 업소들의 수성구 편입도 가속화 됐다.
동대구로, 범어로터리, 남부시외터미널 인근 등지는 이들 유흥업소들의 군락지가 되다시피했
다.
현재 수성구 관내에 있는 유흥업소 총 수는 176군데. 지난해 3월보다 무려 120개가 더 생겼
다. 업소 수로는 중구보다 적지만 규모면 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중구의 10개정도
업소를 합해도 이 곳의 한 곳보다 작다.
99년 8월 공중위생관리법이 폐지되면서 여관업은 통보제로 바꿨다. 두산동과 황금동에만 60
여개가 성업중인 것을 비롯, 무려 134개가 수성구에 밀집돼 있다.
민원창구에서 관련 서류 한 장만 작성, 구청에 제출하면 아무런 법·행정적 제재 없이 개업
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300개가 넘는 가요방이 불야성을 이루며 고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끊이지 않는 불·탈법
수성구 관내 모 호텔 증기탕. 얼핏보면 이성 입욕 보조자를 두지 않고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불법은 객실에서 이루어진다. 손님은 호텔 객실로 안내된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들
어 온 여성은 예전에 증기탕에서 했던 그대로 서비스(?)한다. 구청과 경찰의 단속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는다.
가요방의 불·탈법 영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성구 관내 가요방 가운데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거의 없다. 업태는 유흥주점 수준이
다.
룸살롱과 흡사한 외장에다 술 판매는 기본이다. 이들 업소들은 대체로 속칭 ‘보도’를 통
해 여성 접대부를 조달하지만 고용해 놓고 영업하는 간 큰 업소도 있다.
이 곳의 이용료는 대체로 술값과 접대부 봉사료로다. 유흥주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지불
해야 한다. 국산양주 8만원, 안주 3만원이며 물 값도 받는다. 접대부 봉사료는 미혼 여성이
시간당 2만5천 원이며 기혼은 2만원이다.
가요방 업주들이 불·탈법 영업으로 돈을 벌지만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심
각성을 더 해 주고 있다.

장막에 쌓인 여관촌
두산 오거리 부근인 황금동과 두산동 주택가에는 러브호텔이 밀집돼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이곳을 인근의 ‘먹자골목’에 빚대 ‘하자골목’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명(?)해 졌다.
이곳은 밤낮없이 성업중이지만 잠을 자는 손님은 아예 받지 않고 대실로만 운영되고 있다.
낮 손님들의 대부분은 적절치 못한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들이다. 심야시간은 술집 접대부와
고객들이 2차를 위해 이 곳을 주로 찾는다.
여관은 손님들의 보안을 위해 갖가지 장치를 해 두고 있다.
대형 버디컬로 주차장을 가려 차량번호를 알지 못하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주차장에서 객실
로 곧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등도 설치해 놓았다.

날로 증가하는 환락업소
수성구는 유흥업소 등이 들어 설 수밖에 없는 탁월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동대구로, 대동대서로 등 지역에서 교통망이 가장 발달돼 있으며 다른 구에서 들어오기가
쉽다. 또 이 곳들은 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유흥업소 영업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수성구는 아직도 개발 여지가 많다. 때문에 업소를 대형으로 지을 수 있고 충분한 주차공간
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구 도심인 중구 등지에서 이 곳으로 업소를 옮기는 이
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인력난 타령에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 행정·사법기관의 느슨한 관리감독과 관련
법규의 맹점 등도 환락업소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수성구청의 한 관계자는 “유흥업소 등이 다른 지역에서 수성구로 유입되는 속도는 점점 빨
라질 것이며 머지않아 이 곳은 환락의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뎌진 단속의 칼 날
구청은 가요방의 불·탈법 영업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요방 관리감독 업무가 지난해부터 구청으로 넘어왔다. 당시 시민들은 경찰과는 달리 구청
은 제대로 감독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구청도 할 말은 있다. 지금의 인력으로는 도저히 단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네 다섯 명
남짓한 직원들이 하루 저녁에 점검할 수 있는 업소가 제한적이라는 것.
경찰 역시 지도 단속에는 ‘강 건너 불 구경’ 격이다. 파출소 코앞에서 불·탈법이 벌어지
고 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 형국이다.
공중위생법의 완화는 여관의 난립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허가제였던 여관 영업은 행정
규제 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통보사항으로 바꿨다. 구청 건축심의에서 통과만 되면 다른 방
법으로 영업으로 제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수성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공중위생법 등 관련 법규의 잇단 폐지로 실질적인 단속권한이
없어졌고 위생점검만 가능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안락한 삶 도전 받는 주민들
수성구가 지역 최고의 주거환경을 가진 곳이라는 얘기는 옛말이 돼 버렸다. 왠만한 주택가
마다 환락업소들이 자리잡았다.
유흥업소 등에서 나오는 네온사인은 온 밤을 밝히고 각종 소음과 욕설은 주민들의 안면을
방해하고 있다.
여관촌 부근 주민들은 길을 다니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 유흥업소, 여관 등은 학교주변까지 침투했다. 상대정화구역내에 교육환경 위해 업소 영
업은 심의 대상이지만 결과는 대부분 통과.
학생들은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기성세대가 만든 ‘필요악’을 흡수하고 이에 순응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내 몰린 것이다.
수성구 황금동 박월선(43·여)씨는 “수성구가 살기 좋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이사 왔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밤마다 들려오는 난음으로 정신질환까지 앓을 지경이다”고
말했다.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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