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땅이름학회'(02-703-5300) 배우리 회장은 학교 이름을 지을 때 순 우리말이나 옛날 땅이름을 살려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길 이름을 지을 때 옛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학교 이름도 옛 지명의 유래를 찾아 결정하면 듣기도 쉽고 부르기도 쉽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지하철 5호선의 경우 '까치산' '노들길' '여의나루' '애오개' 등의 옛 이름을 딴 역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지역 이름을 찾는데 성공했다.
학교이름의 경우 순 우리말을 살리면서 동네의 옛 이름을 살릴 수 있는 예도 찾아보면 많이 있다. 충남 천안 병천에는 옛 이름을 따서 '아우내' 중학교, 수원의 '호매실' 초등학교, 경남 거창의 '샛별' 중학교, 분당의 '희망대' 초등학교 등이 있다. 반면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일본식 잔재가 남아있는 지역명이나 방위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학교이름이 대부분이고 설립자의 이름이나 호를 따서 그대로 붙이는 경우도 많다.
개교 1년전에 교명제정심의회에서 결정
그렇다면 학교 이름은 과연 어떤 절차를 거쳐 만들어지는가?
사립학교는 대부분 재단에서 이름이 정해져서 올라오면 그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나 국·공립의 경우 학교 설립 계획이 세워지면 해당지역 교육청 행정과에서는 시의원 교육위원 동장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의 의견을 모아 그 내용을 시·도교육청에 올리게 된다.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의 자문기구로 돼 있는 교명제정심의회를 열어 지역에서 올라온 이름을 심사하게 된다. 교명제정심의회는 교육청관계자 향토사학자 국어학자들이 포함된 기구로 7-8명 정도 구성된다. 이들은 지역에서 올라온 여론을 최대한 반영해 이름을 짓는다. 학교가 세워지고 이름이 정해지면 조례변경 작업에서 5-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학교 설립계획에 따라 해마다 두 차례(3월과 9월) 교명제정심의회가 열리게 된다.
교명제정심의회를 거친 이름은 교육감의 승인을 거쳐 조례로 확정되고 일반적으로 학교가 개교하기 1년 전에 학교이름이 정해지는 게 관례이다. 간혹 학교 이름을 바꾸는 학교들도 있는데, 학교 이름을 바꾸는 절차는 학교 이름을 결정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학교 이름을 바꾸고 싶을 때는 교명 변경에 대한 해당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등의 의견서를 해당 교육청에 건의하면, 교명제정심의회가 심사를 한다. 건의 내용이 타당하면 학교 이름을 바꾸는 실무 절차에 들어간다. 분당의 '정자'고등학교와 '정자'초등학교, 성남의 '여고'중학교 등이 실제 교명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강북구 수유리로 옮기는 31년 전통의 혜화여고의 경우처럼 교명을 변경하는데 있어 졸업생 대부분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진통을 겪기도 한다. 한번 정해진 교명은 역사가 오래될수록 바꾸기가 더욱 어려운데, 오랜 추억이 묻어있는 모교의 이름은 졸업생들에게는 또 다른 자신의 이름이나 고향 같은 의미로 남기 때문일 것이다.
소제목 토박이 우리말로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은 일산
분당과 더불어 신도시의 대표인 일산의 경우 61개 초등학교, 28개 중학교, 23개 고등학교 대부분의 이름에서도 토박이 우리말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개발의 여지가 많은 신도시에서부터 앞으로 태어날 학교의 이름은 그 지역의 유래를 알고 있는 향토학자나 우리말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 져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우리 땅이름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관련서적을 안내한다.
《우리땅이름의 뿌리를 찾아서》토담출판사·배우리지음,《땅이름 나라얼굴》고려원미디어·오흥석, 《역사와 지명》살림터·김기빈, 《땅이름 국토사랑》집문당·강길부, 《토박이 땅이름》그루·권순채, 《한자에 빼앗긴 토박이 땅이름》향지사·윤여정, 《한국땅 이름 큰사전》한글학회 엮음
전미정 리포터 flna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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