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실향민 이산상봉 탈락 비관 자살

평소 소원대로 유골 임진각에 뿌려져, 이산상봉 신청자중 11% 사망

지역내일 2001-10-09
지난 5일 오전 9시20분경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임진각 망배단 뒤 통일연못에서 황해도 신천이 고향인 정인국(82·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씨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임진각 관리소장 김국현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주먹을 움켜쥐고 숨져있는 80대 실향민의 소지품은 이산가족 상봉 접수증과 주민등록증, 손목시계, 손자손녀 사진, 현금 2만1100원이 전부였다.
경찰은 정씨가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투신하면서 교각에 머리를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추석인 1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쪽의 고향을 향해 차례를 지내고 3일 오후 집을 나간 뒤 4일 오후 함께 살던 아들 정철규(48)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잘 있으라”고 짧게 말한 뒤 소식이 끊긴 것으로 밝혀졌다.
철규씨는 “아버님이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온라인으로 송금했다’는 아버지 전화를 받고서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
황해도 신천이 고향인 정씨는 해방 직후 공무원 전력 때문에 친일파로 몰릴 것을 우려해 부모와 큰아들을 고향에 남겨둔 채, 1948년 부인 임씨와 당시 한살배기 둘째 아들 철수(56) 씨만을 데리고 황해도 옹진을 거쳐 서울로 월남했다.
정씨는 이후 서북청년단 일원으로 활동하다 47년 서울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이승만 대통령 시절 경무대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제주도와 경남 김해, 충북 충주 등에서 20여 년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다 대구 달성경찰서 경위로 퇴직한 이후 서울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다 5년전에 “고향이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다”며 고양시로 이주했다.
그 동안 정씨는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여부를 알기 위해 관련당국을 통해 수없이 서신을 보내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임진각을 다녀오곤 했지만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네 차례 방북신청을 했으나 한 번도 뽑히지 못하자 정씨는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TV를 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고 유족들은 회상했다.
정씨는 3년 전부터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서 이북이 가까운 곳에 뿌려달라고 말해 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결국 정씨의 유골은 7일 오전 평소 정씨 유언대로 벽제에서 화장돼 임진각 근처에 뿌려졌다.
한편 지난 7월 현재 남쪽의 상봉 신청자 중 11%인 1만2000여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작년 6·15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통해 가족을 상봉한 이산가족은 3600여 명뿐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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