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이길 줄 알았는데....” 28일 밤 당락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자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날 투표가 진행중인 오후에도 민주당은 5:3정도로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윤곽이 드러나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인천계양을과 충남 천안을에서도 한나라당에 자리를 내주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6.2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말만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라고 떠들고 속내는 자신들만을 위한 축제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당지도부가 오만해져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했고 결과는 참패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우선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공천은 유권자와 거리를 두게 했다. 선거 초반부터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 대해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를 했다.
인천계양의 경우 ‘야당텃밭=아무나 꽂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을 놓고 지도부 입맞에 맞췄다. 인천계양을 후보공천을 두고 송영길 시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각을 세웠다. 최원석 변호사 공천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자 장기간 설전을 벌였고, 결국 지도부 입맞에 맞는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투표 당일까지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은 ‘무조건 이긴다’고 자부했다.
‘엠비의 남자’가 출사표를 던진 은평을에서는 처음부터 민주당이 지고 들어갔다. 민주당 후보에 대해 ‘개혁성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당 지도부는 문화방송 앵커출신 신경민씨 영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과 후보 단일화를 내세워 선전했지만 이재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재오 후보는 중앙당 지원도 거부하고 혼자서 뛰며 구석구석 주민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과거에 오만했음을 유권자 앞에서 고백했다. 고개만 숙이지 않고 허리를 숙였고 결국 지역주민들로부터 ‘감동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28일 오후 은평구에 살고 있는 40대 후반 직장인 김 모 씨는 “야당을 찍긴 찍었는데 어쩐지 찝찝하다. 야당 후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 지역 공천도 유권자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유권자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6.2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완승을 거둔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박우순 후보가 43.1%를 얻어 승리했지만, 24.9%를 얻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무소속 함종한 후보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에 당선됐다는 평가다.
선거 전략도 한발 후퇴했다. 여당은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피해 지역일꾼론으로 대응했다.
선거 막바지에 호재도 작용했지만 바람을 제대로 일으키지도 못했다. 강용석 의원 성희롱 논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친북성향 젊은 애들은 차라리 북한가서 살아라’라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유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한나라당 신임 사무총장인 원희룡 의원은 “아슬아슬한 분”이라고 지적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호재도 민주당으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6.2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해 차기 당권싸움을 하면서 재보궐 선거를 쉽게 봤다는 것이다. 우선 4대강공사 반대 이슈도 뇌관이 없었다. 지도부가 현장에 나가 연석회의를 했지만 시민들과 결합하지 못하고 ‘시늉’만 내고 말았다. 당초 선거전에 4대강사업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을 경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며 선거 이후로 발표를 미뤄 긴박감이 떨어졌다.
투표 직전에 시민단체가 4대강공사를 반대하며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에 올라가 농성을 했다. 같은날 현장을 찾은 유원일의원(창조한국당)이 각목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민주당은 침묵했다.
지방선거 승리 후 두 달 동안 당이 보여준 민생정치는 표적도 실탄도 없는 공포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당은 선거 직후인 6월 7일 하반기 국회를 대비한다며 서울 서초 양재동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평가와 전략을 세웠다. 정세균 대표는 축사에서 “국민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신 회초리로 정부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 지도부는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두 달 동안 당 지도부는 민심에서 한발 멀어져갔다. 차기 당권을 놓고 갈등했고 자리다툼에 시간을 허비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야당노릇을 제대로 못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6.2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잘해서 찍어준 게 아니고 이명박 정권이 싫어서 야당을 선택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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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표가 진행중인 오후에도 민주당은 5:3정도로 승리를 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윤곽이 드러나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인천계양을과 충남 천안을에서도 한나라당에 자리를 내주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6.2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말만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라고 떠들고 속내는 자신들만을 위한 축제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당지도부가 오만해져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했고 결과는 참패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우선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공천은 유권자와 거리를 두게 했다. 선거 초반부터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 대해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를 했다.
인천계양의 경우 ‘야당텃밭=아무나 꽂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을 놓고 지도부 입맞에 맞췄다. 인천계양을 후보공천을 두고 송영길 시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각을 세웠다. 최원석 변호사 공천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자 장기간 설전을 벌였고, 결국 지도부 입맞에 맞는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투표 당일까지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은 ‘무조건 이긴다’고 자부했다.
‘엠비의 남자’가 출사표를 던진 은평을에서는 처음부터 민주당이 지고 들어갔다. 민주당 후보에 대해 ‘개혁성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당 지도부는 문화방송 앵커출신 신경민씨 영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과 후보 단일화를 내세워 선전했지만 이재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재오 후보는 중앙당 지원도 거부하고 혼자서 뛰며 구석구석 주민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과거에 오만했음을 유권자 앞에서 고백했다. 고개만 숙이지 않고 허리를 숙였고 결국 지역주민들로부터 ‘감동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28일 오후 은평구에 살고 있는 40대 후반 직장인 김 모 씨는 “야당을 찍긴 찍었는데 어쩐지 찝찝하다. 야당 후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 지역 공천도 유권자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유권자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6.2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완승을 거둔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박우순 후보가 43.1%를 얻어 승리했지만, 24.9%를 얻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무소속 함종한 후보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에 당선됐다는 평가다.
선거 전략도 한발 후퇴했다. 여당은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피해 지역일꾼론으로 대응했다.
선거 막바지에 호재도 작용했지만 바람을 제대로 일으키지도 못했다. 강용석 의원 성희롱 논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의 ‘친북성향 젊은 애들은 차라리 북한가서 살아라’라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유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한나라당 신임 사무총장인 원희룡 의원은 “아슬아슬한 분”이라고 지적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호재도 민주당으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6.2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해 차기 당권싸움을 하면서 재보궐 선거를 쉽게 봤다는 것이다. 우선 4대강공사 반대 이슈도 뇌관이 없었다. 지도부가 현장에 나가 연석회의를 했지만 시민들과 결합하지 못하고 ‘시늉’만 내고 말았다. 당초 선거전에 4대강사업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을 경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며 선거 이후로 발표를 미뤄 긴박감이 떨어졌다.
투표 직전에 시민단체가 4대강공사를 반대하며 경기도 여주군 이포보에 올라가 농성을 했다. 같은날 현장을 찾은 유원일의원(창조한국당)이 각목테러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민주당은 침묵했다.
지방선거 승리 후 두 달 동안 당이 보여준 민생정치는 표적도 실탄도 없는 공포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당은 선거 직후인 6월 7일 하반기 국회를 대비한다며 서울 서초 양재동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평가와 전략을 세웠다. 정세균 대표는 축사에서 “국민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신 회초리로 정부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당 지도부는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두 달 동안 당 지도부는 민심에서 한발 멀어져갔다. 차기 당권을 놓고 갈등했고 자리다툼에 시간을 허비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야당노릇을 제대로 못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6.2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잘해서 찍어준 게 아니고 이명박 정권이 싫어서 야당을 선택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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