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고 있는 착한 일자리, 사회적 기업
유기농 먹을거리, 환경 위한 카트리지 재활용, 뮤지컬 극단까지 다양
21세기는 감성의 시대. 치열한 경쟁 논리 속에서도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정무역과 착한 소비의 흐름이다. 내가 지불한 작은 물건 값이 다른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혹독한 경제논리 대신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 나와 너, 나아가 지구를 살리는 착한 순환 방식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주체적인 공감의 형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단연 주부들이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명과 환경, 순환의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자연스레 터득하면서 생명 윤리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리 주변에 착한 기업으로 불리는 ‘사회적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내가 구입한 빵 하나가 장애인, 노인, 여성가장에게 일자리를 제공 함은 물론 지역 경제와 환경을 살릴 수 있다면 오늘 우리의 소비는 충분히 아름답다.
쿠키 하나로 일자리를 만든다고?
용인시 죽전동에 사는 주부 김미정(38)씨는 지난 설에 지역의 사회적 기업인 유기농 매장에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마련했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매장은 장애인, 노인, 위기 청소년 등의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건강한 먹을거리를 우선 판매하는 착한 가게였던 것.
“내가 산 작은 선물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의 직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은근히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소비는 비단 김 씨만이 아니다. 성남 야탑동의 한유진(42)씨는 동네에 운동화 빨래방이 생긴 이후 중학생 아이들 운동화와 남편 러닝화를 모아 정기적으로 맡기고 있다. “알고 봤더니 그곳이 장애인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착한 빨래방이더라고요. 집에서 운동화 빨자면 조금 귀찮기도 했는데 이참에 좋은 일도 하면서 운동화도 깨끗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착한 기업이 착한 소비를 부른다
이렇듯 지역의 착한 기업, 착한 일자리들이 생겨나면서 소비 주체인 주부들과 착한 소비와 생산의 고리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은 공정 무역 커피나 유기농 먹거리 등 일부에 그치지 않고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소비재와 문화산업 등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예비 사회적 기업인 극단 ‘날으는 자동차’는 분당지역에 노인과 주부, 새터민 극단을 창단해 ‘내 생애 첫 무대’를 올릴 계획이다. 우승주 대표는 “문화는 특정한 누군가만 누릴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어르신과 주부, 새터민 들에게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잠재된 끼와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 인증은 아니지만 사회적 일자리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공공성을 지향한다.
성남의 경우 운동화 빨래 사업장과 베이비 마사지, 잉크 카트리지 재활용과 청소 사업단 등 작지만 필요한 틈새를 채워주는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의 이정미(39)씨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우리 지역에 보탬이 되어 소비에도 좀더 당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아이들과 교육적인 대화에도 좋다”며 “이들 착한 기업들이 좀더 많아지고 디테일한 생활 영역까지 확장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Mini Interview
Interview 예비 사회적 기업 ‘내리사랑 베이커리’ 이도건 대표용인시 구갈동 강남대 앞의 작은 유기농 식품 매장. 이곳은 장애인들이 만든 빵과 쿠키, 그리고 지역에서 모아온 유기농 먹을거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가게다.
작년 7월 ‘용인 성폭력 상담소’ 등 지역의 4개 시민사회 단체가 뜻을 모아 열게 된 예비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포함해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일터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문을 열었기에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도건(31) 대표의 설명이다.
문을 연 지 이제 막 1년 남짓.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 내 학교나 도서관, 북 카페 등과 연계해 빵을 납품하는 등 판로를 열심히 개척 중이란다. 올해 안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 대표.
“모든 수익은 공익을 위해 쓰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애를 써야겠죠.” 아직은 수익이 많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이 대표와 직원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묻어난다.
시민 주주를 모집해 주식회사를 만들고 지역 내 유기농 생산 농가와 협력해 로컬푸드(Local Food) 사업도 진행하는 등 의미 있고 신나는 일들을 앞두고 있기 때문. 1년 남짓 매장을 운영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는 이 대표.
“다양한 분들과 모여 있다 보니 서로에 대해 이해와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가치들을 잘 성공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권미영 리포터
☞여기서 잠깐! 사회적 기업은요~
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사회적 기업은 사회서비스의 제공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영리기업과 큰 차이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7월부터 노동부가 주관하여 시행되고 있다.
재활용품을 수거·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정신지체장애인이 우리밀 과자를 생산하는 ‘위캔’, 폐타이어 등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만든 악기를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하는 ‘노리단’, 장애인 모자생산업체 ‘동천모자’ 등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인건비 및 사업주부담 4대 사회보험료 지원, 법인세·소득세 50% 감면 등 세제지원, 시설비 등 융자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성남·용인지역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주)푸른 우리-청소 전문 업체
2009년 10월 28일 노동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전체 고용 인원 중 80%인 18명이 기초 생활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고령자 등이다. 지역 내 학교와 일반 주택, 아파트, 사무실 등에 청소, 방역, 소독 등의 일을 맡고 있다. 성남시 저소득 계층 등 어려운 가정에는 무료로 청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내정 중, 초림 초, 양영 중, 송림 중·고등학교 등 지역 내 30여 학교의 청소 대행을 맡고 있다. 일반 가정 내 입주 청소 등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20평 기준 10만원 내외. 문의 031-736-3502
가나안 근로복지관 - 잉크 카트리지 재활용 사업
2008년 10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레이저 프린터 카트리지 재생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현재 성남지역 지적 장애인 41명이 고용돼 근무하고 있다. 주로 관공서나 우체국, 학교 등 공공기관에 카트리지 교체 작업을 하고 있으며 전국망으로 배달 및 택배도 가능하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구입을 원하면 카트리지 1개라도 배달, 설치가 가능하다. 가격은 정품 대비 40~50% 저렴하다.
문의 031-707-0546 성남여성회-운동화 빨래 사업
2009년 7월 사회적 일자리로 인증 받은 운동화 빨래방이다. 현재 총 10명의 직원 중 장애인이 8명에 이른다. 담당자 이경자씨는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단순 업무인 빨래사업을 시작으로 수익성보다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목적성이 강했다”고 밝혔다. 성남 분당 주택가, 아파트 등의 운동화를 수거, 세탁, 배달까지 하고 있으며 100% 수작업으로 세탁이 이뤄져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각 가정에서는 운동화 2켤레 이상 수거가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운동화 한 켤레 당 4천 원이다.
문의 031-731-0056
참사랑복지회-저소득 거주 가정 청소업체
2009년 7월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로 지정 받은 업체. 저소득 취약 계층이나 어르신들의 가정에 보일러나 수도꼭지 교체, 청소 등을 맡고 있다. 현재 28명의 직원 중 고령노인 13명, 장애인1명, 여성가장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담당자 기일민씨는 “빈민복지로 출발해 일자리가 곧 사회복지라는 모토로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사랑복지회는 올해 안에 사회적 기업 인증 절차를 앞두고 있다.
문의 031-735-9603고용복지희망센터-출장 베이비마사지 사업
2009년 7월 사회적 일자리로 인증 받았다. 준고령 노인, 여성 가장 등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베이비마사지 지도자 교육을 겸하고 있다.
성남실업극복대책위를 모태로 현재 장애인 이동 도우미나 성남 푸른학교 등 비영리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다.
문의 031-749-1005
용인장애인자활자립장 - 유기농 쿠키 ‘쿠키트리’ 생산
2010년 1월, 용인시 사회적 기업 제 1호 인증을 받았다.
지역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장애인 작업장으로 순 우리밀 과자 7종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더불어 용인시 쓰레기 종량제 봉투 판매를 시행하면서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을 지원해 오고 있다. 현재 18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http://www.cookietree.or.kr)에서 쿠키 구매도 가능하다.
문의 031-320-4898
내리사랑- 유기농 매장&베이커리
용인성폭력상담소,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푸른꿈청소년상담원, 용인시민신문이 함께 운영에 참여해 지역사회의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우리밀과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건강빵을 생산하는 제빵사업과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친환경유기농매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총 14명의 직원 중 8명의 취약 계층이 근무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이 베이커리 생산 업무를 맡고 있다.
내리사랑은 용인시 유기농 재배단지와의 연결을 통한 로컬푸드사업도 벌여 나가며 수익금은 전액 지역 내 비영리단체 및 급식 취약 계층에 지원할 예정이다.
문의 070-8802-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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