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미혼모 위한 첫 ‘대안위탁교육기관’ 문 열어
원래 다니던 학교 졸업장 받을 수 있어 호응 높아
김수진(가명 17)양은 지난 5월 한동안 속이 안 좋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아침마다 구토를 해서 학교에 다니기도 힘들었다. 그러던 김양은 응급실에 실려 갔고 자신이 아기를 가진 것을 알게 됐다.
김양은 놀라면서도 아기를 꼭 낳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리지만 생명에 대한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들었던 것이다.
이후 김양은 부모와 상의 끝에 학교에 임신 사실을 알렸다. 김양과 부모는 “학교에서 배려해 주기만 하면 공부를 계속 하자”고 결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학교는 완강했다. 다른 학생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은 결국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김양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학생 미혼모를 위한 대안위탁교육기관 나래고등학교를 알게 됐다. 나래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마치면 원적 학교(기존에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기 위해선 일단 ‘재학 중’이어야 하기 때문에 김양은 재입학 등 위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양은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없다면 검정고시를 치르려고 했다”면서 “나래고등학교에서 공부를 계속 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생 미혼모를 위한 첫 대안위탁교육기관 나래중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나래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 졸업할 때 원적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학생 미혼모들의 호응이 높다. 나래중고등학교는 육아 직업교육 등 대안교과를 운영하던 미혼모 보호시설 애란원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 교육청에 의해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됐고 오는 23일부터 첫 수업을 시작한다.
강영실 애란원 사무국장은 “임신을 한 학생들은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가 커도 사회적 인식, 일선 학교의 조치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나래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면 기존에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미혼모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 미혼모들이 학업을 지속하려는 욕구는 상당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구가톨릭대 제석봉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3일 공개한 ‘학생 미혼모 실태조사 연구’에서 조사한 73명의 학생 미혼모 중 84.9%는 학업을 중단했지만 58.9%는 ‘중단된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바랐다.
현재 나래중고등학교는 학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각 학교를 통해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교육청이 각 중고등학교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알리고 있다.
위탁이 결정된 학생은 현재 1명이며 상담을 하는 학생들은 상당수다. 학생이 아직 적은 것은 홍보가 덜 된 탓도 있지만 위탁이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 미혼모들은 이미 퇴학을 당했거나 자퇴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입학 후 위탁 상담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강영실 사무국장은 “현재 학생 미혼모들은 학칙에 따라 ‘불량한 이성교제’ 등을 이유로 퇴학을 당하기 때문에 학교에 알리지 않고 자퇴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아직 일선 교사들은 대안위탁교육기관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 미혼모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일선 학교에서도 노력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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