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부동산 투기의 종말
얼마 전 한 금융회사 임원이 한강에 투신, 생을 마감했다.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뒤 정황상 부동산 투자실패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해보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그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금융회사에서 부동산펀드를 운용해오던 임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살의 원인은 개인적인 이유로 추정될 뿐 죽은 사람은 침묵할 뿐이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썰물이 시작된 듯하다. 거품이 빠져나간 바닥에는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온갖 추악한 실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동산 투자 실패에서 비롯된 고통스런 한숨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모은 자산의 대부분을 노후대비용으로 부동산에 쏟아 부었다가 거래가 막히고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억대 빈털터리’가 됐다며 후회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사람은 자신의 돈으로 투자를 했기에 빚 독촉은 안 받아 다행이다.
꽤 여러 채의 아파트를 금융기관에 빚을 져가며 사들인 모기지 투자자들은 가라앉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 때문에 시세는 떨어지고 그렇다고 조금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도 않고, 대출이자가 쌓여가자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은 이제 자산이 아니라 재앙 덩어리가 되어갈 뿐이라고 한탄한다.
2000년대 들어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전 재산을 털어넣고, 대출까지 받아 내 집을 마련하고, 재산 증식도 꾀하자는 것이 대한민국 중산층의 보편적인 재테크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무리해서 산 집이 ‘중산층 몰락’을 부채질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빚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다. 그러나 일찍부터 ‘Mortgage''(모기지. 주택저당증권)라는 금융상품을 개발했던 서구 사회에서 빚은 죽음과 맞바꿀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일이었다.
14세기경부터 쓰이기 시작한 ‘Mortgage’라는 영단어는 13세기 프랑스 ‘Morgage’에서 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mort gaige’, 곧 ‘죽음의 서약’이라는 의미이다. ‘mort’는 죽음이라는 말로 라틴어 ‘mortus’에서 유래했다. 빚을 져서 갚지 못할 때 죽음으로 갚는다는 뜻이었다.
미국에는 주택소유보호에관한법률(Home Ownership and Equity Protection Act, HOEPA)이라는 게 있다. 이 법에서는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소득, 즉 갚을 능력을 보지 않고 과다한 대출을 해 주는 것은 갚지 못하면 그 채무자의 집이나 재산을 빼앗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약탈자 대출(Predatory Lending)로서 불법행위로 간주한다. 빚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중대한 결정이어서 주택담보대출을 결정할 때 철저히 채무자들의 소득능력을 조사하고 대출하는 원칙적 의무를 금융기관에 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푸느니 마느니를 가지고 논란을 벌인 총부채상환비율제도(DTI)는 ‘Debt To Incom’ 즉 채무자의 소득과 갚을 능력을 보고 그에 맞추어 대출을 해 주는 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은 2008년 이런 원칙을 느슨하게 적용하면서 서브프라임 모지기(Sub-prime Mortgage)사태를 일으켰고 전세계를 금융위기의 재앙으로 몰아넣었다.
미국과 영국, 유럽, 호주 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년여간 집값의 20~30%가 하락하며 부채의 재조정이라는 구조조정 기간을 거쳤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등 금융의 양적완화 정책과 고환율 정책 등의 부양책으로 부동산시장에 낀 거품의 정리가 유보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뒤늦게 출구전략이 거론되면서 미국 영국 등이 거쳤던 부동산 거품의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정부는 또다시 DTI 등 금융규제완화를 거론하며 부동산 거품 가격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고통스럽지만 결단을 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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