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승마로 ‘말(馬)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경마에서 승마로 말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통해 2014년까지 6975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보고했다.
그동안 경마에 편중돼 있던 국내 말산업을 승마 중심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날 열린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정부는 4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관광·레저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공개했는데, 말산업 육성은 그 중 하나였다. 당시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서비스업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 가운데 관광, 레저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미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승마 대중화 속도 낸다 = 정부가 농어촌 관광·레저 일자리 창출과제로 말산업 육성 방안을 채택하면서 승마를 대중화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농식품부는 우선 현재 200여곳에 불과한 승마시설을 2014년까지 31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승마장 이외의 장소에서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승용마 임대업, 말 트레킹업 등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지원·육성할 계획이다.
제도도 바꾼다.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령 중 승마장 설치기준을 대폭 완화해 승마장 설치를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승용마를 10두 이상 확보해야 하고 실내마장 1500㎡ 이상, 실외 마장 3000㎡ 이상의 시설을 확보해야 승마장 설치 허가를 받았지만 승용마는 3두 이상, 마장은 500㎡ 이상만 갖추면 되게 바꾼다.
또, 농지법 시행령 및 초지법 시행규칙을 바꿔 승마시설은 농지나 초지 등에 설치할 경우 별도의 전용절차 없이 할 수 있는 시설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한국마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지원해 말에 대한 친근감을 확대하고 학생승마 등을 통해 국민이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한다.
농식품부는 경마에 편중된 말 수요를 승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국내 농가의 말 사육규모도 지난해 2만8000마리 수준에서 2014년에는 5만2000마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승마 인구를 확대해 5000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승용마에 대한 수요를 2014년까지 2만두로 늘리고, 전문 승용마 생산농가 100호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승용마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농가는 없다.
경마도 사행성 시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내(스크린) 경마장’ 공급을 억제하고 경기도 과천, 부산·경남, 제주도 등에 있는 주행 경마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북 영천에 2014년까지 제4경마장을 건설해 경주마 수요도 확대할 방침이다.
제4경마장이 건설되면 연간 경주마 운용규모도 2800두에서 3800두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다. 말산업 육성방안에는 말고기 등급판정을 통한 고품질의 말고기 생산·유통을 촉진하고 기름, 태반, 뼈 등 말고기 부산물 수요도 늘리는 것도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마사회,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농협, 교육기관 등을 말산업의 각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해 산·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말산업이 녹색성장의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말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대책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말산업의 고용동향을 파악해 고용촉진을 위한 제도개선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말산업 경마 편중에서 벗어나야 발전 = 농식품부가 말산업을 강조하면서 소, 돼지, 가금류 등 육용고기를 생산·판매하는 전통적인 축산정책도 관광·레저를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말산업은 경마, 승마, 말고기, 말을 이용한 의약품제조 등 말을 직접 이용하는 산업과 축산, 수의, 조련, 마구, 유통 등 말과 관련한 연관 산업을 모두 이른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소산업 돼지산업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말산업이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데는 말과 연관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은 말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간파하고 일찌감치 육성과 보호에 힘써왔다. 마사회에 따르면 미국의 말 산업은 연간 140만 명(풀타임 근로자 45만3612명)을 고용하고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승마강국인 독일 역시 30만명의 고용과 50억유로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말산업은 지금까지 경마에 편중되어 있었고 이는 말산업의 성장에 장애요인이 됐다. 경마는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외국에 비해 강도 높은 규제로 이어져 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데 제약조건이 됐다.
승마를 즐기는 인구도 좀처럼 늘지 않아 승마 산업 역시 수십 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말에 대한 만성적인 수요부족은 말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마사회 승마활성화팀 관계자는 “말산업의 주요축인 경마와 승마가 균형있게 발전할 때 고용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 발표로 김광원 마사회장이 추진해 온 승마활성화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부임한 김 회장은 “경주마에 대한 수요만으로는 말산업 육성이 어렵다”며 “승마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말산업이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을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이후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시작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경마에서 승마로 말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이를 통해 2014년까지 6975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보고했다.
그동안 경마에 편중돼 있던 국내 말산업을 승마 중심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날 열린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정부는 4만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관광·레저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공개했는데, 말산업 육성은 그 중 하나였다. 당시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서비스업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 가운데 관광, 레저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미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승마 대중화 속도 낸다 = 정부가 농어촌 관광·레저 일자리 창출과제로 말산업 육성 방안을 채택하면서 승마를 대중화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농식품부는 우선 현재 200여곳에 불과한 승마시설을 2014년까지 31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승마장 이외의 장소에서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승용마 임대업, 말 트레킹업 등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지원·육성할 계획이다.
제도도 바꾼다.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령 중 승마장 설치기준을 대폭 완화해 승마장 설치를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승용마를 10두 이상 확보해야 하고 실내마장 1500㎡ 이상, 실외 마장 3000㎡ 이상의 시설을 확보해야 승마장 설치 허가를 받았지만 승용마는 3두 이상, 마장은 500㎡ 이상만 갖추면 되게 바꾼다.
또, 농지법 시행령 및 초지법 시행규칙을 바꿔 승마시설은 농지나 초지 등에 설치할 경우 별도의 전용절차 없이 할 수 있는 시설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한국마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지원해 말에 대한 친근감을 확대하고 학생승마 등을 통해 국민이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한다.
농식품부는 경마에 편중된 말 수요를 승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국내 농가의 말 사육규모도 지난해 2만8000마리 수준에서 2014년에는 5만2000마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승마 인구를 확대해 5000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승용마에 대한 수요를 2014년까지 2만두로 늘리고, 전문 승용마 생산농가 100호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승용마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농가는 없다.
경마도 사행성 시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내(스크린) 경마장’ 공급을 억제하고 경기도 과천, 부산·경남, 제주도 등에 있는 주행 경마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북 영천에 2014년까지 제4경마장을 건설해 경주마 수요도 확대할 방침이다.
제4경마장이 건설되면 연간 경주마 운용규모도 2800두에서 3800두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다. 말산업 육성방안에는 말고기 등급판정을 통한 고품질의 말고기 생산·유통을 촉진하고 기름, 태반, 뼈 등 말고기 부산물 수요도 늘리는 것도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마사회,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농협, 교육기관 등을 말산업의 각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해 산·학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말산업이 녹색성장의 새로운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말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대책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말산업의 고용동향을 파악해 고용촉진을 위한 제도개선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말산업 경마 편중에서 벗어나야 발전 = 농식품부가 말산업을 강조하면서 소, 돼지, 가금류 등 육용고기를 생산·판매하는 전통적인 축산정책도 관광·레저를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말산업은 경마, 승마, 말고기, 말을 이용한 의약품제조 등 말을 직접 이용하는 산업과 축산, 수의, 조련, 마구, 유통 등 말과 관련한 연관 산업을 모두 이른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소산업 돼지산업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말산업이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데는 말과 연관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은 말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간파하고 일찌감치 육성과 보호에 힘써왔다. 마사회에 따르면 미국의 말 산업은 연간 140만 명(풀타임 근로자 45만3612명)을 고용하고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승마강국인 독일 역시 30만명의 고용과 50억유로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말산업은 지금까지 경마에 편중되어 있었고 이는 말산업의 성장에 장애요인이 됐다. 경마는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는 외국에 비해 강도 높은 규제로 이어져 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데 제약조건이 됐다.
승마를 즐기는 인구도 좀처럼 늘지 않아 승마 산업 역시 수십 년째 제 자리 걸음이다. 말에 대한 만성적인 수요부족은 말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마사회 승마활성화팀 관계자는 “말산업의 주요축인 경마와 승마가 균형있게 발전할 때 고용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 발표로 김광원 마사회장이 추진해 온 승마활성화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부임한 김 회장은 “경주마에 대한 수요만으로는 말산업 육성이 어렵다”며 “승마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아 말산업이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을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이후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시작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