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논란 인 이유

지역내일 2010-08-23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논란 인 이유

“산업별 특성 고려 안하면 ‘독’된다”

부채비율에 미래가치·경쟁력·경영자능력 포함해야
현대그룹, 1조 현금 갖고도 ‘불량기업’에 선정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만기연장 중단’을 결정했고,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 변경 후 재평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재무약정의 융통성 필요’를 주장, 논란을 확산시켰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사실 은행과 대기업은 매년 5월이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놓고 실랑이를 되풀이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실랑이 =
대한항공 한 임원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항공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평가 때문에 재무약정을 맺어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금융비용만 올라갔다”고 항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놓고 ‘폐지론’부터 ‘업종 상황 고려’ ‘당연한 은행의 책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은행이 대기업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금융감독원의 은행업 감독규정이다. 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매년 신용공여액(대출 및 신용한도 포함)이 금융권 전체의 0.1%가 넘는 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고(79조 1항),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담당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82조 3항)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가 일어난 이후에 도입됐다. 감독당국은 은행을 통한 대기업군 구조조정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이 약정에는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영업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자구계획안이 포함되며, 채권은행들은 분기별로 약정 이행상황을 점검해 기준에 못 미쳤을 경우 신규여신 중지, 만기 여신 회수 등의 재제를 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법에 의해 부여된 은행의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획일적 잣대가 문제 =
하지만 문제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적인 사례로 우연치 않게도 국내 1위, 2위의 해운기업과 국내 1위 항공기업이 속한 그룹이 유독 재무약정의 타깃이 된 것을 꼽는다.
해운산업의 경우 업종특성상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으로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도 마찬가지이다.
항공이나 해운업종은 영업이 잘 될수록 항공기와 선박을 구입해야만 하고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해 부채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선박을 수주하면 선수금이 들어오는데 이것이 부채로 잡힌다.
결국 영업을 잘 해 선박수주가 늘어날수록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10년간 전체 산업평균 부채비율이 184.5%인 반면 해상운송부문 산업평균은 430.7% 수준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배 오더(주문) 낸 것도 부채비율로 잡힌다”며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재무구조 평가에 있어 부채비율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현금흐름이 좋고 영업이익이 많이 나는 데다 향후 발전가능성이 있는 기업일지라도 부채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부채비율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가치와 경쟁력, 경영자의 능력, 업종별 특성, 생산성, 향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기준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단순한 재무적인 기업구조조정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에 맞게 개정 필요 =
또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대기업군 단위로 체결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계열사별 독립·책임경영체제가 정착된 지금 대기업군에 속해있는 기업(계열사)이라 하더라도 도산위험을 공유하는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서 관리하는 것은 무리다는 주장이다.
최두열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 신문 기고에서 “대기업군 소속 개별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금조달 비용 면에서 연대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한다”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약정이 오히려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여신 500억원 이상 개별기업별로 진행하는 신용평가 기준에서 합격수준이 현대그룹이 지난해 일시적 불황으로 부채가 많아진 현대상선 때문에 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기업의 또 다른 불만은 금융감독원과 채권단의 희박한 보안의식으로 인해 약정 체결 대상 기업이 곧바로 시장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약정 내용은 물론 약정 체결 여부도 철저히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진 예는 거의 없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특히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의해 요구되는 자구계획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것도 기업들이 재무약정 체결을 꺼리는 이유다.
기업들은 선제적 투자, 스피드 경영,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약정을 맺으면 사실상 신규투자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은영 회장은 “해운업은 국내 매출이 6%고, 해외가 94%”라며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만큼 채권단도 경영권 안정문제는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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