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칼럼]기고만장, 안하무인

지역내일 2010-08-20
기고만장, 안하무인
민병욱 (언론인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벌써 3주나 지난 7·28 재보선 결과를 두고 뒤늦게 후회하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늘었다. 정부여당의 안하무인식 국정운영 때문이다. 6·2지방선거에서 진 뒤 의기소침했던 모습은 간 데 없고 기고만장, 이젠 국민을 조롱하기까지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부터 타깃이 되고 있다. ‘왕 차관’ 발언과 ‘통일세’ 제안, 그리고 다시 도진 ‘끼리끼리 인사’가 입방아에 오른다. 도무지 생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제 뜻대로 움직이고 국민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였다면 국무총리실이 민간인은 물론 여당 정치인까지 사찰하는 ‘짓거리’를 했을 리 없다. 이 정부는 그걸 자행했고 물러난 총리는 “이런 구시대적 사건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자책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만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세상 모두가 배후에 ‘영포 라인’이 있고 총리실의 박영준 국무차장이 있다고 지목하는데도 대통령은 그를 내치기는커녕 영전시키듯 재발탁했다.

내치기는커녕 재발탁이라니
물론 의혹은 말뿐, 확인된 게 없다는 표현일 수 있겠다. 그러나 빛깔이 안 좋고 냄새만 나도 기용을 삼가라는 인사원칙은 철저히 무시했다.
더 큰 문제는 직후에 일어났다. 언론이 ‘왕 차관’이라며 여전한 그의 중용을 비판하자 대통령은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다”고 맞받았다. 이게 유머인가? 국민들 심사야 말할 필요 없고 여당에서조차 “이런 오기가 어디 있냐?”고 부글부글 끓는데 천연덕스럽게 “왕씨는 없다”는 이 썰렁함. 안하무인의 전형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통일세 문제도 그렇다. 발단이야 어떻든 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에 들어섰고 한국전 이래 최대 규모 군사훈련까지 하는 등 전쟁위험이 고조됐다. 선제 타격이니, 보복 전쟁이란 말을 양측이 예사롭게 쓰는 마당에 통일세 제안이 뜬금없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매년 1조 원 넘는 남북협력기금은 받아놓고 거의 안 쓰면서, 수시로 전쟁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통일세라니, 그 의도를 ‘흡수통일’로 본들 누굴 탓하겠는가. 당장 북한이 으르자고 나섰다. 게다가 통일세는 여당과 상의조차 않고 서민들 주머니사정도 고려 않은 채 불쑥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남의 주민과 북 당국은 물론 여 야가 모두 화를 내는 신기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 역시 후속이 문제였다. 이곳저곳에서 말이 많아지자 대통령은 “당장 걷자는 게 아니고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물러섰다. 아니, 8·15경축사 같은 국정 기조를 밝히는 연설에서 내놓은 주요 제안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고 빠져도 되는 것인가. 한반도 긴장이 엄중한 시기의 대통령 연설이 이렇게 준비 없이 던져봤다 물리는 모양이 돼도 괜찮은 건가.
지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도 이해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정부는 취임 초 ‘강부자’ ‘고소영’ ‘S라인’ 인사로 그렇게 큰 곤욕을 치렀지만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한탄이 쏟아진다. 부동산투기 등 불투명한 재산형성 문제가 또 불거지고 공직자의 말이라곤 믿기 어려운 막말을 쏟아낸 인사가 요직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청와대가 인사를 뜻대로 관철시키기 위해 범법도 용인할 수 있다고 아예 공개적으로 나선 점이다. 주민등록법 상 엄연한 범죄인 위장전입을, 말 그대로 ‘일삼은’ 공직후보에 대해 “재산증식이 아닌 자녀교육 목적이라면 양해한다는 내부기준이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한다.

국민과 여야 모두 화낸 통일세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이 혹시라도 위장전입을 했다 발각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재산 양극화도 서러운데 권력의 양극화, 법 잣대의 양극화를 번연히 조장하는 높은 사람들 행태를 보며 속이 뒤틀리고 눈이 뒤집히는 건 그저 서민들뿐이다.
공직후보자 본인이 시인하는 위법이 드러났지만 “청문회까지는 가보자”는 말도 여당의 다수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눈치 좀 보다 어물쩍 임명하겠다는 꼼수로 보인다.
지방선거 직후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침울한 모습을 보였던 대통령께서 7·28에 고무돼 민심의 무서움을 잊은 것 아닌지 참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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