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법, 당신들만 지켜라”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을 안 하면 대한민국에선 고위공직자 자격이 안 되는 모양이지?”
“주민등록법은 서민용과 장관용이 따로 있나? 귀찮은 법은 국민들만 지키라니, 나 원 참!”
“그런 사람만 골라내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참 용하더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20일,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청문회 무용론으로 술렁였다. 이번에도 통과의례인 양 국회에서 며칠 떠들다가,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의회권력으로 전원 통과 아니면 한 두 사람 희생양을 삼고 넘어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외친 ‘공정한 사회’는 허공 속으로 사라진 메아리가 되었다. ‘고소영 내각’으로 불렸던 MB 정권 1기 내각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9월 정운찬 총리를 필두로 한 2기내각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같은 고위공직자 ‘단골의혹’으로 문제가 되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민적인 냉소와 비아냥거림의 배경이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의혹 백화점’
8·8개각 국무위원 내정자 8명 등 고위공직 내정자 10명의 대다수가 이런저런 도덕적 흠결로 문제가 되고 있다.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부동산 투기의혹, 논문 표절의혹, 탈세의혹, 자녀 이중국적 시비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는 ‘의혹 백화점’이라는 평가다.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개각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인선과 검증을 서두르다 잘못됐다는 변명을 인정할 사정이라면 차라리 위안이 되겠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예정된 개각에 ‘결점 90%’ 인사는 누가 보아도 실패작이다.
각료 내정자들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될 때마다 청와대는 검증 시스템을 강화한다, 검증인력을 늘린다, 하며 인사검증 개선을 약속해 왔다. 실제로 20여명으로 구성된 인사검증 담당 비서관실이 새로 생겼고 자체검증 항목도 크게 늘었다. 행정안전부와 국정원 국세청 경찰 등 관련기관 자료를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검증 시스템 상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일부 내정자의 의혹소지를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붙어 그대로 대통령에게 추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의혹의 소지를 알고도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위장전입이 투기 목적이 아니라 교육목적이라면 내정을 철회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변인도 “위장전입의 시기와 정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청와대 편을 들었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거주지와 주소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등 처벌규정이 있는 주민등록법을 고위공직자에게는 예외로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 규정 때문에 매년 수백명의 국민이 고발당해 처벌을 받고 있는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저 놀랍고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실정법 어긴 사람, 유능해도 고위직은 안돼
지난해 2기 내각 청문회 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을 받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비호로 각료와 중요 기관장이 되었을 때 청와대는 “위장전입 등 웬만한 결격사유는 다 검토했다. 그러나 그것이 국무위원의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도덕적으로 좀 하자가 있어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그 말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위장전입을 해도 괜찮다니, “귀찮은 법은 당신들만 지키고 우리는 좀 편하게 살자”는 말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국무위원 같은 고위공직자는 도덕적으로 무한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사에 영을 세울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깨끗해도 국민에게 결백을 요구하기 어려운 법인데, 하물며 남의 지탄을 받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이래라 저래라 하면 누가 따르겠는가. 실정법을 어긴 사람은 아무리 유능해도 그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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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을 안 하면 대한민국에선 고위공직자 자격이 안 되는 모양이지?”
“주민등록법은 서민용과 장관용이 따로 있나? 귀찮은 법은 국민들만 지키라니, 나 원 참!”
“그런 사람만 골라내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참 용하더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20일,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청문회 무용론으로 술렁였다. 이번에도 통과의례인 양 국회에서 며칠 떠들다가,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의회권력으로 전원 통과 아니면 한 두 사람 희생양을 삼고 넘어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외친 ‘공정한 사회’는 허공 속으로 사라진 메아리가 되었다. ‘고소영 내각’으로 불렸던 MB 정권 1기 내각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9월 정운찬 총리를 필두로 한 2기내각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같은 고위공직자 ‘단골의혹’으로 문제가 되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민적인 냉소와 비아냥거림의 배경이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탈세 등 ‘의혹 백화점’
8·8개각 국무위원 내정자 8명 등 고위공직 내정자 10명의 대다수가 이런저런 도덕적 흠결로 문제가 되고 있다.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이 4명으로 가장 많고, 부동산 투기의혹, 논문 표절의혹, 탈세의혹, 자녀 이중국적 시비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는 ‘의혹 백화점’이라는 평가다.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개각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인선과 검증을 서두르다 잘못됐다는 변명을 인정할 사정이라면 차라리 위안이 되겠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예정된 개각에 ‘결점 90%’ 인사는 누가 보아도 실패작이다.
각료 내정자들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될 때마다 청와대는 검증 시스템을 강화한다, 검증인력을 늘린다, 하며 인사검증 개선을 약속해 왔다. 실제로 20여명으로 구성된 인사검증 담당 비서관실이 새로 생겼고 자체검증 항목도 크게 늘었다. 행정안전부와 국정원 국세청 경찰 등 관련기관 자료를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검증 시스템 상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일부 내정자의 의혹소지를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붙어 그대로 대통령에게 추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의혹의 소지를 알고도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위장전입이 투기 목적이 아니라 교육목적이라면 내정을 철회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변인도 “위장전입의 시기와 정도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로 청와대 편을 들었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거주지와 주소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등 처벌규정이 있는 주민등록법을 고위공직자에게는 예외로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 규정 때문에 매년 수백명의 국민이 고발당해 처벌을 받고 있는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저 놀랍고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실정법 어긴 사람, 유능해도 고위직은 안돼
지난해 2기 내각 청문회 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을 받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비호로 각료와 중요 기관장이 되었을 때 청와대는 “위장전입 등 웬만한 결격사유는 다 검토했다. 그러나 그것이 국무위원의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도덕적으로 좀 하자가 있어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그 말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위장전입을 해도 괜찮다니, “귀찮은 법은 당신들만 지키고 우리는 좀 편하게 살자”는 말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국무위원 같은 고위공직자는 도덕적으로 무한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사에 영을 세울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깨끗해도 국민에게 결백을 요구하기 어려운 법인데, 하물며 남의 지탄을 받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이래라 저래라 하면 누가 따르겠는가. 실정법을 어긴 사람은 아무리 유능해도 그 자리에 올라서는 안 된다.
문창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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