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일자리 위기 극복 어떻게
한국적 고용전략 위해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이명박 정부의 고용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정부가 최근 도입키로 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제도 등 초강력 세제개편은 변화된 MB식 고용전략의 첫 카드다. 고용을 늘인 기업에게 1000만원씩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이번 계획은 일자리 정책 측면에선 획기적 수준이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핵심기준으로 수익률뿐만 아니라 ‘고용’까지 고려토록 한 것은 기업 활동 방향을 무조건 시장에만 맡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고용정책의 방향 전환은 지난 7・28지방선거 패배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고용문제는 정치문제로 직접 이어진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근로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면도 있으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때문이기도 하다.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선거 직후 “청년들이 지방선거 당일 오후 뒤늦게 대거 참여한다고 해서 벌벌 떨어야 하는 여당에게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최근 우리나라 고용문제의 특징은 일자리 부족현상이 만성적이라는 점이다. 상반기만 비교하면 고용률은 2008년 59.4%에서 2009년 58.4로 낮아지더니 올해는 58.3%로 더 떨어졌다. 실업률도 2008년 3.2%, 2009년 3.8%, 올해 4.1%로 높아졌다. 경기회복국면에도 불구하고 20대 청년의 취업자수는 수년내 늘어난 적이 없다. 20대 장기 미취업자는 ‘장미족’으로 불리며 급격한 민심이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해법이 분명치 않다.
매년 10조원 이상 투입되는 정부 재정 일자리 사업은 무력하기만 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일자리 대책 예산사업 분석’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24개 부・처・청 등이 19조9126억원을 집행했으나, 실업급여 사업 이외엔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직접일자리 지원사업인 사회서비스 분야는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16만개를 만들었고, 희망근로프로젝트엔 1조3265억원을 들여 25만개를 창출했다. 하지만 월 평균 근로시간이 짧고 근로시간 변동성이 커 월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미달했다. 보건복지부 바추처 사업의 경우 월 소득은 50~80만원으로 최저생계비 83만5763원(2인 가구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후 1년 후 민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경우는 7.6%에 불과한 반면 일자리 사업에 재참여(56.8%) 하거나 일을 하지 않는 경우(35.4%)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인건비 중단 이후 급격한 고용 감축을 겪었고,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당초 사업대상인 취약계층보다 추가소득을 원하는 이들이 56%나 참여했다.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난 때문에 추경까지 편성한 고용유지지원 예산 5938억원은 55.9%만 집행됐고, 교육・훈련분야 예산은 1000억원 이상 남았다. 여러부처간 개별 사업 발굴을 통해 추진되는 일자리 사업은 중복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했다. 실업급여는 3년째 적자여서 보험요율을 재조정해야 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합적이고 획기적인 고용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대책을 짜깁기하는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지금의 일자리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들고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경쟁력강화회의를 주재하며 경제활성화를 외쳤다. 규제완화와 감세, 수출증대로 성장률이 오르면 고용문제는 시장에서 자연히 해결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영기 연구위원은 “집권 3년간 연평균 고용증가는 13만명에 불과해 지난 정부의 평균 25만개에 못미친다”며 “특히 최근 고용부진이 주로 청년층과 영세자영업자층에서 이뤄져 실직의 고통이 더 크고 장기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최근 고용전략회의를 열고 있지만 기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차별되는, 경제부처 위주의 규제완화 정책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향후 내놓을 국가고용전략은 성장과 고용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고용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불공정한 대-중소기업간 산업 현실 때문에 왜곡된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해 ‘한국적 일자리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예속적 관계 때문에 중소기업의 고용창출력이 낮은 게 현실이다. 자동차・반도체・조선・정보기술 등 최고수준의 대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데도 고용률은 OECD 30개국중 22위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의 예를 들어 대기업이 최근 5년간 부품협력업체에 지급한 부품매입비 증가율이 전체 제조원가 증가율의 60분의 1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규모를 늘이고 인력을 채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기술교육대 유길상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재정 투입시 실효성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대-중소기업 문제를 해소한다면 고용을 크게 늘일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동향분석실장은 “2004년에서 2008년 사이에 우리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네덜란드 필란드 독일 등은 고용률이 3~4% 증가했지만 우리는 매우 낮았다”며 “경제성장과 고용성장이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경제성장하에서도 더 높은 고용성장이 가능하도록 정책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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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고용전략 위해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이명박 정부의 고용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정부가 최근 도입키로 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제도 등 초강력 세제개편은 변화된 MB식 고용전략의 첫 카드다. 고용을 늘인 기업에게 1000만원씩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이번 계획은 일자리 정책 측면에선 획기적 수준이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핵심기준으로 수익률뿐만 아니라 ‘고용’까지 고려토록 한 것은 기업 활동 방향을 무조건 시장에만 맡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고용정책의 방향 전환은 지난 7・28지방선거 패배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고용문제는 정치문제로 직접 이어진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근로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면도 있으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때문이기도 하다.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선거 직후 “청년들이 지방선거 당일 오후 뒤늦게 대거 참여한다고 해서 벌벌 떨어야 하는 여당에게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최근 우리나라 고용문제의 특징은 일자리 부족현상이 만성적이라는 점이다. 상반기만 비교하면 고용률은 2008년 59.4%에서 2009년 58.4로 낮아지더니 올해는 58.3%로 더 떨어졌다. 실업률도 2008년 3.2%, 2009년 3.8%, 올해 4.1%로 높아졌다. 경기회복국면에도 불구하고 20대 청년의 취업자수는 수년내 늘어난 적이 없다. 20대 장기 미취업자는 ‘장미족’으로 불리며 급격한 민심이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해법이 분명치 않다.
매년 10조원 이상 투입되는 정부 재정 일자리 사업은 무력하기만 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일자리 대책 예산사업 분석’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24개 부・처・청 등이 19조9126억원을 집행했으나, 실업급여 사업 이외엔 눈에 띄는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직접일자리 지원사업인 사회서비스 분야는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16만개를 만들었고, 희망근로프로젝트엔 1조3265억원을 들여 25만개를 창출했다. 하지만 월 평균 근로시간이 짧고 근로시간 변동성이 커 월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미달했다. 보건복지부 바추처 사업의 경우 월 소득은 50~80만원으로 최저생계비 83만5763원(2인 가구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후 1년 후 민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경우는 7.6%에 불과한 반면 일자리 사업에 재참여(56.8%) 하거나 일을 하지 않는 경우(35.4%)가 대부분이었다.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인건비 중단 이후 급격한 고용 감축을 겪었고, 희망근로프로젝트는 당초 사업대상인 취약계층보다 추가소득을 원하는 이들이 56%나 참여했다.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난 때문에 추경까지 편성한 고용유지지원 예산 5938억원은 55.9%만 집행됐고, 교육・훈련분야 예산은 1000억원 이상 남았다. 여러부처간 개별 사업 발굴을 통해 추진되는 일자리 사업은 중복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했다. 실업급여는 3년째 적자여서 보험요율을 재조정해야 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종합적이고 획기적인 고용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대책을 짜깁기하는 수준의 대책만으로는 지금의 일자리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들고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경쟁력강화회의를 주재하며 경제활성화를 외쳤다. 규제완화와 감세, 수출증대로 성장률이 오르면 고용문제는 시장에서 자연히 해결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영기 연구위원은 “집권 3년간 연평균 고용증가는 13만명에 불과해 지난 정부의 평균 25만개에 못미친다”며 “특히 최근 고용부진이 주로 청년층과 영세자영업자층에서 이뤄져 실직의 고통이 더 크고 장기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최근 고용전략회의를 열고 있지만 기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차별되는, 경제부처 위주의 규제완화 정책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향후 내놓을 국가고용전략은 성장과 고용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고용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불공정한 대-중소기업간 산업 현실 때문에 왜곡된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해 ‘한국적 일자리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예속적 관계 때문에 중소기업의 고용창출력이 낮은 게 현실이다. 자동차・반도체・조선・정보기술 등 최고수준의 대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데도 고용률은 OECD 30개국중 22위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의 예를 들어 대기업이 최근 5년간 부품협력업체에 지급한 부품매입비 증가율이 전체 제조원가 증가율의 60분의 1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중소기업이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규모를 늘이고 인력을 채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기술교육대 유길상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재정 투입시 실효성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대-중소기업 문제를 해소한다면 고용을 크게 늘일 수 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동향분석실장은 “2004년에서 2008년 사이에 우리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네덜란드 필란드 독일 등은 고용률이 3~4% 증가했지만 우리는 매우 낮았다”며 “경제성장과 고용성장이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경제성장하에서도 더 높은 고용성장이 가능하도록 정책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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