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하반기 국정에 큰 영향을 미칠 8·8 개각 인사에 대한 청문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국회는 20일부터 진행된 후보자 대상 질의를 26일 마무리하고, 27일 총리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그동안 진행된 청문회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엄격해진 잣대, 위장전입은 중죄 =
먼저 국민이 고위공직자에 원하는 도덕적 잣대가 더 엄격해졌다. 지난 정권에서 후보자 낙마사유로 ‘논문표절’이 떠올랐고, 이번에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당초 여권에서는 위장전입 논란이 지난 2007년 대선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국민 분노가 이렇게 클지는 예상치 못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서 청문회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하지만 신재민 문화체육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쪽방촌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언론에서조차 ‘역겹다’라는 직설적 반응이 나왔다.
한편에서 자녀를 둔 3040 세대는 “나도 아들딸이 있는데 위장전입하면 처벌받고, 고위직이 자녀 교육핑계 대고 위법행위하면 장관에 오르냐”고 비판했다. 인터넷에는 위장전입의 뜻과 이에 대한 처벌수위를 문의하는 글이 폭주하고, 시민들끼리 법적 조항을 상세히 알려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도청 직원의 가사도우미 근무, 김태호 후보자 부인의 관용차 사용과 4800만원 호텔비 사용 등은 국민으로부터 ‘비호감 개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특혜? 관행이 아니라 범법행위 =
이번 청문회의 또 다른 특징은 정치권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태호 총리후보가 정치자금 10억을 가족과 지인을 통한 대출금으로 마련한 점은 과거 관행에만 비춰보면 이례적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돈 없으면 정치도 못하냐.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믿을만한 지인들로부터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과 국민은 ‘모범이 되야할 공직자가 특혜를 받는게 자랑이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자금마련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있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25일 총리후보 청문회에서 “중소기업은 정부가 100% 지급보증, 연대보증까지 해준다고 해도 단돈 1억을 대출받기 어렵다”며 김 후보의 답변이 ‘국민 실정과 동떨어진 사고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또 김 후보와 가족의 자산적 가치에 비해 정치적 신용이 더 크게 작용해 대출이 성사됐다면 이는 엄연한 특혜이며, 유력정치인이 적절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지인에게 돈을 빌려 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박선숙 의원은 김 후보가 채무에 대해 이자를 어떻게 지급했는지, 채무거래에 대한 차용증 원본이 있는지 정확한 자료를 청문회 이후에라도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홍준표 특검발언’ 여권의 기류변화 상징 =
8·8개각 청문회의 또 다른 특징은 여권에서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감싸는 현상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점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발언에 대해 특검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개각의 꽃으로 꼽히는 김태호 총리후보자에 대한 여권의 기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인사청문 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24일 첫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에게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해명할 기회를 자주 줬다. 하지만 김 후보가 25일 청문회에서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 며 말을 자주 바꾸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나라당 이범래 권택기 의원 등은 총리의 말에 대한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면서 김 후보를 질책했다. 또 김 후보가 정확하게 답변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며, 김 후보가 이명박 정권의 정책 중 반대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묻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기류변화는 이번 개각이 민심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서라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장서 문제가 된 인사를 보호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호되게 맞을 수 있고, 중요한 추석민심도 잡을 수 없다는 전망이다. 더불어 존경받지 못한 총리와 장관, 경찰청장과 국세청장 등이 이명박 대통령과 하반기 국정을 이끌어간다면 이는 곧 동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2년 총선을 앞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은 “이번 개각인사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인사기준이 어떤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비리 후보 임명을 강행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간다”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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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동안 진행된 청문회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엄격해진 잣대, 위장전입은 중죄 =
먼저 국민이 고위공직자에 원하는 도덕적 잣대가 더 엄격해졌다. 지난 정권에서 후보자 낙마사유로 ‘논문표절’이 떠올랐고, 이번에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당초 여권에서는 위장전입 논란이 지난 2007년 대선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국민 분노가 이렇게 클지는 예상치 못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서 청문회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하지만 신재민 문화체육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쪽방촌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언론에서조차 ‘역겹다’라는 직설적 반응이 나왔다.
한편에서 자녀를 둔 3040 세대는 “나도 아들딸이 있는데 위장전입하면 처벌받고, 고위직이 자녀 교육핑계 대고 위법행위하면 장관에 오르냐”고 비판했다. 인터넷에는 위장전입의 뜻과 이에 대한 처벌수위를 문의하는 글이 폭주하고, 시민들끼리 법적 조항을 상세히 알려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도청 직원의 가사도우미 근무, 김태호 후보자 부인의 관용차 사용과 4800만원 호텔비 사용 등은 국민으로부터 ‘비호감 개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특혜? 관행이 아니라 범법행위 =
이번 청문회의 또 다른 특징은 정치권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태호 총리후보가 정치자금 10억을 가족과 지인을 통한 대출금으로 마련한 점은 과거 관행에만 비춰보면 이례적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돈 없으면 정치도 못하냐.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믿을만한 지인들로부터의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과 국민은 ‘모범이 되야할 공직자가 특혜를 받는게 자랑이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자금마련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있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25일 총리후보 청문회에서 “중소기업은 정부가 100% 지급보증, 연대보증까지 해준다고 해도 단돈 1억을 대출받기 어렵다”며 김 후보의 답변이 ‘국민 실정과 동떨어진 사고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또 김 후보와 가족의 자산적 가치에 비해 정치적 신용이 더 크게 작용해 대출이 성사됐다면 이는 엄연한 특혜이며, 유력정치인이 적절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지인에게 돈을 빌려 썼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박선숙 의원은 김 후보가 채무에 대해 이자를 어떻게 지급했는지, 채무거래에 대한 차용증 원본이 있는지 정확한 자료를 청문회 이후에라도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홍준표 특검발언’ 여권의 기류변화 상징 =
8·8개각 청문회의 또 다른 특징은 여권에서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감싸는 현상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점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발언에 대해 특검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개각의 꽃으로 꼽히는 김태호 총리후보자에 대한 여권의 기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인사청문 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24일 첫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에게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해명할 기회를 자주 줬다. 하지만 김 후보가 25일 청문회에서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 며 말을 자주 바꾸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나라당 이범래 권택기 의원 등은 총리의 말에 대한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면서 김 후보를 질책했다. 또 김 후보가 정확하게 답변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며, 김 후보가 이명박 정권의 정책 중 반대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묻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기류변화는 이번 개각이 민심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서라는 관측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장서 문제가 된 인사를 보호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호되게 맞을 수 있고, 중요한 추석민심도 잡을 수 없다는 전망이다. 더불어 존경받지 못한 총리와 장관, 경찰청장과 국세청장 등이 이명박 대통령과 하반기 국정을 이끌어간다면 이는 곧 동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2년 총선을 앞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한 의원은 “이번 개각인사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인사기준이 어떤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비리 후보 임명을 강행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간다”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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