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공무원 채용 선진화와 ‘음서제’(蔭敍制)

지역내일 2010-08-30
공무원 채용 선진화와 ‘음서제’(蔭敍制)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래 시행된 고시는 공정한 공무원 채용 방식이라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그 시험 내용과 방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법학과 행정학 등 일부 교과목의 대학 학부 수준 지식을 필기시험을 통해 측정하는 선발 방식으로는 고위공무원의 전문적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재를 뽑기 힘들다는 게 그 핵심이다.
8월 초 행정안전부에서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행정고시라는 말 대신 ‘5급 공채’로 이름을 바꾸고, 2011년부터 5급 공무원 신규 채용자의 30%(약 100명)를 고시가 아니라 서류 심사와 면접으로 선발하며, 점차적으로 그 비율을 늘려 2015년에는 5급 공무원의 절반을 민간 전문가 중에서 채용하기로 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공무원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공무원 채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그 새로운 제도가 고려·조선시대 전·현직 고관의 자제를 과거(科擧)를 거치지 않고 채용했던 ‘음서제’(蔭敍制)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 출신자가 전문자격증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고, 정치인·고위관료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력자의 자제나 친·인척이 면접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학벌, 집안 배경, 연줄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소수 특권층을 위한 특별채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서민이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크게 제약된다. 정권을 잡은 지배집단이 자기 세력을 뽑는 제도로 악용할 소지가 많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특권층 특별채용제 변질 우려
지식과 정보가 중심이 된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고려 광종 때(958년)부터 시행된 과거제도의 현대적 재현인 고시제도의 유용성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새로운 제도 성패의 관건은 제도 운용, 즉 서류 심사와 면접만으로 공직자 적성과 자질을 어떻게 가려내는가에 달려 있다. 서류 전형과 면접 심사 과정에서 여러 위원들이 객관적 기준에 의거 공정하게 심사하는 관행이 정착하지 못하면, 그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새로운 제도가 고시제도가 담보해 온 ‘기회의 평등’과 ‘계층 상승의 사다리’라는 상징을 계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자금 융자, 장학금 제도 확충 등 전문가 양성 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방식도 가능하겠지만, 국가 도약의 새로운 원동력으로서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획기적인 장학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등 민간이 동참해야 함은 두 말의 여지가 없다.
한편, 공무원 인사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 인사제도의 근간인 계급제와 순환보직은 다양한 보직으로의 순환이동과 그것을 통한 승진을 주요 보상 기제로 활용한다.
순환보직제는 공무원이 한곳에 장기간 근무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정부패를 예방하고 창의적인 직무 수행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직 인사를 살펴보면, 요직을 두루 거친 사람이 중용되어 왔다. 그렇지만 공무원들이 너무 잦은 순환보직 인사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업무효율도 낮다는 평가도 있다.
특정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민간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충원하려는 새로운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순환보직제 역시 손질해야 한다. 보직순환 범위를 좁히고, 전보 제한 기간을 늘리며, 직책의 중요성과 전문성에 따라 임명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공무원 인사제도를 전문성에 근거한 역량, 자질 및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공정성 확보장치 마련해야
행정안전부에서는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해 연말까지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문가 서류 전형과 면접 심사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또 순환보직제를 근간으로 하는 인사 제도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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