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어린 후계자 부탁하려 방문” … 북한 후계구도에 이견 없어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선친 고 김일성 주석의 혁명유적지 참배에 치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일정을 볼 때 창춘 난후호텔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한 일정을 빼면 그동안 3박4일 가운데 절반가량을 선친 혁명유적지 참배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보는 다음 달로 예정된 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선친인 김 주석의 혁명 유지를 받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조선 노동당대표자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후계 지명을 암시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3남 정은의 방중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로이터 통신은 동행했다고 보도했지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 내에도 이번 방중 목적을 후계 구도 확립과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허락은 잘못된 분석” = 관례대로 중국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어떠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관영 언론도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귀국하고 나서야 정부의 발표와 관영 언론의 보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한 소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전문지 환구시보는 27일 “한국과 서방언론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26일 중국을 방문했고 이는 북한의 후계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김정일 방중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는 북한의 중국에 대한 신뢰를 설명하는 것일 뿐, 중국은 지도자 교체를 포함한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랴오닝사회과학원 북한-한국연구중심 뤼차오 주임은 “북중관계는 다른 외교관계에 비해 중국에 비교적 특수한 관계이지만 북한 지도자의 교체가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틀린 것”이라며 “지도자 교체는 북한의 내정이고 중국은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중 양측이 중대한 정치적, 경제적 사건을 통보하는 것은 양국의 장기적 전통이자 양국 우호 관계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아태학회 조선반도연구회 왕린창 위원은 “북한에 있어 중국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고 중국에게 있어서도 북중특수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청샤오허 박사는 28일 경제관찰보 인터넷판에 게재한 글에서 “북한의 권력승계는 완전히 북한 내부의 일이어서 중국정부는 참견할 만한 것이 없다”며 "북한지도자가 내부 인사변동 문제에서 중국과 소통하거나 중국에 통보하는 관례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중국은 지도자 인사문제에 대해 존중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방중의 경우 “김정일이 당대표자대회를 개최를 앞두고 중국지도자에게 관련 사실을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권력세습을 내정문제로 인식하면서 논평을 삼가는 것은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이는 중국정부가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언론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홍콩 봉황TV 시사평론가 허량량은 27일 프로그램 ‘시사개강’에 출연해 “(북한 지도자 교체가) 중국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완전히 자신들의 일”이라며 “하지만 소위 ‘탁고’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26세의 젊은이가 복잡한 상황에서 한 국가와 당과 군대의 지도자가 된다면, 또 중국지도자와 같이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뛰어난 좋은 친구들이 있다면 돌봐줄 것을 부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탁고(託孤)’란 고아의 장래를 믿을 만한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뜻이다.
◆후계에 대한 관심은 높아 = 최근 들어서는 뜸해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언론들은 김정은(당시에는 김정운으로 호칭)에 대한 심층보도를 하곤 했다. 북한의 후계구도가 명확해지고 그의 방중설이 나돌던 때였다. 당시 환구시보와 환구인물, 남방주간 등 일부 중국언론은 복잡한 김정일의 가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3남으로의 권력승계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논조를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계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해 6월 3일 환구시보는 중국 전문가 5명의 견해를 인용했다. 2명은 북한의 후계가 ‘김정운’으로 정해지고 있다는 한국언론의 보도를 믿을 만하다고 평가한 데 반해 3명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뤼차오 주임은 “한국언론의 논조에는 근거가 있다”며 “북한에 있는 지인들도 그와 비슷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에서 특파원을 지낸 쉬바오캉 전 인민일보 기자는 “북한이 차기 지도자 교육 단계에 진입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새로운 지도자는 일정한 위치에서 단련돼야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아직 그러한 보도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익명의 전문가는 “단 하나 정확한 것은 ‘김정운’이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뿐이다”고 말했고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퍄오지안이 연구원은 “한국언론의 논조는 믿을 수 없어서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단정한 바 있다.
중국 전문가들이 북한 권력세습에 말을 아끼고 있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 후계구도에 대한 중국 내 시각에서 회의적인 입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의 후계작업 또한 기정사실화해가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기수 기자 이정애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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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선친 고 김일성 주석의 혁명유적지 참배에 치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일정을 볼 때 창춘 난후호텔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한 일정을 빼면 그동안 3박4일 가운데 절반가량을 선친 혁명유적지 참배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보는 다음 달로 예정된 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 대표자대회를 앞두고 선친인 김 주석의 혁명 유지를 받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조선 노동당대표자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후계 지명을 암시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3남 정은의 방중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로이터 통신은 동행했다고 보도했지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 내에도 이번 방중 목적을 후계 구도 확립과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허락은 잘못된 분석” = 관례대로 중국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어떠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관영 언론도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귀국하고 나서야 정부의 발표와 관영 언론의 보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한 소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전문지 환구시보는 27일 “한국과 서방언론은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26일 중국을 방문했고 이는 북한의 후계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김정일 방중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는 북한의 중국에 대한 신뢰를 설명하는 것일 뿐, 중국은 지도자 교체를 포함한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랴오닝사회과학원 북한-한국연구중심 뤼차오 주임은 “북중관계는 다른 외교관계에 비해 중국에 비교적 특수한 관계이지만 북한 지도자의 교체가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틀린 것”이라며 “지도자 교체는 북한의 내정이고 중국은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중 양측이 중대한 정치적, 경제적 사건을 통보하는 것은 양국의 장기적 전통이자 양국 우호 관계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아태학회 조선반도연구회 왕린창 위원은 “북한에 있어 중국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고 중국에게 있어서도 북중특수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청샤오허 박사는 28일 경제관찰보 인터넷판에 게재한 글에서 “북한의 권력승계는 완전히 북한 내부의 일이어서 중국정부는 참견할 만한 것이 없다”며 "북한지도자가 내부 인사변동 문제에서 중국과 소통하거나 중국에 통보하는 관례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중국은 지도자 인사문제에 대해 존중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방중의 경우 “김정일이 당대표자대회를 개최를 앞두고 중국지도자에게 관련 사실을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권력세습을 내정문제로 인식하면서 논평을 삼가는 것은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태도다. 이는 중국정부가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언론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홍콩 봉황TV 시사평론가 허량량은 27일 프로그램 ‘시사개강’에 출연해 “(북한 지도자 교체가) 중국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완전히 자신들의 일”이라며 “하지만 소위 ‘탁고’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26세의 젊은이가 복잡한 상황에서 한 국가와 당과 군대의 지도자가 된다면, 또 중국지도자와 같이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뛰어난 좋은 친구들이 있다면 돌봐줄 것을 부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탁고(託孤)’란 고아의 장래를 믿을 만한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뜻이다.
◆후계에 대한 관심은 높아 = 최근 들어서는 뜸해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언론들은 김정은(당시에는 김정운으로 호칭)에 대한 심층보도를 하곤 했다. 북한의 후계구도가 명확해지고 그의 방중설이 나돌던 때였다. 당시 환구시보와 환구인물, 남방주간 등 일부 중국언론은 복잡한 김정일의 가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3남으로의 권력승계가 확실시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논조를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계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해 6월 3일 환구시보는 중국 전문가 5명의 견해를 인용했다. 2명은 북한의 후계가 ‘김정운’으로 정해지고 있다는 한국언론의 보도를 믿을 만하다고 평가한 데 반해 3명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뤼차오 주임은 “한국언론의 논조에는 근거가 있다”며 “북한에 있는 지인들도 그와 비슷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에서 특파원을 지낸 쉬바오캉 전 인민일보 기자는 “북한이 차기 지도자 교육 단계에 진입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새로운 지도자는 일정한 위치에서 단련돼야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아직 그러한 보도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익명의 전문가는 “단 하나 정확한 것은 ‘김정운’이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뿐이다”고 말했고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퍄오지안이 연구원은 “한국언론의 논조는 믿을 수 없어서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단정한 바 있다.
중국 전문가들이 북한 권력세습에 말을 아끼고 있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 후계구도에 대한 중국 내 시각에서 회의적인 입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의 후계작업 또한 기정사실화해가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기수 기자 이정애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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