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에 듣는다 -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부자동네 세금 나눠 써야한다
5년간 교육에 800억원 투자 계획 … “순환형 개발 위해 서울시·정부 나서야”
“강남지역 세수가 많은 건 해당 구청이 특별히 일을 잘 해서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던 지역에 강북지역 세금을 투입해서 지금처럼 발전한 겁니다. 그 세금은 당연히 나눠써야 합니다.”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은 “임기 내 공동과세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감의 근간은 다수의 서울시민을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강남북 삶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으리라는 믿음이다.
“우리는 기반시설도 부족한데 강남은 도시기반시설을 다 갖추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삶의 질이 다릅니다.”
◆교육 위해 떠나지 않아야 =
유덕열 구청장이 ‘돈’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가장 시급한 지역 현안으로 꼽고 있는 교육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유 구청장은 “교육이 바로 동대문의 미래”라며 “초·중·고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5년간 8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비나 인건비 등 고정예산이 아닌 가용예산이 3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구에서는 다른 사업이 불가능해질 정도 예산이다.
우선 내년부터 초·중학교 대상으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올해는 우선 초등학생 급식자재를 친환경재료로 바꾸도록 지원할 요량으로 구청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학습준비물을 제공하고 초등학교마다 방과후 돌봄교실을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해 초등학교 학력신장 교실을 신설하는 한편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곧 구체화된다.
교육에 대한 그의 의지는 최근 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 구청장은 “과장급 인사에서 교육지원과장만 제외했다”고 말했다. 2년째 같은 업무를 맡고 있어 다른 자리로 이동이 필요한데도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간을 갖자고 요청했다. ‘주민에게 믿음을 주고 주민에게 신뢰받아야 한다’는 큰 목표를 세웠다. 교육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유 구청장은 “주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동대문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의미부여했다.
◆주민·직원과 만남 정례화 =
“솔직히 힘들죠. 전보다 나이도 들었으니….”
유덕열 구청장은 민선2기 동대문구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을 돌이키며 웃었다. 당시에는 젊음과 패기가 그의 무기였다면 지금은 주민이다. 그는 “일을 하자면 끝이 없는 자리가 구청장”이라며 “주민들을 만나 얘기를 듣다보면 일을 만들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매주 하루는 구청장실을 열고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주민과 대화하는 날’이다. 당파와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만나고 그 소리를 행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주민들을 만나느라 부서별 업무보고도 중단할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다.
민선2기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같다. 1998년 34년 된 구청건물을 둘러싼 2m 높이 담장을 헐고 주민 쉼터를 만들었다. ‘시위대가 몰려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직원들 우려에는 ‘만나겠다’고 답했다. 유 구청장은 “공공기관 건물이라고 ‘내 것, 우리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소통도 외부 소통만큼이나 중요하다. 직원들과도 한달에 한번 만남을 정례화했다. 지난달 젊은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현안’이 나왔다. 그는 직원간 미팅을 주선할 계획을 세웠다. 바로 강북구청과 협의, 두 구청의 미혼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 공공이 나서야 =
청량리 민자역사 완공 후 역세권개발, 전농·답십리와 이문·휘경뉴타운사업은 동대문지역 그림을 바꿀 수 있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구는 청량리 ‘집창촌’ 일대를 재정비하고 복경희대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을 연계해 젊음과 문화를 겸비한 도심공간으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전농·답십리 지역은 교육클러스터와 산업·주거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이문·휘경 지역은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한 국제문화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재개발·재건축이 그 안에 사는 사람보다는 개발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왔다는 것이다. ‘주민과 대화의 날’ 구청장실을 찾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내용도 재개발·재건축 관련 민원이었다.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법 자체가 잘못돼있거든요.”
조합설립 후 5년간 사업시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 주민이 찾아왔다. 사업을 청산하자니 생돈 2000만원을 토해내야 하고 사업을 기다리자니 손해는 계속 늘어가고 있어 가슴만 쥐어뜯던 이들이었다. 구청장이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청산하려면 되도록 빨리 하시라’.
유덕열 구청장은 주민 피해를 더 이상 양산하지 않기 위해 ‘순환형 재개발’을 약속했다. 일정 지역을 개발한 뒤 원주민이 재정착한 다음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형태다. 그는 “공공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 즉 SH공사와 LH공사가 우선 투자, 개발한 뒤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들어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주민들 의견을 직접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다. 유 구청장은 “같은 예산이라도 주민 입장에서 쓰자는 뜻”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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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 세금 나눠 써야한다
5년간 교육에 800억원 투자 계획 … “순환형 개발 위해 서울시·정부 나서야”
“강남지역 세수가 많은 건 해당 구청이 특별히 일을 잘 해서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던 지역에 강북지역 세금을 투입해서 지금처럼 발전한 겁니다. 그 세금은 당연히 나눠써야 합니다.”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은 “임기 내 공동과세 확대에 주력하겠다”며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신감의 근간은 다수의 서울시민을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강남북 삶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으리라는 믿음이다.
“우리는 기반시설도 부족한데 강남은 도시기반시설을 다 갖추고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삶의 질이 다릅니다.”
◆교육 위해 떠나지 않아야 =
유덕열 구청장이 ‘돈’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가장 시급한 지역 현안으로 꼽고 있는 교육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유 구청장은 “교육이 바로 동대문의 미래”라며 “초·중·고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5년간 8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비나 인건비 등 고정예산이 아닌 가용예산이 3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구에서는 다른 사업이 불가능해질 정도 예산이다.
우선 내년부터 초·중학교 대상으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올해는 우선 초등학생 급식자재를 친환경재료로 바꾸도록 지원할 요량으로 구청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학습준비물을 제공하고 초등학교마다 방과후 돌봄교실을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해 초등학교 학력신장 교실을 신설하는 한편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곧 구체화된다.
교육에 대한 그의 의지는 최근 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 구청장은 “과장급 인사에서 교육지원과장만 제외했다”고 말했다. 2년째 같은 업무를 맡고 있어 다른 자리로 이동이 필요한데도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간을 갖자고 요청했다. ‘주민에게 믿음을 주고 주민에게 신뢰받아야 한다’는 큰 목표를 세웠다. 교육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유 구청장은 “주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동대문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의미부여했다.
◆주민·직원과 만남 정례화 =
“솔직히 힘들죠. 전보다 나이도 들었으니….”
유덕열 구청장은 민선2기 동대문구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을 돌이키며 웃었다. 당시에는 젊음과 패기가 그의 무기였다면 지금은 주민이다. 그는 “일을 하자면 끝이 없는 자리가 구청장”이라며 “주민들을 만나 얘기를 듣다보면 일을 만들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취임 직후부터 매주 하루는 구청장실을 열고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주민과 대화하는 날’이다. 당파와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만나고 그 소리를 행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주민들을 만나느라 부서별 업무보고도 중단할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다.
민선2기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같다. 1998년 34년 된 구청건물을 둘러싼 2m 높이 담장을 헐고 주민 쉼터를 만들었다. ‘시위대가 몰려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직원들 우려에는 ‘만나겠다’고 답했다. 유 구청장은 “공공기관 건물이라고 ‘내 것, 우리 것’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소통도 외부 소통만큼이나 중요하다. 직원들과도 한달에 한번 만남을 정례화했다. 지난달 젊은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현안’이 나왔다. 그는 직원간 미팅을 주선할 계획을 세웠다. 바로 강북구청과 협의, 두 구청의 미혼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 공공이 나서야 =
청량리 민자역사 완공 후 역세권개발, 전농·답십리와 이문·휘경뉴타운사업은 동대문지역 그림을 바꿀 수 있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구는 청량리 ‘집창촌’ 일대를 재정비하고 복경희대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등을 연계해 젊음과 문화를 겸비한 도심공간으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전농·답십리 지역은 교육클러스터와 산업·주거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이문·휘경 지역은 대중교통을 기반으로 한 국제문화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재개발·재건축이 그 안에 사는 사람보다는 개발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왔다는 것이다. ‘주민과 대화의 날’ 구청장실을 찾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내용도 재개발·재건축 관련 민원이었다.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법 자체가 잘못돼있거든요.”
조합설립 후 5년간 사업시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 주민이 찾아왔다. 사업을 청산하자니 생돈 2000만원을 토해내야 하고 사업을 기다리자니 손해는 계속 늘어가고 있어 가슴만 쥐어뜯던 이들이었다. 구청장이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청산하려면 되도록 빨리 하시라’.
유덕열 구청장은 주민 피해를 더 이상 양산하지 않기 위해 ‘순환형 재개발’을 약속했다. 일정 지역을 개발한 뒤 원주민이 재정착한 다음 인근 지역을 개발하는 형태다. 그는 “공공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 즉 SH공사와 LH공사가 우선 투자, 개발한 뒤 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들어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주민들 의견을 직접 행정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다. 유 구청장은 “같은 예산이라도 주민 입장에서 쓰자는 뜻”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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