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 아버지들의 자녀교육 동참기

지역내일 2010-08-31 (수정 2010-08-31 오후 5:00:11)

당신의 아이와 通 하시나요?

가정교육에서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엄마의 백 마디 잔소리보다 아버지의 한 마디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데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서투르다. 때문에 자녀가 성장할수록 아버지와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자녀의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5~6학년) 시기부터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회복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아이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우리 지역 아버지들의 노력을 엿보며, 한 수 배워보기로 한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오페라 공연 함께 보며 아들과 감성을 나눕니다

“저는 아들이 감성적인 리더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식은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만 성공을 주지는 못하죠. 하지만 감성은 기회와 성공을 함께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어요.”
분당 구미동의 임광혁(47·신한은행 판교신도시금융센터 지점장) 씨는 외아들 성훈(14·늘푸른중 1)군과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문화적 감성을 불어넣어주는 아빠다. 학교에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성훈 군은 어릴 때부터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은행 지점장으로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업무에 쫓기면서도 임 씨가 빼놓지 않고 챙기는 가장 중요한 스케줄 중 하나는 바로 아들과 한 공연관람 약속. 학교에서 존경하는 인물을 적어내라고 했을 때 성훈 군이 주저 없이 ‘아빠’라고 적을 만큼 이들 부자 관계는 돈독하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아 오페라 맥베드를 감상했고, 지난달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로댕전을 다녀왔다.
“오페라 하면 자칫 아이가 지루해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데리고 다녀 그런지 오히려 아빠인 저보다 더 극의 내용과 음악에 진지하게 빠져들더라고요.”
임 씨는 아들 성훈 군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며 팀워크를 이뤄 뭔가를 창조하거나 이루는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성장기 감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음악, 미술 등 예술을 이해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 지난 5월 초에는 은행에서 리프레시 휴가를 받아 태국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화려하고 웅장한 앙코르와트 사원유적,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흙탕물을 마시며 헐벗고 굶주린 캄보디아의 빈민들을 모두 다 보게 됐어요.  따로 묻진 않았지만 성훈이의 표정만으로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빠인 전 짐작할 수 있었죠.”
‘보는 만큼 생각이 자란다’고 믿고 있는 임 씨는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한다. 보고 들으며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조적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홍정아 리포터

“아버지회 통해 열성아빠가 되었죠”

민조네가 분당으로 이사 오기 전 다니던 서울의 초등학교에는 아버지회가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회에서는 매년 ‘자녀교육 세미나’, ‘아빠와 함께 기차여행’, ‘학교 운동장 가족캠프’ 등을 개최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회에서 주최하는 ‘아빠와 함께 기차여행’에 남편과 아이를 보냈어요. 항상 가족단위로 움직였는데, 아빠와 아들이 함께한 경험이 없어서요. 남편이 처음에는 등 떠밀려 아들과 여행을 갔다가 좋았었는지, 2학년 때부터는 자진해서 아버지회에 가입하더군요”라고 부인 성영희(40·분당 야탑동) 씨가 설명했다. 민조가 3학년이 되어서 부터 민조아빠 정영문(43) 씨는 본격적으로 아버지회 임원활동을 시작했다.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아버지모임을 이끌어 나갔다. 아빠들끼리 모여 회의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민조 아빠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아버지들끼리 교육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본인도 애들 교육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자녀교육 세미나도 남편을 많이 변화시켰어요. 아이를 윽박지르기 보다는 대화하는 자세와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더군요.”
5년간 아버지회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분당으로 이사 온 민조네. 이제 민조는 6학년에 되어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아빠와의 관계가 원만해 큰 걱정이 없다. 어려서부터 아빠와 통한 덕분. 아버지의 참여가 자녀교육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체험한 민조아빠 정영문 씨는 경험을 살려 이사 온 지역에서도 아버지회를 결성하고 싶어 한다. 민조가 중학교에 올라가면 본격적인 질풍노도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아버지가 함께 시간을 해 줄 수 있는 것만큼 명약이 없다. 점점 남자로 성장해가는 아들과 아버지는 나누어야 할 것이 더 많아지는데, 부자간의 대화가 단절되면 아이는 그것을 밖에서 찾으려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민조네는 원만한 부자관계 유지를 위해 주말마다 등산을 한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 일찍 두 남자끼리만 등산을 가는데, 가끔 저와 딸이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어요. 하지만, 대문을 나서는 두 남자의 든든한 어깨를 보면 뿌듯하죠. 자녀와의 갈등, 아빠가 나서보세요.”            
오은정 리포터

아빠와 함께 한 2박 3일 여행 

6학년인 류진이와 아빠 김경태(41·용인 죽전) 씨는 지난여름, 단 둘이서 강원도에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사춘기에 접어든 류진이에게는 잊지 못할 아빠와의 추억이었지만, 이 여행을 가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서로 만나기만 하면 언성이 높아지고 갈등이 심해지는 남편과 아들의 관계를 보다 못한 아내 신미정(36) 씨가여행을 제안했다. “언제부턴가 류진이가 아빠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서로 안 좋게 끝내는 거예요. 사춘기에 접어든 류진이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남편이 못마땅해 하면서 늘 지적 해왔죠. 그러다보니 류진이가 아빠와 마주치는 걸 피하게 되고, 저러다 영영 아빠와 멀어지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둘만의 여행을 제안했죠”라고 부인 신미정 씨가 말했다.
신 씨가 여행계획을 짜줄 수도 있었지만, 남편이 직접 스케줄과 장소를 정해보도록 했다.
평소 일 벌리는 걸 귀찮아하는 남편 김경태 씨는 아내의 제안을 부담스러워 하며 투덜거렸다고 한다. 남편이 여행 장소를 정하고, 스케줄을 짜기까지 만도 1달 이상 걸렸다. 아빠와의 여행을 꺼린 것은 아들 류진이도 마찬가지. 중재역할을 하던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서 있게 되면, 서로 많이 싸울까봐 걱정이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온가족이 서울 나들이를 나섰고, 청량리 기차역에서 아내 신 씨와 딸 류진 양은 두 남자를 기차에 태워 보냈다. 우려와는 달리 아들과 아빠는 함께 기차를 타고 강촌에 내려 하룻밤을 보내고, 강원도로 가서 멋진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아들은 아빠가 자신을 많이 생각해준다는 것을 느꼈고, 아빠는 말을 아끼며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남편과 아들이 삼척 ‘새천년도로’를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부자간 여행이 멋있고, 부럽다며 많이 쳐다봤나 봐요. 둘이서 그 시선을 즐겼다네요. 여행을 떠나기 전엔 그저 그런 부자지간이었는데, 여행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부자관계로 자부심을 갖게 된 것같아요.”
물론 한 번의 여행으로 아들과 아빠의 관계가 180도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에 한 발 씩 다가선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오은정 리포터 

지역에서 진행되는 아버지 참여교육

분당 불곡초등학교_ 아버지 버팀목 교육

지난 7월 17일, 분당 불곡초등학교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1박 야영’이 개최되었다.
원래는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칠 계획이었으나, 이날 우천 관계로 교실에서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 이 행사를 진행한 불곡초 김효정 교사는 “작년 야영에 참여하셨던 아버님이 교실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밤을 보내는 것도 색다르고 재미있다며,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하시더군요”라고 말했다.
불곡초등학교는 ‘학부모참여 연구학교’로서 사교육을 줄이고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불곡초 나경희 교장은 “학부모라 함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칭하는 것인데, 현 교육은 어머니의 역할에 너무 치우쳐 있다”며, “아버지도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아버지 버팀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은 엄마들의 지나친 교육열성으로 아버지들이 자녀들과 놀고 싶어도 그럴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불곡초 김효정 교사는 “어머님들은 눈앞의 성적에만 치우쳐 교육을 시키시지만, 아버님들은 장기적인 비전을 보시고 자녀를 대하는 마인드가 있다”며, “부모의 균형감 있는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불곡초등학교에서는 ‘아버지와 1박 야영’ 프로그램 외에도 ‘1일 아버지 참여수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성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의_ ‘좋은 아버지 교실’

분당구 이매동에 있는 성남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는 해마다 ‘좋은 아버지교실’을 연다.
아버지의 위상을 재설정하고 올바른 역할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이번 ‘좋은 아버지교실’에서는 매주 토요일 5회에 걸쳐 자기이해를 위한 성격진단과 자녀에게 긍정적인 자존감을 키워주는 스트로크 활용, 대화분석을 통한 자녀와의 효과적인 교류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진행을 담당한 황현정 차장은 “작년에는 아버님들이 어머님들 손에 끌려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금년에는 아버님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을 담당한 유수정(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전문) 강사는 “아빠와 관계가 원만한 아들들이 사회생활도 잘하고, 특히 직장 상사와의 관계도 원만하며, 아빠와 사이좋은 딸들은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빠가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얘기다. 사춘기 자녀를 둔 집안에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은 부부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것.
“집안 구조상의 문제가 있거나 어려서부터 아빠와의 관계 형성이 안 된 경우에는 사춘기 극복이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부사이가 원만하면 사춘기 때 잠깐 아빠와 아이가 부딪히는 것은 큰 문제 아니며, 극복이 가능합니다. 엄마와 아빠 사이가 좋으면 자녀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죠”라고 유수정 강사는 강조했다.
오은정 리포터 

Tip 아빠와 추억 만들기는 이렇게

아빠와 아이의 자전거 여행 - 분당·용인은 자전거도로 천국. 자녀와 함께 가까운 탄천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자.

아빠와 아이의 산행 - 광교산, 청계산, 영장산, 불곡산…. 동네 가까운 산에 아이 손을 잡고 올라보자. 두런두런 오가는 대화 속에 부자·부녀의 정이 싹튼다.

아빠와 아이의 낚시여행 - 근처에 낚시터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역이다. 낚시에 취미가 있는 아빠라면 혼자 가지 마시고, 자녀를 동반해보시길.

아빠와 함께 가는 도서관 - 도서관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아빠는 아름답다. 휴일에 가까운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자. 느티나무도서관(031-262-3494)은 월,화,금,토요일에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용인시립도서관(031-324-4610)에서는 매년 여름 도서관 1박 가족캠프를 개최 한다. 깊은 밤 도서관에서 추억을 만들어보자. 

아빠와 떠나는 캠핑 - 요즘은 자녀와 캠핑 가는 아빠가 인기 좋다. 퇴근 후에도 떠날 수 있는 지역의 가까운 캠핑장을 찾아보자.
용인자연휴양림 031-336-0040
시메온농원 010-5255-2763
씨밀레 캠핑장 010-2281-1660

아빠와 함께 공연·전시 관람 - 감성을 키워주는 훌륭한 교육이다. 분당용인내일신문에서 매주 안내하는 문화공연을 꼭 챙기시길.

아빠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 지역에서 아빠와 자녀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찾아보자. 사춘기의 방황은 호사로 여겨질 수도 있다.  성남시 031-757-6226
용인시 자원봉사센터 031-335-7757   
오은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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