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를 생각한다
이정희 (회계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이래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일은 반드시 오기 때문에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라는 언급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이다. 물론 제안의 맥락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많다. 여러 배경과 이유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제안으로 현실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납북협력기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통일세 타령이냐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
어떻든 통일세는 필요하다. 이에 독일의 통일세 사례를 살펴 보자. 통일세라 불리는 독일 세금은 정확하게는 연대세(連帶稅, solidarity tax)이다. 이는 구 동독 지역의 균형 개발을 위한 공적 자금 조달 목적으로 1991년에 도입되어 1년 만에 중단되었으나 1995년에 재 도입되어 현재 시행 중이다. 이 세금은 주로 통일 독일의 균형발전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사용 목적은 이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전쟁 지원 및 인접 유럽 국가의 재정 지원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과세 대상은 법인 및 개인들이 부담하는 소득세에 추가하여 부담 세금의 5.5% 상당액을 내는 부가세(附加稅)이다. 배당, 이자 등 금융소득과 유가증권 양도소득도 과세 대상이다. 2009년까지 징수된 세금 총액은 1,850억 유로(약 278조 원)이며, 향후 연간 약 20조 원의 세금이 징수될 것으로 추산된다. 연대세에 대한 독일 국민의 여론은 좋지 않다. 실질적 통일, 즉 구 동독지역의 균형개발 목적 이외에 다른 용도에도 많은 세금이 사용되고 (실제 걸프 전쟁 지원비로도 쓰였다) 15년 이상 장기간 과세되어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이 이의 실효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납세자의 67%가 연대세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구 동독 지역 주정부들은 당해 지역의 지속적 재건 필요성 및 서독 지역과의 지역적 격차 등을 들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06년에는 독일납세자연맹이 연대세의 위헌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현재 독일의 GDP 및 조세부담률 등에 비추어 연대세가 총 조세징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 나라에서 같은 방식과 수준으로 통일세를 징수한다면 연간 세수는 약 5조 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통일 비용은 얼마나 될까? 미래기획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점진적 개방, 개혁 후 합의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380조 원, 반면 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 시에는 2,500조 원의 통일비용이 든다. 통일비용의 최소화 측면에서도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통하여 북한경제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최선이여, 이런 여건을 만드는 데에 우리의 역량을 기울여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통일 비용 추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통일 비용의 규모가 합리적으로 추정되어야 조달 방안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일 비용은 어차피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독일과 같이 법인세 및 소득세 등 직접세에 더하여 추가 세금을 징수하는 방안으로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거둔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나 만만치 않을 조세저항이 고려 요소이다. 둘째는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조정하는 방안인데 이는 간접세를 올리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조세저항과 징세비용은 적을 것이나 세제의 역진성 문제를 악화시키고 물가를 자극하여 경제적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합리적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셋째는 두 방안을 적절히 섞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어떤 방식이 최선인가는 판단하기 어렵다. 통일비용의 규모, 합리적인 징세기간 설정 및 형평성과 효율성 등 제반 조세원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국민적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통일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이나, 역사적 의의에 못지 않게 지난한 과업이 될 것이다. 이념의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처럼 경제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현실적 작업임을 인식해야 한다. 통일비용의 합리적 조달 방안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통일의 민족사적 의의에 부합하는 국민적 합의이다. 통일세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구해가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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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회계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이래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일은 반드시 오기 때문에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라는 언급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이다. 물론 제안의 맥락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많다. 여러 배경과 이유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제안으로 현실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납북협력기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통일세 타령이냐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
어떻든 통일세는 필요하다. 이에 독일의 통일세 사례를 살펴 보자. 통일세라 불리는 독일 세금은 정확하게는 연대세(連帶稅, solidarity tax)이다. 이는 구 동독 지역의 균형 개발을 위한 공적 자금 조달 목적으로 1991년에 도입되어 1년 만에 중단되었으나 1995년에 재 도입되어 현재 시행 중이다. 이 세금은 주로 통일 독일의 균형발전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사용 목적은 이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전쟁 지원 및 인접 유럽 국가의 재정 지원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과세 대상은 법인 및 개인들이 부담하는 소득세에 추가하여 부담 세금의 5.5% 상당액을 내는 부가세(附加稅)이다. 배당, 이자 등 금융소득과 유가증권 양도소득도 과세 대상이다. 2009년까지 징수된 세금 총액은 1,850억 유로(약 278조 원)이며, 향후 연간 약 20조 원의 세금이 징수될 것으로 추산된다. 연대세에 대한 독일 국민의 여론은 좋지 않다. 실질적 통일, 즉 구 동독지역의 균형개발 목적 이외에 다른 용도에도 많은 세금이 사용되고 (실제 걸프 전쟁 지원비로도 쓰였다) 15년 이상 장기간 과세되어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이 이의 실효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납세자의 67%가 연대세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구 동독 지역 주정부들은 당해 지역의 지속적 재건 필요성 및 서독 지역과의 지역적 격차 등을 들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06년에는 독일납세자연맹이 연대세의 위헌소송을 제기하였고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현재 독일의 GDP 및 조세부담률 등에 비추어 연대세가 총 조세징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 나라에서 같은 방식과 수준으로 통일세를 징수한다면 연간 세수는 약 5조 원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통일 비용은 얼마나 될까? 미래기획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점진적 개방, 개혁 후 합의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380조 원, 반면 북한의 급격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 시에는 2,500조 원의 통일비용이 든다. 통일비용의 최소화 측면에서도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통하여 북한경제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최선이여, 이런 여건을 만드는 데에 우리의 역량을 기울여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통일 비용 추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통일 비용의 규모가 합리적으로 추정되어야 조달 방안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일 비용은 어차피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독일과 같이 법인세 및 소득세 등 직접세에 더하여 추가 세금을 징수하는 방안으로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거둔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나 만만치 않을 조세저항이 고려 요소이다. 둘째는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조정하는 방안인데 이는 간접세를 올리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조세저항과 징세비용은 적을 것이나 세제의 역진성 문제를 악화시키고 물가를 자극하여 경제적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합리적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셋째는 두 방안을 적절히 섞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어떤 방식이 최선인가는 판단하기 어렵다. 통일비용의 규모, 합리적인 징세기간 설정 및 형평성과 효율성 등 제반 조세원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국민적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통일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이나, 역사적 의의에 못지 않게 지난한 과업이 될 것이다. 이념의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처럼 경제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현실적 작업임을 인식해야 한다. 통일비용의 합리적 조달 방안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통일의 민족사적 의의에 부합하는 국민적 합의이다. 통일세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구해가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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