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산 입구에 도착하자 궂은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비포장 길은 온통 진흙탕으로 변한다. 택시는 인적이 없는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한다. 해발 650m에서 시작한 산길은 실같이 이어진 산허리를 돌고 돌아 어느새 해발 1000m를 넘어선다. 사륜구동이 아니면 도저히 못 지날 것 같은 험로를 출고된 지 10년은 족히 넘었을 중국의 고물 택시는 요리조리 피해가며 잘도 달린다.
산 속을 한 시간 쯤 달렸을까? 길가에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바다향(巴達鄕)이다. 고도는 이미 해발 1900m에 근접해 있다. 민가에 들어가 고차수를 보고 싶어 왔다고 길 안내를 부탁했더니 링다오(領導 지역 대표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링다오가 산다는 집은 이층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남방 가옥이다. 마당 한 편에는 차를 널어 말리고 있고 아래층은 주로 창고와 축사로 쓰는데 육중한 돼지 한 마리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이곳에선 돼지를 우리에 가두어 기르지 않는다. 집에서 키우는 개처럼 이곳저곳 맘대로 돌아다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나이는 육십 정도? 비교적 젊게 보이는 링다오는 고차수를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는다며 100위안의 관리비와 100위안의 안내비를 요구한다. 야생의 차나무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작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빗속을 한나절이나 달려온 걸 생각하니 그냥 물러설 순 없는 일이다. 사정 내지는 흥정을 통해 겨우 150위안에 현장까지 가기로 합의하고는 안내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길도 없는 원시삼림의 마을 뒷산을 도보로 오르기 시작한 지 이십분, 안개 자욱한 해발 2000m 지점에 야생의 차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가랑비와 운무 속에 그윽한 차향이 진동을 한다. 그 중심에 목책을 두른 채 묵묵히 선 거대한 차나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이는 15m정도, 경이로울 정도의 헌출한 키에 밑둥은 하나지만 네 갈래 줄기가 힘차게 뻗어 나와 하늘을 받치고 있다. 두 아름은 됨직한 둘레다. 안내를 맡은 동네 청년 이야기로는 식물학자들에 의해 이 나무의 수령이 밝혀진 뒤 몰래 차를 채취하기 위해 차나무를 오르는 사람들 때문에 예전보다 가지가 많이 꺽이고 상했단다. 식물학 식견이 부족하여 실제의 수령을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보이차의 역사를 말해주는 살아있는 화석이 안내판 하나 없이 울타리 속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1700년을 끈질긴 생명력으로 원시림 깊은 곳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나무지만 몇 년 뒤에도 여전히 이 나무를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는 일이다.
내려오는 길 내내 하늘을 받치고 선 고차수의 자태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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