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역사의 악순환과 유신 29년(신명식 2001.10.16)

<내일시론>

지역내일 2001-10-19
<내일시론>역사의 악순환과 유신 29년(신명식 2001.10.16)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근 ‘반 DJ·비 이회창’의 깃발을 들고 “깜짝놀랄만한 정계개편”을 예고했다. 유신과업의 완수를 외치는 노정치인과 정치주역의 자리로 복귀하려고 몸부림치는 전직 대통령이 벌이는 야합은 처절하기도 하고 추한 모습으로도 비친다.
이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최대한 압박해 이 대열에 합류시키려할 것이라는 얘기도 허무맹랑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들은 지역감정이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정치무대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다. 김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수위도 높여나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3김이 다시 손을 잡아야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정치야망은 분명 노욕이라 할 수 있고 이를 꺾기에는 30년 세월이 아직도 부족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헌정 유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유신본당과 이른바 유신의 최대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펼치는 야합이 얼마나 위험한 놀음인지를 알 수 있다.

대통령 뽑는 요식행위, 체육관 선거 4번 있었다
1972년 10월 17일 19시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중지시키는 등 헌법 일부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킨다. 효력이 상실된 일부 헌법조항의 기능은 비상국무회의가 수행한다. 비상국무회의는 10월 27일까지 헌법 개정안을 공고하고 이 개정안은 공고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국민투표로써 확정한다.
당시 대통령 박정희씨가 취한 이 초헌법적인 조치에 따라 이른바 ‘10월유신’은 시작됐다. 이로부터 9년간 유신체제가 이어졌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신체제는 자유와 인권이 모두 박탈된 암울한 시대였음이 틀림없다.
국정감사는 폐지됐다. 국회회기도 제한됐다.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지명하면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형식상 동의하는 꼭두각시 국회의원이 나왔다. 임기2년의 유정회 의원이 되기 위해 일부 지식인과 언론인들은 곡학아세를 서슴지 않았다. 10월유신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칭송하며 박씨가 불러 주기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 쓸개빠진 지식인들도 많았다.
박정희씨는 ‘체육관 선거’를 통해 72년 8대, 78년 9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동네유지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지내보았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2359명이 장충체육관에 모여 단독 입후보한 박씨를 놓고 찬반투표를 했다. 찬성 2357표, 무효 2표라는 거의 100% 찬성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체육관선거는 박씨가 살해당한 1979년 10·26사건 이후에도 몇 차례 계속됐다. 그해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단독 입후보한 최규하씨를 10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신군부는 최씨를 끌어내리고 80년 8월 27일 11대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다. 역시 체육관선거였다. 군사독재에서 이러한 헌정유린은 네 번이나 이어졌다.
유신(維新)은 시전(詩傳)에 나오는 말로 ‘주 나라는 비록 오래되었으나 그 사명이 나날이 새로워진다’ (周雖舊邦 其命維新 日新又日新也)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 조선 중종때 정암 조광조와 고종때 흥선대원군이 유신이라는 말을 쓰며 강력한 개혁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박정희씨만큼 유신이라는 말을 즐겨 쓴 사람도 없을 것이다. 73년 1월 연두기자회견에서 그는 2시간17분 동안 유신이라는 단어를 43회나 반복해 썼다.

정치 혼란스러우면 박정희 향수로 수구세력 힘 얻어
박씨의 추종자들은 10월유신이 국민교육헌장 새마을운동 한국적민주주의론이라는 세 가지 사상적 지주 위에 세워진 통치이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평가는 정반대이다. 10월유신은 대통령의 절대권력과 장기집권, 종속적 자본축적의 심화, 사회적 통제 강화, 안보이데올로기 강화로 집약되는 독재체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30년이면 10월유신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려봄직하다. 그러나 ‘유신본당’ 이 현실세력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는 한 학계에서도 역사적 평가를 올바로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내일(17일)은 10월유신이 선포된 후 29년이 되는 날이다. 열흘 후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지 12주년이 된다. 해마다 그랬듯 이맘때가 되면 박정희씨에 대한 추모분위기가 조성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혼란스러울수록 그를 높은 자리에 올려 세우려는 움직임이 힘을 얻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야합이 그래서 가능한지도 모른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들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자.
신명식 정치담당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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