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인생2막을 즐긴다]③노인 돌봄, 지역사회가 함께

집에서 10분거리에 노인 위한 ‘보육시설’

지역내일 2010-09-20 (수정 2010-09-20 오전 11:51:44)

서울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서울 노인 인구는 6월 말 현재 96만여명. 전체 인구의 9.4%를 차지한다. 2019년에는 14.1%로 고령사회, 2027년에는 20.3%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복지 서비스도 이에 따라 저소득 소외계층 중심에서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초고령화 도시를 향해 달리는 서울의 현재와 서울시 노인정책을 점검한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119곳 … 요양시설 입소 최대한 늦춘다

“지난해 7월 어머니가 중풍으로 몸이 성치 않게 되었습니다. 치매형이라고 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머니는 아침마다 대문 나서기를 거부하셨습니다. 아프다, 오늘은 오지 말라고 했다, 어떤 할머니가 나를 무섭게 한다…. 이제는 달라진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어머니가 대문 나설 때 유일하게 반대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시는 곳이 서울도봉실버 데이케어센터에 가실 때뿐입니다.”
박정희(가명) 할머니가 서울 도봉구 도봉실버센터 내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한지 1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센터에 글을 보내왔다. 아들은 “좀 더 가족이 안정되고 직장일이 손에 익어 내 시간이 생기면 센터나 비슷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서 이 고마움을 갚고 싶다”고 전했다.

◆치매노인 서울에만 6만8000명 = ‘99세까지 88하게’. 길어진 수명만큼 건강한 몸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의도치 않게 질병이 많아지는 노년기.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이 2008년 실시한 ‘치매노인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치매유병률은 2005년 8.07%를 기준으로 2010년 8.76%, 2015년 9.44%, 2040년 11.21%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2008년 기준 치매인구가 6만8000여명에 달한다. 남성이 2만8000여명이 채 안되고 여성은 4만여명이 조금 넘는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14% 이상)를 넘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로 접어들 경우 치매를 비롯해 중풍(뇌졸중) 등 중증 노인성 질환자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가족과 사회의 부담도 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노인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가 3.78배로 늘었다. 2002년 65세 이상 노인 26만3000명이 병원을 찾았고 총 진료비는 3100억원이었다. 2008년에는 60만7000명이 노인성 질환으로 진료실을 찾아 3조5300억원을 썼다.
일단 발병하면 ‘장기전’을 펼쳐야 한다. 도봉실버센터 내 장기·단기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성질환자 61명을 대상으로 입소기간을 조사한 결과 24명이 3년 이상, 14명이 2년 이상 시설에 있었다. 보호자 중 대부분(51명)은 아들이나 딸 가족. 배우자도 7명이나 된다.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 가운데 80대 이상 노인이 2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0대 이상, 심지어 80대 노인이 더 나이든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성 질환에 대한 ‘두려움’도 여기서 비롯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염려하는 질병 중 치매는 암(45.0%) 다음 순위(10.4%)였다. 중풍(뇌졸중)도 고혈압(8.6%) 다음으로 높은 8.6%나 됐다.



◆노인 돌봄, 가족 밖으로 = 서울시가 가족 몫으로만 책임지워졌던 노인 돌봄을 지역사회로 끄집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지정, 운영하고 있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다. 기존 ‘주간보호시설’ 가운데 이용시간 서비스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시설에 대해 시설 운영비와 프로그램 비용 등을 지원,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시도였다.
김명용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노인을 위한 보육시설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보육시설을 통해 어린이 양육을 지원하는 것처럼 데이케어센터에서는 노인 돌봄을 지원, 가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의 가장 특징은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던 이용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확대한 것. 주말에 문을 여는 곳은 19곳, 휴일과 새벽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각각 5곳과 4곳이다.
지난해 1차로 47개 시설을 인증한 이후 10월 현재 119개 인증시설을 2085명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마다 미술 음악 웃음치료 등 치매 전문 서비스는 물론 노인들을 가정에서 시설까지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이동서비스, 물리·운동치료 등 기능회복 서비스, 목욕 이미용 등 위생·청결 서비스 등 시설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센터별로 지역사회와 연계, 한방진료 발마사지 이미용 등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가 데이케어센터 47개 인증시설을 이용하는 보호자 841명을 대상으로 센터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보호자의 경제·사회활동으로 돌볼 사람이 없다’는 답이 324명(39%), ‘보호자의 육체·정신적 어려움으로 돌보기 힘듦’이라는 답이 248명(30%)이었다. 서울시의 ‘노인 보육시설’ 덕분에 누구보다 보호자들이 부담을 던 셈이다. 민경연 양천데이케어센터장은 “늦은 시간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가족들은 노인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서비스로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가족들 반응을 전했다.

◆자녀-부모 함께 하는 시간 늘린다 = “어머니 스스로 자립 보행이 어려워지던 즈음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던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포기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돌볼 수 없다면 요양원이나 양로원에 모셔야 하나.”
신내노인데이케어센터를 찾은 한 이용자의 말이다. 도성수 신내노인데이케어센터장은 “6시 이후에는 어머니가 집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식사도 혼자 챙겨드셔야 했다”며 “야간서비스를 시행하며 어머니는 질좋은 저녁식사와 전문 프로그램, 개인위생서비스 등을 제공받고 딸은 심적 부담감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김귀자 도봉실버센터 원장은 “노인성 질환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며 “서울형 데이케어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위 신내센터 이용자처럼 적절한 시설을 찾지 못하면 바로 요양시설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자녀는 부모를 조금 더 모실 수 있고 노인 역시 자녀와 더 오랜시간 ‘집’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인터뷰]김명용 서울시 노인복지과장
2014년까지 300개로 확대

“‘10-10-10’이라고 아십니까? 집에서 10분 거리에, 자치구마다 10개, 밤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명용(사진)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가 추구하는 바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집 가까이에서 질좋은 서비스를 보호자가 필요한 시간대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서비스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민간 영역인 데이케어센터 운영에 서울시에서 운영비와 프로그램비까지 지원하는 이유다. 서비스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는데 시설들은 운영에 허덕이느라 서비스 질 높이기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어 나선 것.
시는 ‘서울형’이라는 상표명을 붙이는 곳에는 연간 적게는 5200만원부터 많게는 8000만원까지 예산을 지원한다. 대신 아침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시간을 확대하고 이용자를 보호자가 기다리는 가정까지 데려다주는 ‘송영서비스’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2월부터는 6개 권역마다 1곳씩 주말·공휴일 시범운영 서비스를 도입했다. 1주일 전에 예약하면 토요일과 일요일도 평일처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첫 인증을 시작으로 올해 인증시설은 119곳까지 늘었다. 시는 우선 자치구마다 10개, 250개까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서울형 인증을 받은 119개 시설 외에 미인증 시설이 62곳, 공사중인 시설이 54곳이다. 김 과장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성격(집에서 10분 거리)에 맞게 자치구별로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해 추가 설치 우선지역을 선정했다”며 “민선5기까지 300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한된 예산으로 언제까지 지원할 수 있을지 우려다. 김 과장은 “일본은 보험수가만으로 시설 운영이 가능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복지재단이나 종교재단이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 규모나 서비스 수준 면에서 재단 지원이 가능해 인증 시설을 확충하거나 운영하는 부담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명 기자

치매예방부터 장기요양까지
일반 노인은 치매 예방부터 조기발견, 중증 치매환자는 장기요양시설 입원. 주·야간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외에도 치매 증상별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자치구별로 있다.
지역치매지원센터는 치매 예방과 조기발견, 치료와 재활 등 진행 단계별로 관리하는 치매통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개 자치구 보건소와 연계, 60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각종 교육·홍보사업과 조기검진 예방등록관리사업을 실시한다. 저소득층에게는 원인확진검사비와 치료비를 지원한다. 치매 가족모임 등 보호자 서비스도 있다.
치매 환자가 가족과 함께 살며 운동·재활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가 대표적이다. 주간이나 야간 시간대 가족들이 원하는 시간만큼 전문 돌보미가 상주하는 시설에서 노인을 돌본다. 월 15일 이내 시설에 입소하는 ‘단기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현재 서울시내에 21곳이 있다.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노인을 찾아가는 ‘방문요양서비스’는 하루 4시간 이내 이용할 수 있다. 1388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 대상은 수급자 등 취약계층이다. 역시 취약계층 중심인 ‘방문목욕서비스’는 1107곳에서 실시한다.
이밖에 중증 환자를 위한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노인전문병원 3가지가 있다.
문의 : 120 다산콜센터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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