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날, 엄마는 보호소에서 눈물만…

지역내일 2010-10-26
화교출신 탈북자들 5개월 넘게 구금·방치
한국 “위장탈북” 중국 “호적없다” 떠넘기기

지난 2007년 북한을 탈출한 김명순(가명)씨. 김씨의 첫 망명지는 중국이었지만 먹고살기 힘들어 2년만에 다시 남한행을 결심한다. 마침내 올해 2월 10일 라오스를 거쳐 한국 인천에 도착한 김씨. 그러나 그를 기다린 건 경기도 화성의 외국인보호소였다. 화교증을 가지고 있었던 그를 탈북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렇게 200여일을 구금된 상태로 있었고 미리 한국에 정착한 딸과의 재회도 수포로 돌아갔다. 김씨 딸은 지난 2000년 중국 유학중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났고 어머니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며 둘째아이를 낳을 때까지 결혼식을 미뤘다. 하지만 지난 5월 딸은 어머니 없는 눈물의 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다. 그리고 김씨는 딸의 결혼식 날에도 차가운 보호소 유리벽 뒤에서 쓸쓸히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김씨와 같은 무국적 탈북자 5명이 수개월째 경기도의 한 외국인보호소에서 구금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들은 탈북자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중국에도 호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국제미아신세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교출신 ‘무국적’ 탈북자에 대한 법적 지원제도가 없는 탓이다.
25일 난민인권센터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따르면 화교 출신 아버지와 북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무국적 탈북자 5명이 중국과 라오스 등을 거쳐 한국에 올해 초 들어왔지만 정부 당국으로부터 위장탈북자 판정을 받고 지난 5월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다. 한국 정부는 무국적 탈북자들에게 강제출국 조처를 내렸지만 중국은 호구(호적)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들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아 송환마저 불가능한 상태다.
결국 무국적 탈북자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나오지 않은 채 이들은 5개월 넘도록 외국인보호소에 사실상 구금돼 있는 셈이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이들 중 한명은 남한행을 결심하고 나서 5개월여 만에 라오스를 거쳐 입국했지만 라오스 교도소에서 보낸 기간을 합하면 구금 생활이 200일을 넘었고, 다른 이는 중국으로 강제송환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중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호구 기록을 못 찾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말소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중국대사관 등과 업무 협의를 벌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결책이 나올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난민인권센터는 “탈북자의 국적판단에 관한 주체와 판정기준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법령이 없는 상태여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무국적 탈북자의 문제를 누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무국적 탈북자의 수가 1만~1만5000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 등 무국적 탈북자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무국적 탈북자에 대한 별도의 심사와 국적인정 제도와 같은 제도 개선과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무국적 탈북자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관계 당국의 위장 탈북자 판정을 받은 뒤 중국에 호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더라도 구제절차가 전혀 없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한국과 중국은 물론 심지어 관련 부처 간에는 관련 규정 미비를 이유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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