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문제, 나라에 떠넘겨졌는데··· (시론)
시대조류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엊그제 발표된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는 우리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성세대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변화도 많아,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
통계청이 15세 이상 국민 3만7000명을 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201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자 흡연비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지고, 국제결혼에 대한 찬성률이 60%를 넘어서는 등 바람직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 노인 부양에 관한 젊은이들의 의식변화 곡선이 너무 가파르다.
특히 미혼여성의 결혼관이 놀랍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46.8%에 불과하다. 반수 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셈이다. 혼전동거도 괜찮다고 응답한 사람이 40%를 넘었고, 20%는 결혼 없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의식변화는 부모부양 책임감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2002년까지만 해도 ‘부모의 노후는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70%를 넘었으나 이번에는 36%로 떨어졌다.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47.4%였다.
부모봉양에 관한 국민의식의 급변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한국은 동양에서도 유교윤리관이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평가받아 왔다.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처럼 인식되던 시대가 오래지 않다. 유달리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것도 그 탓이었다. 대를 잇고 싶은 것보다 우선하는 욕구였다. 젊은이들도 노부모 봉양을 의무요 도리로 인식해 왔다.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응답의 정확한 뜻은 헤아리기 어렵다. 가족이 부양할 의무도 있지만, 정부와 사회의 책임도 크다는 뜻일 것이다.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그렇게 떨어진 것을 보면 노부모 부양 책임감이 희박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선진국 담론이 활발해져 유럽형 노인복지 제도에 대한 갈망이 커진 탓도 있을 것이고, 취업난과 불경기 여파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로사상 쇠퇴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고령자 인구가 크게 늘어난 탓에 노인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풍조가 생긴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고령자 증가곡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이 전인구의 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은 2000년이었다. 2018년에는 고령자가 14%를 점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그로부터 8년 후에는 고령자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추산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되는 데 18년, 다시 초고령 사회로 가는 데 걸리는 8년이라는 세월은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없는 신기록이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일본도 24년과 12년이 걸렸다.
이 가파른 고령자 증가곡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민은 고령자 문제를 나라 앞으로 밀어놓았는데 정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발등의 불처럼 화급해진 고령사회 대비책에 “이것이다” 하고 답을 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각종 연금재정은 벌써 바닥이 났거나 빠르게 말라가고, 생계대책이 없어 자살하거나 외로이 죽어가는 극빈 고령자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자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다.
정부가 며칠 전 발표한 2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이라는 것도 저출산 문제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구색처럼 따라붙은 고령사회 대책이라는 것은 중·고령 여성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여성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 고령자 고용율을 60.4%에서 2015년 62%로 높이고, 퇴직연금 가입비율을 5.58%에서 11%로 높이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고령인구가 23%를 점하고 있는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이 떠넘긴 고령자 문제를 이제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각종 연금재원 문제에서부터 독거노인과 빈곤 노인가구 생계대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대비책이 시급하다.
문 창 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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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조류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엊그제 발표된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는 우리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성세대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변화도 많아, 당혹감을 감추기 어렵다.
통계청이 15세 이상 국민 3만7000명을 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201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자 흡연비율이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지고, 국제결혼에 대한 찬성률이 60%를 넘어서는 등 바람직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 노인 부양에 관한 젊은이들의 의식변화 곡선이 너무 가파르다.
특히 미혼여성의 결혼관이 놀랍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46.8%에 불과하다. 반수 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셈이다. 혼전동거도 괜찮다고 응답한 사람이 40%를 넘었고, 20%는 결혼 없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의식변화는 부모부양 책임감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2002년까지만 해도 ‘부모의 노후는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70%를 넘었으나 이번에는 36%로 떨어졌다.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47.4%였다.
부모봉양에 관한 국민의식의 급변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한국은 동양에서도 유교윤리관이 가장 모범적인 나라로 평가받아 왔다.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처럼 인식되던 시대가 오래지 않다. 유달리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것도 그 탓이었다. 대를 잇고 싶은 것보다 우선하는 욕구였다. 젊은이들도 노부모 봉양을 의무요 도리로 인식해 왔다.
‘가족과 정부·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응답의 정확한 뜻은 헤아리기 어렵다. 가족이 부양할 의무도 있지만, 정부와 사회의 책임도 크다는 뜻일 것이다.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이 그렇게 떨어진 것을 보면 노부모 부양 책임감이 희박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선진국 담론이 활발해져 유럽형 노인복지 제도에 대한 갈망이 커진 탓도 있을 것이고, 취업난과 불경기 여파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로사상 쇠퇴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고령자 인구가 크게 늘어난 탓에 노인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풍조가 생긴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고령자 증가곡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이 전인구의 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은 2000년이었다. 2018년에는 고령자가 14%를 점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그로부터 8년 후에는 고령자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추산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되는 데 18년, 다시 초고령 사회로 가는 데 걸리는 8년이라는 세월은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없는 신기록이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일본도 24년과 12년이 걸렸다.
이 가파른 고령자 증가곡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민은 고령자 문제를 나라 앞으로 밀어놓았는데 정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발등의 불처럼 화급해진 고령사회 대비책에 “이것이다” 하고 답을 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각종 연금재정은 벌써 바닥이 났거나 빠르게 말라가고, 생계대책이 없어 자살하거나 외로이 죽어가는 극빈 고령자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자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다.
정부가 며칠 전 발표한 2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이라는 것도 저출산 문제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구색처럼 따라붙은 고령사회 대책이라는 것은 중·고령 여성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여성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 고령자 고용율을 60.4%에서 2015년 62%로 높이고, 퇴직연금 가입비율을 5.58%에서 11%로 높이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고령인구가 23%를 점하고 있는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이 떠넘긴 고령자 문제를 이제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각종 연금재원 문제에서부터 독거노인과 빈곤 노인가구 생계대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대비책이 시급하다.
문 창 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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