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이대로 좋은가
요즈음 기초단체장들의 최대 고민은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주민민원이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수시로 방문해 ‘지자체가 기반시설조성비용을 많이 부담해달라’ ‘용적률을 높여 달라’ 등등의 특혜성 요구를 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타운 바람이 전국을 강타한 뒤 도심 재개발·재건축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자체들도 앞다퉈 정비구역과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개발이익은커녕 주민 분담금 부담만 늘어나면서 대부분 애물단지로 변했다. 민간회사들도 수지타산을 이유로 사업을 연기하고 있어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주민갈등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주민 분담금 늘면서 애물단지로 변해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1508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106곳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뉴타운사업지구 12개 시, 22개 지구 가운데 사업을 착공한 곳은 부천소사 1곳뿐이다.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된 138개 구역 중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곳은 34곳 밖에 없다.
이 가운데 군포 금정지구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된 지 3년을 넘겨 사업자체가 폐지됐다. 광명지구와 구리 인창수택지구, 안양 만안지구 등 5개 지구는 주민들이 지구지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성남시는 최근 LH가 수정·중원구 재개발사업지구 4곳의 사업 중단을 선언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인천시도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212곳이지만 이중 171곳은 기약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재개발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재산권 행사의 제약, 사업비 상승을 둘러싼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지자체 사이에선 언제부턴가 재개발·재건축을 두고‘폭발직전의 시한폭탄’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다수 의견보다는 사업추진에 적극적인 일부 주민들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본격적인 사업추진 단계에서는 분담금 개발이익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주민 갈등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비리와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선5기 지자체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 서울 강북구청이 대표적이다. 강북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때 형식적인 사업설명회만 거친 뒤 사업을 진행하는 기존방식 대신 주민설명회에서 사업현황 진행절차 등을 알려준 뒤 개별 주민설문조사를 실시해 찬성이 많을 경우에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재개발사업계획이 세워진 곳도 주민의사를 조사해 지구지정 취소를 검토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이 정도론 충분치 않다. 도시인구가 정체되고 점차 노령화되면서 대단위 신개발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지만 건설사들이 도심택지 확보가 쉬운 재개발방식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지자체는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정부도 관련법 정비 등 재개발사업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단기적으론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이 부진한 경우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비구역 해제제도’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주거환경개선사업방식도 수용방식에서 주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바꾸고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 재정착율을 높이는 방안도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도시재생사업, 주민참여 방식으로 정책 바꿔야
장기적으로는 대단위 신개발 중심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으로 도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가 상승과 토지수용의 어려움 등으로 신개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대신 기존시가지의 지가가 하락함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고 있다.
마침 오늘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토론회가 열린다. 국회와 지자체의 논의는 환영하지만 정부도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로 재미를 봤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것은 청계천이 아닌 ‘뉴타운’사업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정부의 대응이 늦어진다면 그 화살이 어디로 갈지 분명하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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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기초단체장들의 최대 고민은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주민민원이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수시로 방문해 ‘지자체가 기반시설조성비용을 많이 부담해달라’ ‘용적률을 높여 달라’ 등등의 특혜성 요구를 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타운 바람이 전국을 강타한 뒤 도심 재개발·재건축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각광을 받았다. 지자체들도 앞다퉈 정비구역과 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했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개발이익은커녕 주민 분담금 부담만 늘어나면서 대부분 애물단지로 변했다. 민간회사들도 수지타산을 이유로 사업을 연기하고 있어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주민갈등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주민 분담금 늘면서 애물단지로 변해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1508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106곳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뉴타운사업지구 12개 시, 22개 지구 가운데 사업을 착공한 곳은 부천소사 1곳뿐이다.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된 138개 구역 중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곳은 34곳 밖에 없다.
이 가운데 군포 금정지구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된 지 3년을 넘겨 사업자체가 폐지됐다. 광명지구와 구리 인창수택지구, 안양 만안지구 등 5개 지구는 주민들이 지구지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성남시는 최근 LH가 수정·중원구 재개발사업지구 4곳의 사업 중단을 선언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인천시도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212곳이지만 이중 171곳은 기약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재개발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재산권 행사의 제약, 사업비 상승을 둘러싼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지자체 사이에선 언제부턴가 재개발·재건축을 두고‘폭발직전의 시한폭탄’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다수 의견보다는 사업추진에 적극적인 일부 주민들 요청에 따라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본격적인 사업추진 단계에서는 분담금 개발이익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주민 갈등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비리와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선5기 지자체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 서울 강북구청이 대표적이다. 강북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때 형식적인 사업설명회만 거친 뒤 사업을 진행하는 기존방식 대신 주민설명회에서 사업현황 진행절차 등을 알려준 뒤 개별 주민설문조사를 실시해 찬성이 많을 경우에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재개발사업계획이 세워진 곳도 주민의사를 조사해 지구지정 취소를 검토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이 정도론 충분치 않다. 도시인구가 정체되고 점차 노령화되면서 대단위 신개발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지만 건설사들이 도심택지 확보가 쉬운 재개발방식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지자체는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정부도 관련법 정비 등 재개발사업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단기적으론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이 부진한 경우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비구역 해제제도’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주거환경개선사업방식도 수용방식에서 주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바꾸고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 재정착율을 높이는 방안도 반드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도시재생사업, 주민참여 방식으로 정책 바꿔야
장기적으로는 대단위 신개발 중심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으로 도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가 상승과 토지수용의 어려움 등으로 신개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대신 기존시가지의 지가가 하락함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고 있다.
마침 오늘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토론회가 열린다. 국회와 지자체의 논의는 환영하지만 정부도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로 재미를 봤다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것은 청계천이 아닌 ‘뉴타운’사업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정부의 대응이 늦어진다면 그 화살이 어디로 갈지 분명하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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