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현장·주민을 찾으면 답이 있다

지역내일 2010-11-10

방배권역 숙원사업, 120일만에 실마리"내집앞 치우기, 문화로 정착돼야"

"방배5·6·7구역, 국민단지…. 모두 몇 세대냐면 6570세대입니다. 5년동아 끌어온 주민 숙원사업인데 취임 후 120여일만에 재건축심의까지 통과됐습니다."

진익철(사진) 서울 서초구청장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주민들이 원하는 재건축이 어떤 방향인지 듣고 그에 맞춰 일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지방선거때 골목골목을 다니며 '빠른 재건축 사업'을 약속했다. 형식적·소극적 업무처리가 지지부해진 재건축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주민들 뜻을 읽었기 때문이다. 진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문서로만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심의 상정때도 서울시 등에 주민 의견을 전하기보다는 심의결과만 사후에 서류상으로 확인해왔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이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을 끌고 가려고 했기 때문에 진전이 없었던 겁니다."

◆접수민원 80% 이상 처리 = "1998년부터 열어온 벼룩시장이 싸구려 중고시장처럼 전락해 주민들 불만이 많았어요. 참가자는 대부분 타 지역 사람들이나 전문 상인들이고 지역 주민한테는 교통이나 소음 문제만 남겨지게 됐다는 거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벼룩시장을 그냥 닫을 수 없어 해당 부서 직원과 함께 현장을 찾아 해법을 고민했다. 환경정비와 지속적인 관리는 기본. 다양한 거리콘서트, 예술체험을 접목한 문화프로그램을 접목했더니 최근에는 주민 참여율이 40%를 웃돌게 됐다.

"현장에 가면 모든 답이 있다." 진 구청장 철칙이다. 현장은 곧 주민이다. '얼굴을 직접 맞대고 소통하고 화합하겠다'는 목표로 넉달을 보냈다. 취임 후 보름간 만난 주민만 3000여명이다. 8월에는 행정기관의 손발처럼 활동하는 통장 510명과 두차례 만남을 가지며 자신이 직접 듣지 못했던 부분을 전해들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도 매일 구청장과 회의를 통해 답변을 전달하도록 했다. 업무 담당자는 물론 부서 책임자 실명과 연락처를 공개했다. 민원을 처리한 뒤에는 통화 내역까지 기록, 보관한다.

주민들에게 귀를 여는데서 한발 더 나가 공무원과 함께 현장으로 뛰어가 눈으로 확인했다. 여러 부서에 걸친 복합민원은 공무원이 함께 현장을 방문하고 필요하면 '찾아가는 구청장실'을 운영했다. 그만큼 주민들 의견이 행정에 반영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넉달여동안 접수된 민원은 총 227건. 그 가운데 81.1%에 달하는 184건을 처리했다.

◆주민만큼 소중한 고객 = "어떤 의미에서는 주민보다 더 소중한 고객입니다. "

그와 함께 구청살림을 꾸려가는 공무원들이다. 진 구청장이 공무원들에게 강조하는 또하나는 "위임 전결 범위 내에 있는 업무에 대해 스스로가 구청장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실명제를 도입했다. 진 구청장은 "책임추궁용이 아니다"라며 "주민 삶의 질, 행복지수를 높이는 아이디어를 누가 가장 먼저 냈는지 살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와 크게 다른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지만 서초만의 색채를 가미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과에 대한 대가는 표창과 격려금, 서초 명예의 전당 등극, 그리고 특별승진이다. 진 구청장은 "근무평정에서 '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승진할 수 있다"며 "공무원들이 경쟁을 해야 일 잘하는 사람에게 딴지를 거는 공직사회 병폐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현장부서에 더 무게중심이 쏠리도록 했다. 그는 "최근 사무관 승진도 5명 모두 이른바 3D부서에서 발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승진예정'이라는 뱃지를 달았다고 안심하면 안된다. 진 구청장은 "직무대리라도 6개월간 지켜보고 주민을 위해 뛰는 게 눈에 보이면 승진을 시킬 것이고 아니면 다시 원위치"라고 말했다.

◆신념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기쁨 = 둘째까지 아이 돌보미를 확대해 '제1회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 경진대회'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상인 1420 가정 가운데 358가정에서 신청해 아이돌보미가 부족할 정도다.

서초구 거주 외국인 중 64%를 차지하는 중국동포들을 만나 어려움을 듣고 가장 시급하다고 호소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타향 아닌 타향살이에 시달리던 한 동포는 '고향의 따뜻함을 피부로 느꼈다'며 감사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상습정체지점 28곳 중 가장 문제가 심각한 교차로 12곳에 모범운전자와 노인 등 70명을 투입해 '교차로 꼬리물기'를 단속했더니 교차로 통행속도가 16% 상승됐다. 교통지체는 28% 줄었다. 연 4만명에 달하는 노인일자리 창출효과는 덤이다.

'서울시장 보조 역할' 즉 서울시 공무원으로 30년. 같은 공무원일지라도 '정책결정자'는 달랐다. 진 구청장은 "공무원시절엔 신념·철학이 담긴 일은 못했다"며 "지금은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으면 바로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고민하면 지역 고민을 풀 수 있다.

그가 '즐거움이자 보람'으로 구상하고 있는 또다른 한가지는 '내 집 앞을 치우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각 거리와 골목에서 담배꽁초나 쓰레기, 폭설을 치우느라 대규모 행정력을 투입하는 대신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서초구 주민은 교육수준이나 자긍심이 높습니다. 서초에서는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진익철 구청장은]

- 1951년 울산 출생

- 경남고·건국대·서울대 졸업

-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 서울시정개발연 사무국장

- 서울시장 비서실장

- 서울시 공보관·상수도사업본부장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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