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지출 증가를 '친서민'으로 부풀리기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2만7천명 줄여410만여명 비수급빈곤층 해소 과제
우리나라 예산이 3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소중한 예산이 정작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내일신문은 '그들만의 예산'으로 전락한 국가예산이 진정한 '국민의 예산'이 될 수 있도록 예산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이명박정부는 6·2지방 선거 이후 파격적인 '친서민 정책'과 '공정사회 정책'들을 쏟아냈다. 김황식 총리가 대독한 9월 28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공정사회와 더 큰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서민희망 미래대비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서민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생애단계별,취약계층별로 8대 핵심과제를 선정하여 집중지원하는 것을 내년 재정운용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에따라 '서민희망'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32조원의 예산이 보건복지부를 비롯 부처별로 보육,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편성됐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당장의 정부 씀씀이를 친서민쪽에 맞춘 것은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지만 향후 지속가능성과 진정성 등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복지예산은 노인장기요양보험, 기초노령연금 등 제도의 성숙에 따른 대상자 확대와 이로 인한 지출의 자연증가분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예산 확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우선 보건복지부 예산은 법령에 의해 지출의무가 규정되는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 비중이 높다. 의무지출예산의 구조를 보면 기초생활보장급여,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국민연금 급여지출 등 법령에 의해 수급권자가 규정되는 자격급여 예산(entitlement spending)의 자동적인 증가가 눈의 띈다. 보건복지부 재정에서 자격급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60.5%에서 2011년 60.7%로 자격급여사업이 보건복지부 재정규모가 증가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마다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내년도 예산 증가분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연금지출 증가분 2조 2111억원은 국민이 낸 보험료에서 나가는 의무적 지출이다. 또 1조 3240억원 규모의 주택지출 증가분은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대부분 건축비로서 복지예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 않다.이같은 보건복지부 재정의 속성상 의무지출 증가분을 놓고 '사상최대' 복지예산이라거나 '친서민 예산'으로 너무 부풀려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예산은 일반회계와 4개의 특별회계(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 책임운영기관특별회계), 3개의 기금(국민연금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응급의료기금)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총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8.0%(2조 4949억원) 증가한 33조 5144억원이고, 이중에서 예산은 전년 대비 6.0%(1조 1592억원) 증가한 20조 6328억원이며, 기금은 전년 대비 11.65(1조3357억원) 증가한 12조 8816억원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의무지출액은 29조 3019억원이고, 사업성 지출은 3조 5180억원이다. 의무 대 재량지출 비율은 87% 대 13%로 의무지출 비중이 매우 높다. 13%의 재량지출 중 경직성 지출이 2% 정도를 차지한다.
2011년 보건복지부 예산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2만 7000명 감소시키고 생계급여 예산 32억원이 삭감됐다. 또 의료급여 수급권자도 2007년 197만 8000명에서 2011년 172만 5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저소득 장애인 자녀학비 지원, 재산담보부 생계비 융자, 양곡할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예산이 삭감됐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약 3조원의 예산 증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라는 이중의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한국사회 현실에서 확대되는 복지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말뿐인 '서민희망예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최대 과제로는 410만명에 달하는 비수급빈곤층을 축소하는 문제가 우선 제기된다. 소득과 재산이 모두 현행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수급 빈곤층이 되는 원인 중 하나는 부양의무자가 실제로 부양비를 지급하지 않는데도, 부양의무자의 실제소득 일부를 부양비로 피부양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는 '간주부양비'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소득이 없는데도 소득인정액이 수급 기준을 초과해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고, 기초보장 수급을 하는 경우에도 간주부양비와 실제부양비의 격차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주부양비의 폐지 및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에 대한 대안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 선정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민주당 이낙연 의원을 비롯 10명의 의원 명의로 발의돼 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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