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중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가 단기간 내 경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변수임에 틀림없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2000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주택가격 상승에 편승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2003~2009년 사이 가계부문의 부채는 70.4% 증가하며 '10년 6월 현재 937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나, 동기간 GDP는 47.5% 증가에 불과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금년 들어 소폭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나, 2009년말 기준으로 153%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채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주요국들과는 달리 국내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나 절대 규모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가계부채와 관련해 가계자산 구성 변화와 현금흐름 측면에서 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단기,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이 많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에 취약하고, 잦은 차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차환 시점에 소득감소, 주택가격 하락, 금융시장 불안 등과 같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차환위험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가계부채를 소득계층별로 살펴보면, 고소득층일수록 부채규모가 큰 모습을 띄는데 특히 소득분위 상위 20% 계층의 부채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다른 계층과의 차이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 증가와 건전성 악화
소득분위별로 보았을 때 상위 40%가 국내 가계부채의 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계부문의 부채상환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견해가 존재하나, 금융위기 이후 가계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소득분위별 가계부채 편중도가 한국보다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도 가계 디레버리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 자산중 부동산 비중 과다로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높아 채무 부담능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또한 주택가격 급등기에 과도한 차입을 통한 주택투자 확대로 인해 고부채인 동시에 적자인 취약가구의 부채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금리인상, 소득감소, 원금상환시점 도래, 고령화 진전 등에 따른 부동산가격 조정 가능성은 가계자산의 80%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나라 가계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주택가격 급등과 더불어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인중 하나로 지목되는 부분이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인데, 국내경제가 수출주도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의 부채증가 및 건전성 악화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사안이다.
2009년 9월 주택금융규제 재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장기 주택가격 조정 기대 확산으로 주택시장을 기반으로 한 가계대출은 향후 제한적인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부채조정 과정에 대한 마스터플랜 필요
오히려 주택가격 조정을 기반으로 한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에 대한 가능성에 검토가 필요한 시기일 지도 모른다. 과거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징을 경험했던 국가들의 경우, 디레버리징 기간은 약 6~8년 정도 지속되며, 초기 2~3년 동안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견인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은행권의 가계예금 잔액 감소와 함께 가계 자산포트폴리오의 구성비 변화를 유도해 금융권의 구조변화를 야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주요국의 경험으로 볼 때, 디레버리징 진행과정에서는 단기간 내 위기 극복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정부는 가계부문의 급격한 디레버리징 유발이 없도록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 등 가계부채 해소 관련 마스터플랜 수립을 통해 속도 조절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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