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싹트는 희망일자리]⑥대전YWCA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사업단’

“아이들 독서지도 보람있는 일이죠”

지역내일 2010-10-13 (수정 2010-10-13 오후 1:37:17)

정부와 7월 출범한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기업유치나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문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는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근간으로 한 ‘풀뿌리 기업’, 예비사회적기업과 지역공동체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의 성장가능성에 주목, ‘지역형’으로 전환·확대해 지속가능성을 더하겠다는 취지다.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위한 맞춤일자리 ‘도서관 관리사’

송옥섭(43)씨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해 3명의 아이를 둔 전업주부였다. 직장생활 경험도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일자리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송씨가 어렵게 얻은 첫 직장은 이름도 생소한 ‘도서관 관리사’.
그는 아침 8시 30분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도서 대출·반납 업무도 보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도 추천하는 일을 한다. 독후감 쓰는 일도 돕는다. 방과후에는 주로 취약계층 아이들의 독서지도를 한다. 그는 “처음 얻은 직장인데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정귀숙(38)씨 역시 송씨와 같은 일을 한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그는 두 자녀의 양육 문제로 일을 그만 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부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 봉사활동을 해 온 터라 ‘도서관 관리사’라는 직업이 낯설지 않았다. 얘기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정씨는 “4시쯤이면 퇴근을 하니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돌보거나 가사 일을 할 수 있어 주부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직장”이라며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좋아하고, 남편도 학교에서 일하는 아내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대전YWCA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에서 새 일자리를 얻었다. 실제 사업단이 출범한 지 3년 만에 66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전 지역 64개 학교 도서관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있다. 관리 인력 2명도 채용했다.

◆경력단절여성 66명 새 일자리 얻어 = 센터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재정형편 때문에 사서를 구하기 어려워 도서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제안해 시작됐다.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높은 대전의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센터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졌다.
실제 대전 거주 여성의 37.3%가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은 46%(전국평균 48%) 수준. 나머지 미취업 여성들 중 86.6%는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 2010년 3월) 하지만 상당수가 결혼과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후 새로운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이 센터가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됐다.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사회서비스의 확대 요구도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소외계층 자녀들의 학습지도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유덕순 관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들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터에 도서관 관리와 독서 지도라는 의미 있는 일자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서관 관리사’ 신종 직업 만들어 = ‘도서관 관리사’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신종 직업’이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지만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대전에서 전문 사서를 채용하고 있는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300여개 학교 중 고작 20여개 학교 뿐이다. 계약직 관리교사를 둔 학교도 채 50개교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학교들은 인건비 마련이 어려워 필요성을 알면서도 채용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도서관 관리사는 취업단절 여성들과 학교, 학생 등 모두가 만족할 만한 획기적인 발상이다. 강은경 센터 간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중도탈락자가 전혀 없는 매우 만족도 높은 직업”이라며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등 학교와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인터뷰]유덕순 대전YWCA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경력단절여성 일자리가 바로 국가경쟁력이죠”

“자립 가능한 수익구조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유덕순(사진) 대전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를 ‘학교방과후 전문인력지원사업단’의 최대 과제로 꼽았다. 현재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아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지원은 2012년이면 끝난다.
도서관 관리사를 채용한 학교에서 일정 금액을 부담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2008년 첫 해에는 학교별 15만원의 비용을 부담했고 2009년에는 30만원, 그리고 올해는 40만원씩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100만원 정도인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유 관장은 “도서관 관리사를 요구하는 학교들은 사서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전문 사서를 채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인건비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유 관장은 수익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한 독서캠프 등 유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역 기업 등의 후원도 받을 생각이다.
그는 “도서관 관리사들의 전문성과 학교·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를 활용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가능해보인다”며 “다양한 유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의미 있는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일을 하면서 유 관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도 생겼다. 전문 사서들의 일자리를 뺏는 일일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일자리가 많지 않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 사서들에게는 그리 반길만한 일이 못 된다는 것.
하지만 유 관장의 고민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도서관과 독서의 중요성을 알려 전문 사서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서관 관리사들은 일반적인 도서 대출·반납 업무도 하지만 취약계층 아이들의 방과후 독서지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 전문 사서와 역할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유덕순 관장은 지난 2002년부터 대전YWCA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관장으로 일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취업알선 민간위탁사업도 진행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기업체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주부인턴 사업도 진행 중이고, 올해로 3년째 여성 취업박람회도 열고 있다. 이런 사업을 통해 한 해 수백명의 여성들에게 새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유 관장은 “생산인구 감소와 맞물려 고학력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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