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 공청회서 신랄 지적 "매우 무리하고 비정상적 절차"… "토지개발사업이라고 당당히 밝혀라"
"4대강 사업의 추진방식은 △사업의 본질상 재정이 담당해야 할 사업에 대해 당장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폭을 줄이기 위해 수자원공사에게 8조원을 투자하게 하고 △수공이 하는 사업이므로 국회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수공이 부담해야 할 이자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수공이 투자한 사업에서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니까 특별법을 만들어서 수공의 본질적 기능과는 별 관계없는 토지개발을 하게하고 개발이익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1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인천대 경제학과 황성현 교수가 지적한 4대강 사업 재정운용의 문제점이다.

11월 13일 오후 경북 구미시 선산읍 일선교 아래 낙동강 살리기 공사장에서 굴삭기가 흐르는 강물에 삽날을 담그고 모래를 퍼올리고 있다. 구미 =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행정부의 입법부 감시 무력화 = 정부는 2010년 예산안에서 4대강 사업 투자액이 2009~2012년 기간에 걸쳐 총 15조4천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재정이 7조4천억원, 수자원공사가 8조원이다.
황 교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8조원의 투자를 수공이 담당하게 한 것은 사업의 본질상 재정이 담당해야 할 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긴 것"이라며 "이는 총지출과 재정적자, 국가채무를 줄여 보이게 하려는 일종의 분식회계"라고 비판했다.
즉 수공의 지출과 부채는 재정통계에 잡히지 않으므로 수공의 투자액만큼 총지출, 재정적자, 국가채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는 투명한 재정운용에 역행하는 후진적인 재정운용으로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동일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수공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국회의 심의권이 없고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러한 일은 선진화와 공정한 사회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정권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러한 행태 자체가 이 사업을 얼마나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부가 입법부의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공기업을 활용해도 된다면 총지출 규모나 재정수지, 국가채무 통계에 입각한 재정에 대한 통제가 무의미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같은 행태 때문에 국가채무에 공기업 채무를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수공도 '사업성 없다' 시인 = 문제는 또 있다. 국제적 재정통계기준에 따르면 공기업은 정부정책을 수행하되 제값을 받고 수행하는 하나의 기업이다. 수공이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8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한다면 반드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구체적 사업계획과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공 스스로 4대강 사업이 사업성이 없음을 시인했다. 2009년 10월 23일 국토해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규성 의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수공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느냐"고 묻자, 수공 김건호 사장은 "4대강 사업은 사업 범위에는 들어가지만 투자에 대한 회수 방안이 없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수공의 투자에 대한 회수방안이 없다면 결국 물값 인상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당장의 국가채무만 작게 보이게 하는 일종의 분식회계가 된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수공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한 것"이라며 "국채와 수공채의 이자율 차이만큼 국민부담은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공이익 보장위해 특별법 추진" = 또 황 교수는 "만일 추후에 주변지역을 개발해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법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라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본질이 재해예방과 수질개선이 아니라 '강 개발을 통한 아파트 건설사업'이라고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월 백성운 의원(한나라당)의 대표발의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 법안이 수공에게 특혜를 주기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최근 최철국 의원(민주당)은 이 법안의 의도가 수공에게 투자비를 회수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수공이 4대강 사업비를 선투자하므로 하천주변 토지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개발이익을 창출해 그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향'이 전제사항으로 적시됐다.
법안 제12조 1항은 사업시행자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수공,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제2항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은 수공을 친수구역조성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우선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황 교수는 "당장의 재정지출, 재정적자, 국가채무를 줄여 보이기 위해 공기업에 대한 재정의 이자 지원과 특별법의 제정 및 특혜 부여 등 매우 무리한 과정을 밟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의 추진은 결국 사업의 본질이 재해예방이나 수량확보, 수질개선 등이 아니라 수변개발을 통한 토지개발사업 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타 피하려 '재해예방' 끼워 넣어 = 뿐만 아니라 황 교수는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약칭 예타)를 피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한 점도 지적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은 예타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4대강 사업은 총사업비가 22조2천억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예타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피하기 위해 시행령을 고쳤다.
정부는 2009년 3월 25일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해예방과 복구 지원 등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5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재해복구' 사업만 명시됐고 '재해예방'은 빠져 있다가, 이후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재해예방·복구'지원 사업으로 바뀌게 됐다.
황 교수는 "실제 재해복구 사업을 시급히 시행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재해예방 사업의 경우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고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비용 대비 재해예방 효과를 측정할 필요가 있고, 재해예방의 다른 대안간의 비교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초 입법 예고안에는 없던 재해예방 사업을 시행령 개정에 포함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정부는 대규모 사업비가 소요되는 준설과 보 건설, 제방 보강 등의 사업을 제외하고 자전거도로 1개와 생태하천 8개 사업에 대한 예타를 2009년 7월 시행했다. 김성순 의원(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중 예타를 수행하는 사업의 비용이 총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16%에 불과하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