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대상 어디까지였나
원충연 사찰수첩 공개 "목숨걸고 비밀유지" 서약
경찰 국정원 청와대 유관수석실에 사찰결과 보고
민간인불법사찰을 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활동 동향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 여권인사들을 폭넓게 사찰하여 그 결과를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등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주로 호남권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정권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사찰도 진행한 사실이 함께 드러났다.
<서울신문>은 23일 검찰이 압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점검1팀 사무관의 '포켓수첩'을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 포켓수첩에는 공기업선진화의 쟁점이었던 건강보험징수공단 통합안을 입법발의한 '친박' 이혜훈 의원과 원희룡·공성진 의원 등 여권 인사와 민주노총, YTN 등에 대해서도 사찰을 진행한 정황이 적혀있다. 이 수첩은 108쪽 분량으로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압수됐다.

2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사찰관련 메모. 한나라당 친박계 이혜훈의원,서울시장,한나라당 친박계 서상기,유승민의원,민주노총,YTN사태 관련 메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가 적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활동 동향에 대해 이 수첩에는 '서울시장 대선 활동 관련 부서 만듦(이미지관리)→지난번 인사 때 직원 발령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혜훈 의원에 대해서는 2008년 11월 10일자로 '한나라당 친박 이혜훈 의원 (건강보험)징수공단 통합안 발의, 이혜훈은 전 정부시절에도 찬성, 국감 때 박근혜 의원·전재희 장관 논쟁'이라고 기록돼 있다. 윤리지원관실이 여권내 다양한 계파세력의 동향을 파악하는 활동에 주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정부 초기 정권반대세력 집중 사찰 = 이명박정부 1년차에 정부 부처내에서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사찰이 집중적으로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수첩에 따르면 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9월 22일 오전 '첩보 입수, 공직기강-정책점검, 하명사건'과 함께 '방해 세력 제거'를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어서 같은 해 12월 1일 회의 메모에 '(진 과장)-장·차관, 실·국장, 과장' 제목 아래에 "저항하는 놈 2~3명(양, 최, 이)-1인당 2p, 구체적인 것, 음성적인 저항 사례"라고 기록하고 또 다른 면에는 "O 기획관리부장: 제약 업계 두둔, 지난 정부 때 FTA 반대, 공직 진출하면 안 된다"고 적어 사찰결과에 따라 반대세력을 제거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리지원관실은 살생부를 작성할 때 출신지역을 중요한 판단으로 삼은 사실도 엿보인다. 사찰대상 공직자에 대한 기록에 '호남출신'임을 명기했다. '이○○ 차장(식약청, 호남 S대 사회), 김○○(전북, S대 사회, 사회서비스 주장), 이○○(호남, S대 사회), 주○○(통일교육원, 전북, S대 사회)' 등 호남출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과거정권의 출신기반과 겹치는 점을 부각시켰다.
◆"YTN노조 자금추적 끝까지 처벌" 대책 제시도 = 사장임명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었던 YTN도 사찰대상이었던 점이 드러났다. 수첩에는 'YTN'이라는 제목 아래 '구○○ 7.17. / 우○○ 차장: 전전전 YTN 노조위원장, BH출입 / 표○○ 전 사장: oh my news 9월 회장으로 임명, 경향신문 사장 공모 탈락 / 고○○ 상무(08. 임기만료 후 상암동 청사이전추진단장), 진○○ 전 기획실장(대기발령), 박○○ 전 위원장(대구), 현○○ 전전 위원장, 김○○ 부장, 김○○ 이사(마사회 출신), 강○○(소극적, 미온적)' 등 YTN 수뇌부와 노조원의 이름이 올라있다.
특히 YTN노조에 대해서는 '노조위원장 전체직원 투표→개표 저지, 대의원 회의 의견 수렴→표결 결과 1차 박○○ 승→박○○ 사퇴→비대위 새로운 위원장 노○○ 당선(08.8월)→사장 출근 저지→9월 간부인사 사원인사 인사명령 거부, 출근 저지, 업무방해→해고6, 정직 6, 감봉 8, 경고 13 / 노조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 인사, 업무지시, 작업 배치 등. 1일 현○○ 중대한 것 트집(노조 거부 지시)' 등 내부동향을 사찰했음이 드러났다.
윤리지원관실은 "계속 처벌→촛불에 투입된 자금, YTN 조합비 총액 1% (400×30만)=1억 2천"이라고 적어 YTN 노조가 '촛불 세력'에 투입한 자금을 추적해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일반노조도 사찰대상에 포함해 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씨 이외에도 광범위한 민간인불법사찰을 진행한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에 대해 '우리B(은행), KT, MBC 노조 수뢰 의혹, 해외여행시 공금 유용, 이용여행사'라는 내용이 적혀 있고 '토지공사, 주택공사, 한전노조, 발전노조(박노균):강성, 서울지하철노조, 철도노조, 한적 노조' 등 여러 공기업을 사찰한 내용도 나온다. 민주노총 외에도 한국노총, KBS 노조, 공기업 노조 등의 동향도 사찰했다.
◆"보고듣기만 하라 입은 열지마라" = 지원관실의 사찰 방법, 근무 자세, 보고서 작성 방법도 포함됐다. 지원관실은 사찰 때 '망원경, 카메라, 노트북' 등을 동원했다. 사찰 대상자를 멀리서 관찰하고, 사진도 찍었다는 의미다.
지원관실 근무를 위해 '여권사진 3매, 지인관계(2~3명)' 등을 써낼 것을 지시받은 항목에서 "눈+귀, 입 ×. '목숨걸고'"라는 구절 적시돼 있는데 이는 보고 들을 뿐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서약을 했음을 시사한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사찰을 위해 외부인사들과 접촉하다가 활동 동향이 알려지면 즉각 외부관계를 차단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보고방식은 '착수, 진행, 완료' 등 3단계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진행 과정'은 1·2·3차까지 보고했다.
윤리지원관실은 이같은 사찰정보를 청와대·국정원·경찰청 등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7월 31일자로 기록된 수첩메모의 '동향보고 수신자'에 '경찰청-이○○, 국정원-양○○, 사회수석실-최○○, 인사〃-장○○, 국정원-가○○'의 이름이 올라 있다. 경찰청과 국정원에 동향보고를 한 것은 기관간 정보협조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산하 윤리지원관실이 청와대 이영호 전 노사비서관 외에도 관련 수석실에 폭넓게 사찰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 수첩메모에 따르면 그동안 청와대의 관련성을 부인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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