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0년 MBA교육과정 훑어보면
‘주주·윤리’서 ‘사회책임’으로 바뀌어“
보육·교육·요양 적극 나서 ... “실적용 마이크로크레딧, 무의미”
아이폰으로 밤새기도 ... “인력구조조정 마음 아프지만 불가피”
지난 7일 IMF총회 참석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워싱턴에 들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국감증인을 피해온 ‘도망자’ 신분도 아니었다. 지난해 국감을 회상하며 “(다른 국감증인들은 모두 빠져나가) 독상을 받았다”며 웃어넘길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김 회장은 앞으로의 경영철학에 대해 쏟아놨다. 그는 “MBA 커리(교과과정)를 30년정도 보면 옛날엔 주주와 윤리경영이 중심이었는데 4~5년부터는 CSR(기업의 사회책임)이 핵심”이라면서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교중 부회장이 날 좌파라고 해 지속성장을 얘기하는 데 좌파가 뭐냐며 논쟁하기도 한다”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고’ 얘기 꺼내니 미소 못 감춰 = 김 회장은 ‘하나고’ 얘기가 나오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특목고등학교인 ‘하나고등학교’의 재단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주말마다 학교에 가고 학생 (200명 중) 100명 정도 이름을 안다”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선진국식 전인교육을 시키는 데 귀족학교 운운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다”면서 “대원외고와 비교하면 섭섭하고 서울의 민사고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하나고 입학생 200명 중 기초 수급대상자에게 20%(40명)가 할당되고 등록금 기숙사 특별활동비 등 모든 비용이 무료다. 나머지는 서울시의 25개구에서 분산해 뽑는다. 장학금 혜택은 기초수급대상자를 포함해 60%에게 돌아간다.
등록금은 1년에 520만원. 다른 특목고(190~200만원)보다 세 배 가까운 액수지만 “저녁에 별도의 특별교육도 하는 것까지 따지면 비싼 게 아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다른 특목고와 달리 한 달에 한번만 (기숙사를) 나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덜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의 하나의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운동도 한개씩은 숙달해야 한다. 수영 200미터를 할 수 있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여성을 사회로 끌어내려면 = 김 회장은 “98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 첫 사업이 보육사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남성직원) 혼자 (가족) 부양이 어려우면 (여성과) 같이 하자고 하자, 여자들 성적 좋은데 집어서 나오게 하자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면서 “그렇게 하려면 아이를 맡길 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보육사업을 시작했디”고 말했다. 현재 28군데의 보육시설이 있고 그중 4군데는 직영, 나머지는 위탁이다.
그는 “삼성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섭섭하다”면서 “우리 직원들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예약이) 밀려있고 아침 7시~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데 다른 데는 (보육교사가 아이) 5명당 한명이지만 우린 두 명당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경기도에 노인요양병원, 서울과 인천에 다문화 학교를 만들었다. 은행 명예퇴직자의 일거리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은행 명퇴이후 5~10년동안 계약후 특정분야를 맡길 수 있다”며 “아웃소싱할 게 40~50개 정도된다”고 말했다. 지원하다가 그만둔 핸드볼팀 지원을 재개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비인기종목인 핸드볼팀 지원을 다시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은 양날의 칼 = 김 회장은 미소금융을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지원실적만 높이기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해주다보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실적을 높이라고 하면 할 수 있다. 돈 퍼주는 것 못할 게 뭐있나”면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원실적) 부진은 겁나지 않다”면서 “2년후 대손(손실,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것)이 나오면 (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신용사회를 깬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손이 일어나면 신불자가 생기고 이 신불자는 주변의 도움을 받게 돼 연쇄적으로 빚더미에 싸일 수 있다”면서 “우선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업종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이내에 80%가 망하는 식당개업에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침대소독업 창업을 도와 하나은행 고액 고객들을 연결해준 사례를 소개했다. 은행의 아웃소싱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방글라데시같은 후진국에만 통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빈부격차가 심하고 노숙자가 많은 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경영은? = 김 회장은 위험관리와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밝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은행은 위험관리가 핵심”이라며 “시장위험 등 시스템적 리스크는 콘트롤이 가능하지만 직원 신용 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아직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만 키운다고 해서 ICBC(중국 공상은행)가 씨티 등보다 좋다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험관리와 함께 김 회장은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내 식구를 자르려면 한 달이상 수면제를 먹고 잔다”면서 “(지속가능 하려면) 내 식구를 자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르고 나면 부인들이 집에 찾아온다”며 “얘들까지 다 아는데 정말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정색하고는 “3개 은행이 합병한 일본 M 은행에 갔더니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 회장과 부회장 6명이 서 있더라”며 “(일본과 달리) 미국은 (구조조정이) 된다. 그게 (일본의 은행과의 경쟁력)차이”라고 덧붙였다.
◆CEO는 젊어야 = 김 회장은 ‘젊은 CEO’를 강조했다. 그는 “전국에 와이파이 깔리면 (영업환경이) 달라진다”면서 “지난주 페이스북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되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새벽 4~5시까지 두드리며 세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본다”면서 “세계의 은행들에 들어가 보면 신상품이 다 나온다. 마이크로파이낸스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에 들어가 보는데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이어 “CEO는 젊어야 한다”면서 “노무라는 60세 지나면 시이오 안시킨다. 씨티도 65세로 제한하고 50대 초, 40대에 시킨다. GE는 40대에 CEO를 시켜서 15년 정도 지나 은퇴시킨다”고 말해 후임 CEO와 관련한 상당히 고심했음을 드러냈다. “정보화시대엔 어쩔 수 없다. (주요 기업 CEO들이) 모두 젊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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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윤리’서 ‘사회책임’으로 바뀌어“
보육·교육·요양 적극 나서 ... “실적용 마이크로크레딧, 무의미”
아이폰으로 밤새기도 ... “인력구조조정 마음 아프지만 불가피”
지난 7일 IMF총회 참석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워싱턴에 들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국감증인을 피해온 ‘도망자’ 신분도 아니었다. 지난해 국감을 회상하며 “(다른 국감증인들은 모두 빠져나가) 독상을 받았다”며 웃어넘길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김 회장은 앞으로의 경영철학에 대해 쏟아놨다. 그는 “MBA 커리(교과과정)를 30년정도 보면 옛날엔 주주와 윤리경영이 중심이었는데 4~5년부터는 CSR(기업의 사회책임)이 핵심”이라면서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교중 부회장이 날 좌파라고 해 지속성장을 얘기하는 데 좌파가 뭐냐며 논쟁하기도 한다”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고’ 얘기 꺼내니 미소 못 감춰 = 김 회장은 ‘하나고’ 얘기가 나오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특목고등학교인 ‘하나고등학교’의 재단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주말마다 학교에 가고 학생 (200명 중) 100명 정도 이름을 안다”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선진국식 전인교육을 시키는 데 귀족학교 운운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다”면서 “대원외고와 비교하면 섭섭하고 서울의 민사고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하나고 입학생 200명 중 기초 수급대상자에게 20%(40명)가 할당되고 등록금 기숙사 특별활동비 등 모든 비용이 무료다. 나머지는 서울시의 25개구에서 분산해 뽑는다. 장학금 혜택은 기초수급대상자를 포함해 60%에게 돌아간다.
등록금은 1년에 520만원. 다른 특목고(190~200만원)보다 세 배 가까운 액수지만 “저녁에 별도의 특별교육도 하는 것까지 따지면 비싼 게 아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다른 특목고와 달리 한 달에 한번만 (기숙사를) 나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덜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의 하나의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운동도 한개씩은 숙달해야 한다. 수영 200미터를 할 수 있어야 졸업이 가능하다.
◆여성을 사회로 끌어내려면 = 김 회장은 “98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했을 때 첫 사업이 보육사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남성직원) 혼자 (가족) 부양이 어려우면 (여성과) 같이 하자고 하자, 여자들 성적 좋은데 집어서 나오게 하자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면서 “그렇게 하려면 아이를 맡길 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보육사업을 시작했디”고 말했다. 현재 28군데의 보육시설이 있고 그중 4군데는 직영, 나머지는 위탁이다.
그는 “삼성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섭섭하다”면서 “우리 직원들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예약이) 밀려있고 아침 7시~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데 다른 데는 (보육교사가 아이) 5명당 한명이지만 우린 두 명당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경기도에 노인요양병원, 서울과 인천에 다문화 학교를 만들었다. 은행 명예퇴직자의 일거리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은행 명퇴이후 5~10년동안 계약후 특정분야를 맡길 수 있다”며 “아웃소싱할 게 40~50개 정도된다”고 말했다. 지원하다가 그만둔 핸드볼팀 지원을 재개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비인기종목인 핸드볼팀 지원을 다시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은 양날의 칼 = 김 회장은 미소금융을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지원실적만 높이기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해주다보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실적을 높이라고 하면 할 수 있다. 돈 퍼주는 것 못할 게 뭐있나”면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원실적) 부진은 겁나지 않다”면서 “2년후 대손(손실,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는 것)이 나오면 (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신용사회를 깬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손이 일어나면 신불자가 생기고 이 신불자는 주변의 도움을 받게 돼 연쇄적으로 빚더미에 싸일 수 있다”면서 “우선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업종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년 이내에 80%가 망하는 식당개업에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침대소독업 창업을 도와 하나은행 고액 고객들을 연결해준 사례를 소개했다. 은행의 아웃소싱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방글라데시같은 후진국에만 통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빈부격차가 심하고 노숙자가 많은 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경영은? = 김 회장은 위험관리와 불가피한 구조조정을 밝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은행은 위험관리가 핵심”이라며 “시장위험 등 시스템적 리스크는 콘트롤이 가능하지만 직원 신용 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아직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만 키운다고 해서 ICBC(중국 공상은행)가 씨티 등보다 좋다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위험관리와 함께 김 회장은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내 식구를 자르려면 한 달이상 수면제를 먹고 잔다”면서 “(지속가능 하려면) 내 식구를 자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르고 나면 부인들이 집에 찾아온다”며 “얘들까지 다 아는데 정말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정색하고는 “3개 은행이 합병한 일본 M 은행에 갔더니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 회장과 부회장 6명이 서 있더라”며 “(일본과 달리) 미국은 (구조조정이) 된다. 그게 (일본의 은행과의 경쟁력)차이”라고 덧붙였다.
◆CEO는 젊어야 = 김 회장은 ‘젊은 CEO’를 강조했다. 그는 “전국에 와이파이 깔리면 (영업환경이) 달라진다”면서 “지난주 페이스북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되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새벽 4~5시까지 두드리며 세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본다”면서 “세계의 은행들에 들어가 보면 신상품이 다 나온다. 마이크로파이낸스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에 들어가 보는데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이어 “CEO는 젊어야 한다”면서 “노무라는 60세 지나면 시이오 안시킨다. 씨티도 65세로 제한하고 50대 초, 40대에 시킨다. GE는 40대에 CEO를 시켜서 15년 정도 지나 은퇴시킨다”고 말해 후임 CEO와 관련한 상당히 고심했음을 드러냈다. “정보화시대엔 어쩔 수 없다. (주요 기업 CEO들이) 모두 젊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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