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폐업한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역내일 2010-10-26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왜 우리나라엔 거리마다 작은 음식점들이 이렇게 넘쳐나는 거지?” 외국서 살다온 친구가 궁금해했다. 그는 주택가 골목마다 들어차 있는 학원에서 밤늦게 어린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풍경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친구와 나의 대화는 풀리지 않는 청년실업을 거쳐 우리나라의 세계최저 출산율, 세계최고 자살율을 들먹이며, 풍요가 넘치는 세상에서 사람살기가 왜 이리 어려우냐는 애매한 한탄으로 끝났다.
얼마 전 한 정치학자의 분석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났다. 친구와 내가 막연하게 답답해했던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들의 의미를 명료하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도를 넘은 ‘양극화’ ‘과두화’
대화아카데미가 지난 21~22일에 걸쳐 주최한 ‘오래된 새길, 인간화’라는 포럼에서 박명림 교수(연세대·정치학)가 한 ‘민주화에서 인간화로 : 21세기 한국사회의 이상과 가치’라는 발표가 그것이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난 10여년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한편으로, 신자유주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도 ‘초과잉 시장화’ ‘초과잉 사유화’ ‘초과잉 기업화’되었다고 했다.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과두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그것의 세습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양극화의 반대편으로 내몰린 다수의 삶은 ‘비정규화’ ‘자영화’ ‘절망화’ ‘피폐화’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만약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거센 민중저항 또는 사회붕괴의 도정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과두화는 통계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한땅의 56%가 사유지인데, 2006년 현재 전체 가구의 27%가 이 땅의 99%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1%를 33%가 나눠 갖고 있으며, 40%는 땅이 하나도 없는 가구이다. 이런 부동산 편중은 거의 토지개혁 이전 수준으로, ‘역근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10대 기업집단(재벌)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대한민국 GDP의 74%에 이르렀거니와, 업종별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은행업계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4대 은행 체제가 되었으며, 도소매업에서도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 등 빅3가 시장을 평정해가고 있다.
이들 빅3가 최근 3년간 점포수가 323개 늘고 매출이 115%(2.2배) 신장한 데 비해, 소형 슈퍼마켓은 2만개가 줄어들고 매출액은 평균 48%가 줄었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지난 8년간(1999~2007) 시장규모가 2조2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성장한 데 반해, 서점수는 4595개에서 2042개로 반 이하로 줄었다. 대형서점이 매출을 늘리는 한편으로 동네서점들은 무더기로 문을 닫았던 것이다.
각 부문이 예외 없이 시장규모가 커져 ‘국가경제는 성장’했으나, 대형화와 함께 업체 수는 줄고, 고용이 감소하는 ‘국민경제 피폐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는 공교육 피폐화와 사교육 비대화를 통해 고착화·세습화하고 있다. 2005년의 한 연구는, 아버지 월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학생들의 수능평균점수는 317.58점, 351~500만원은 310.20점, 201~350만원은 293.14점, 200만원 이하는 287.63점…. 이렇게 수능점수와 부모의 소득, 사회적 지위, 사교육비 지출액이 정확하게 정비례하고 있음을 숫자로 보여준다.
많은 경우 자영업은 실업, 취업실패, 퇴직자가 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우리나라에 유독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이유가 거기 있었다. 1996~2007년 OECD 평균 자영업자 비율은 19~16.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8.3~31.8%로 국민 세 사람 중 하나는 자영업자다. OECD 다른나라의 두배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창업 대비 폐업의 비율이다. 2005년 그 비율은 92.58%를 기록했다. 물론 오래 영업을 하다 폐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통계상으로는 창업자 수와 거의 맞먹는 수가 폐업했다는 이야기다. 그 후 그들의 삶은 어디로 갔을까?

성장에도 국민경제 피폐화
인구 10만명 당 28.4명, OECD 평균 11.2명의 두배 이상인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한쌍의 부부가 1.19명을 낳는 세계 최저의 출산률을, 박 교수는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가 불러온 ‘자기생명중단’과 ‘생명생산중단’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박 교수는 형평성과 공공성의 지속적인 증대, 그리고 의회의 강화와 확대를 통한 정치역할의 확대와 교육혁신을 제시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똑바로 보는 일일 것 같다.
언론인·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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