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재 칼럼] 민간이 지켜낸 서해5도를···

지역내일 2010-11-26

본지 논설고문

연평도는 민간이 지켜낸 서해5도의 한 섬이다. 1950년 6·25 전쟁 발발 나흘만에 서울을 잃고, 두 달도 못되어 대구와 부산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도 이 섬에는 적의 군화발이 닿지 못했다. 황해도와 평안남도 해안 지방 피란민들이 맨주먹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끝까지 지켜낸 곳이 서해5도다.

이 섬들은 원래 대한민국 땅이었다. 광복과 함께 북위 38도선으로 국토가 분단되었을 때 경기도 개성과 황해도 옹진·강령은 38선 이남이었다. 북한군의 6·25 남침으로 그 땅이 넘어가자 주민들은 가까운 섬으로 몸을 피했다. 1·4후퇴 때 피란 온 반공주민들과 합세해 서해 여러 섬에 몸을 의탁한 청년들은 육지에 두고 온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혹은 양식을 구하기 위해 뭍에 올라 유격전을 벌였다.

"유격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오합지졸이었어요. 무기도 없고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어떻게 인민군 정규군과 싸우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고향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불같은 투지가 있었습니다. 인민군 무기고를 기습해 무장을 하고, 보급창을 털어 군량을 삼았습니다."

한국유격군총연합회 박상준 회장은 그 때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교복차림, 베적삼에 핫바지 차림의 청년도 많았다. 군화는커녕 고무신도 없어, 천 조각으로 감발을 하고 작전에 나갔다가 갯바위 조개껍데기에 베어 발바닥이 너덜너덜했다고 한다.

군번도 없는 '서해의 의병'

그들의 활약상에 주목한 미군 첩보부대가 섬에 들어와 인민군 한명을 잡아오면 총 한자루, 중공군 한명을 잡아오면 기관총 한대씩 주었다. 동키부대 울팩부대 타이거여단 옹진학도유격대 같은 유격부대들은 그렇게 싸워 섬을 지켰다.

대원들은 스스로 '서해의 의병'을 자처했다. 계급장도, 군번도, 보상도, 명예도 원하지 않았다. 고향 가까운 섬들을 발판으로 고향 땅 되찾기만 염원했다. 미군 첩보부대의 지원을 받게 된 뒤로는 황해도 요소요소에 비밀기지를 두고 본격적인 유격전을 벌였다. 평양까지 잠입해 반공인사를 구출하고, 인민군 장교를 납치해 오기도 했다. 3년 동안의 유격전에서 전사한 대원은 4000명이 넘었다. 부상자는 그보다 더 많았다.

그렇게 지켜낸 섬 하나가 북한군의 포격으로 유린되었다. 공산주의를 피해 고향을 버리고 나왔던 사람들이 "불안해서 못 살겠다"면서 배를 타고 떠나는 피란민 행렬을 보면서, 국민에게 나라란 무엇이고, 나라에게 국민은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있을까. 나라의 존재이유 제1조 제1항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것을 굳이 말해야 하는가.

그 포격으로 민과 군이 죽고 다치고, 온 섬이 불바다가 된 모습을 보면서 속절없이 당했던 6·25전쟁의 참화가 떠올랐다. 현지 군부대의 어이없는 늑장대응, 우왕좌왕한 국방부, 수시로 말을 바꾸는 국군통수권자 모습에서 어김없이 그 악몽은 되살아났다.

포탄 날아오는 곳이 어디인지를 몰라 엉뚱한 곳으로 맞대포를 쏘았다 한다. 그것도 10여분씩이나 늦게 대응을 했다니 순간상황으로 그치기 다행이었다. 자주포의 절반은 고장이었다니 말이다. 전면전 상황이었다면 또 서울을 내주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문제 삼아 자꾸 무력도발을 되풀이한다. 정전협정 때 합의된 일이 없고, 유엔군 측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는 이유다. 그 말은 맞지만, 우리 땅 앞이 우리 바다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 선을 인정해왔다. 협정 이후 20년이 넘도록 이의제기가 없었다. 1984년 수해지원물자를 싣고 온 북한 배가 그 선에서 우리 측에 배를 인계하고 돌아갔고,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늑장대응에 자주포 절반 고장

그런 경계선을 트집 잡는 것은 다른 까닭이 있을 것이다. 벌건 대낮에 민간인 마을까지 공격받고도 상부 허락을 받아 맞대응하는 시스템이라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연평도 사태의 본질은 민간이 지켜낸 땅을 나라의 잘못으로 사람이 살지 못할 땅으로 만든 것이다. 거꾸로 되어도 한참 거꾸로 된 이 기막힌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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