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서민대통령 노무현"
한은독립 놓고 정부와 갈등 일화도 담아
"노무현 대통령은 동쪽으로 노를 저었으나 배는 서쪽로 갔다."
박 승 전 한은총재는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진정한 친서민대통령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총재는 "한은 총재를 하면서 철저한 서민위주의 발상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봤다"면서 "회의를 하면 장관들과 달리 확실하게 서민쪽 입장에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노무현정부의 친서민정책은 혜택이 대기업에게, 피해는 서민과 중소기업에게 갔다"면서 "나는 이것을 '노무현의 역설'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쪽으로 가려했지만 서쪽으로 가는 바람에 인기를 잃고 정권도 내놓았다"면서 "이것은 노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있는 사람만 살고 대기업만 사는 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 바람 탓"이라면서 "게다가 저임금의 중국이 부상하면서 임금제산업이 죽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오는 2일 출판기념회와 함께 내놓을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는 한국일보에 연재한 것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박 전 총재는 "30%이상을 다시 썼다"면서 "지난 50년이후 지금까지의 경제·사회 발전상을 시대별로 묶었고 특히 '발전사'부문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회고록은 10년단위로 경제상황을 나눠 편집했다. 60년대의 부실기업과 외채 문제를 다뤘고 70년대의 오일쇼크와 산업부실문제를 중심을 뒀다. 80년대로 넘어오면 물가안정정책과 경제성장, 노사분규 문제를 핵심사건으로 넣었다. 90년대는 IMF 외환위기의 역사를 조망한 후 2000년대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종합부동산세, 교육평준화, 신도시 건설, 주택문제 등 사회이슈에 대한 논평도 포함했다.
한은 총재 시절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박 전 총재는 "한은법 개정 등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고함치고 갈등을 겪었던 이야기도 신랄하게 표현했다"면서 "또 금통위원들과 갈등을 겪었던 일들도 일화로 실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화정책에 대한 관여, 친정부성향의 금통위원들의 금리결정 과정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여 논란의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자와의 만남이 인터뷰로 기사화돼 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사건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속시원하게 쏟아냈다.
박 전 총재는 "현재의 통화정책과 한은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신임 총재에 대한 입장을 책에 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한은에 입사한 후 76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들어갔으며 88년 건설부장관, 93년 대한주택공사 이사장, 99년 한국경제학회장, 2001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았고 2002년부터 4년간 한은총재로 통화정책을 책임졌다.
36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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