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년 21세기경제학연구소 연구원
21세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기할 만한 시대가 될 것이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세계 전 지역에서 '지속성장'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란 점이다. 이러한 지속성장의 글로벌화는 아시아 특히 중국이 1970년대부터 긴 침묵을 깨고 일어나 경제를 세계에 개방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2010년 현재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를 극복한 세계 경제는 다시 성장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와 달리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지속성장이 일부 지역에서만 이루어졌다. 일본을 제외하고 유럽과 북미 이외엔 지속성장을 하지 못했으며 아시아와 중동 등 주요 지역 대부분이 오히려 경제가 심각하게 퇴행했다. 당시에 대해 유럽인은 빅토리아 시대의 평화에 대해 얘기하곤 하지만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나머지 지역은 정치경제적 쇠락과 침략, 분열에 시달렸다.
그러나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18세기엔 세계경제의 대부분 지역이 지속성장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중동 인도 중국 등 주요국이 지속성장을 하고 있었으며 특히 중국의 지속성장이 두드러졌다. 강희제-옹정제-건륭제 재위기간 133년으로 대표되는 강건성세가 바로 그 시기이다.
지난 2세기 동안 없었던 '지속성장'
중국의 치세 혹은 태평성대는 인류 역사상 지속성장을 기술한 가장 오래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 문경의 치, 당나라 정관의 치, 청나라 강건성세 등 중국 역사의 태평성대에서 정치경제적 안정, 정치경제적 자유의 확대, 지속적인 경제발전 등 현대 정치경제학의 용어인 '지속성장'의 전형을 모두 발견할 수 있다.
18세기는 글로벌 정치경제의 변방에 머물던 유럽이 부유한 아시아를 향한 우회로를 찾아 나선 15세기 이후 지속된 글로벌 발전의 절정기였다. 당시 기축통화 역할-현 달러 역할-을 맡은 은을 대량으로 채굴한 유럽은 생산성이 높고 과학기술도 앞선 아시아 시장에 진입해 고수익을 만끽하며 경제발전을 지속했다. 그 와중에 도자기 향신료 면직물 등의 상품이 배를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했고 아시아는 수십만 톤의 은을 반대급부로 받았다.
18세기가 저물어가면서 16세기부터 시작된 지속성장의 글로벌화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정치 혼란으로 쇠약해진 중동과 아시아를 향해 그동안 힘을 길러온 유럽이 침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지속성장은 막을 내리고 비유럽 세계는 정치적, 경제적 암흑기에 빠졌다. 유럽과 북미 이외에 지속성장을 하는 지역을 찾기란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은 20세기 초중반에 끔찍한 양차대전을 벌이며 자멸했다. 이제 지속성장을 하는 곳은 북미뿐이었다.
거의 2세기가 지난 지금 지속성장이 다시 세계화되었다.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힘차게 복귀하고 있는 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으며 가장 뒤쳐져있던 아프리카도 지속성장의 싹을 틔우고 있다. 2010년 현재 글로벌 경제는 지난 2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시각으로 21세기를 바라본다면
미국과 유럽만 쳐다보던 20세기적 관점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21세기의 모습은 20세기 혹은 19세기보다는 18세기 세계에 가까운 측면이 많다. 20세기적으로 21세기 아시아와 세계를 바라본다면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지속성장의 글로벌화에서 탈락하고 싶지 않다면 20세기는 물론 19세기, 18세기 그리고 더 먼 과거도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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